BMW, 토요타와 함께 FCEV 생산 예정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발 빠르게 세상에 선보였던 BMW가 접어두었던 수소의 꿈을 다시 펼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적어도 2028년까지 수소 연료 전지가 탑재된 BMW를 선보일 것이라 했다.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있지만 현재 그들 중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회사는 단 세 곳뿐이다. 바로 현대자동차, 토요타 그리고 혼다이다. 그런데 이들과 함께 조금 일찍 수소를 향한 꿈을 세상에 선보였던 회사가 있다. 물론 언제, 누가 처음 수소에 관심을 갖고 육상 이동 수단에 이 에너지 탑재를 시도했는지 따져보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다양한 회사들이 거론될 수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수소 내연기관”의 가능성을 세상에 널리 소개한 것은 BMW였다. 그들은 하이드로젠 7을 통해 오직 물만 배출되는 새로운 내연기관을 발표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수소에 관한 BMW의 연구가 멈춘 사이, 현대자동차가 FCEV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고, 토요타와 혼다 역시 FCEV를 출시하면서 수소 자동차 분야에서 BMW의 이름은 슬며시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BMW가 다시금 수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20년 전 그들이 선보였던 수소 내연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회사도 결국은 FCEV가 가장 현실적이라 판단했다. 왜 이들은 연료 전지 방식으로 선회한 것일까?
사실 몇몇 회사가 여전히 수소 내연기관의 상용화를 꿈꾸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가령 엔진의 실린더로 수소를 공급하기까지 완벽한 밀봉이 되어야 하는데, 완벽히 밀봉되지 않아 중간에 연소되지 못하고 날아가 버리는 수소량을 따져보면 효율이 생각만큼 좋지 않다. 게다가 약 200kg가량의 수소 관련 시스템을 엔진에 추가로 부착한다는 것이 현재의 차체 구조로는 쉽지 않다. (비단 패키징뿐만 아니라 구조적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소 효율의 개선 문제라든지 탑재할 수 있는 수소의 양 역시 현재 기술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수소를 액화하면 부피를 대폭 줄일 수 있지만, 그러려면 절대온도에 가까운 -253도가 되어야 하는데, 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동차에 탑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우주 발사체를 만들게 아니라면 말이다.
게다가 수소는 엔진을 구성하는 금속에 흡착되는 성질이 있다. 예를 들어 모터스포츠용 금속제 서스펜션 암이 부러지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부품 내 침투한 수소 때문이다. 그런데 엔진에 있는 미세한 구멍에 흡착된 수소가 상온에서 팽창하기라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건 상상하기조차 싫다.
그럼에도 이따금 수소 내연기관은 기존 내연기관 시스템 구조를 승계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비용이 저렴할 것이라 추측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저 구조만 같을 뿐 감당해야 할 과제는 훨씬 많다. 그래서 현재 상용화된 수소 자동차는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가 유일하다.
그래서인지 BMW도 결국 이 방식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 성과가 발표된 적이 없는 이 기술이 어느 날 갑자기 뚝딱 나올 리 없다. BMW는 2028년까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를 발표할 것이라 했지만, 그 기술이 단 3년 만에 등장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는 뜻이다.
도움을 준 회사는 다름 아닌 토요타다. 토요타는 이미 BMW와 함께 파워트레인, 새시를 공유하는 등 활발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과 수소 자동차를 꿈꾸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단순히 기존에 토요타가 보유한 수소 연료전지 스택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몇 가지 기술 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남겼는데, 그중 하나가 연료 전지의 부피를 대폭 줄인다는 것이다.
2028년 탑재가 예정된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은 3세대 연료 전지로 기존 대비 약 25%가량 부피가 줄어들 것이라 밝혔다. 이 말은 전보다 더 가벼우면서도 공간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넥쏘의 스택룸을 보면 거의 내연기관 수준으로 시스템이 가득 들어차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도 차세대 연료전지 스택은 지금보다 부피가 더 줄어들 것이라 발표한 적이 있다.
또 다른 목표는 전력 밀도를 높여 작은 크기임에도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목표 출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금의 연료 전지 스택으로 약 126마력 (94kW)의 출력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보다는 좀 더 높은 수준의 출력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BMW는 연료 전지 개발을 위해 독일 내 공장에 새로운 시험 장비와 더불어 생산 설비까지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양산 체계 구축을 위한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 했다. BMW가 FCEV 양산에 눈을 돌린 것은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에게도 분명 긍정적인 상황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시장 참여자가 고작 현대자동차, 토요타, 혼다 이렇게 셋뿐이기 때문에 FCEV의 인지도는 물론이고 판매 증진에도 한계가 있어 수소 경제와 관련 인프라 확장 역시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BMW를 시작으로 더 많은 시장 참여자가 생긴다면 인프라는 분명 더 넓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토요타 역시 미라이와 함께 또 다른 FCEV의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까지 수소는 대부분 산업 부산물로 얻어졌으며, 그린 수소 생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인프라의 한계로 시장 성장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제 순환 구조는 의외로 간단하며 명쾌하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은 반드시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것이 BMW의 시장 참여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