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마그마 GT... 앞으로 이런 차들과 경쟁한다
- 기자명 전인호 기자
- 입력 2025.11.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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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람보르기니, 멕라렌, 포르쉐... 이길 수 있니?
현대차 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첫번째 마그마 모델, ‘GV60 마그마’를 발표했다. GV60 마그마는 제네시스 GV60을 기반으로 설계된 고성능 모델로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80.55kg∙fm를 발휘, 정지상태에서 시속 200km까지 10.9초만에 가속해낸다.
동시에 GV60 마그마와 함께 베일이 벗겨진 또 하나의 모델도 주목받았다. 제네시스의 ‘마그마 GT 콘셉트’로 향후 10년간 추구해 나갈 마그마의 브랜드 이미지를 담은 스포츠 모델이다. 마그마 GT 콘셉트에는 제네시스의 모터스포츠 철학도 담겼다.
제네시스 마그마 GT 콘셉트는 낮은 전면 보닛과 넓은 리어 펜더를 갖춰 미드십 레이아웃의 GT 스포츠카 형상을 선보였다. 마그마 GT 콘셉트의 외관은 프레스티지(Prestige) 스포츠 브랜드 페라리, 람보르기니, 멕라렌 등의 미드십 모델들과 제네시스가 경쟁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였다.
제네시스, 마그마 GT 콘셉트 통해 GT3 참전 예고
제네시스는 마그마 GT 콘셉트를 통해 GT 레이싱 진출을 목표한다고 밝혔다. 정확히는 GT3 클래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이 만든 LMDh 레이스 머신 GMR-001의 하위 클래스에 해당한다.
GT3 클래스에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멕라렌, 포르쉐, 메르세데스-AMG, 애스턴마틴, BMW, 포드, 쉐보레 등 다양한 제조사들이 고객 레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참전하고 있다. 이들 제조사들은 GT3 클래스 레이스 머신을 제작할 때 가장 높은 운동성능을 갖춘 스포츠 모델을 기반으로 삼는다.
따라서 제네시스 마그마 GT 콘셉트가 양산 모델로 등장했을 때 파워트레인의 강력한 성능은 물론 높은 운동 성능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어떤 모델들과 경쟁을 펼치게 될지 현재의 GT3 출전 모델들을 살펴보자.
애스턴마틴, 밴티지(VANTAGE) AMR GT3 EVO
애스턴마틴은 쿠페형 2인승 스포츠카 밴티지를 GT3 머신으로 만들어냈다. 밴티지는 메르세데스-AMG에서 공급받은 최고출력 510마력의 M177 트윈터보 4리터 V8 엔진과 최고출력 700마력의 AE31 트윈터보 5.2리터 V12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레이스 머신으로 만들어진 GT3 에보 모델은 V12 엔진보다 가벼운 V8 엔진을 선택했다. 휠베이스는 2704mm이다.
BMW, M4 GT3 EVO
BMW도 최고출력 510마력의 트윈터보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한 M4가 GT3 머신으로 선택됐다. 휠베이스는 2857mm이며 역시 2도어 쿠페이다. BMW는 다른 머신들 대비 상대적으로 가벼운 엔진으로 운동 성능을 극대화했다. 다른 머신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차체로 자리 싸움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Temerario) GT3
아직 전투력이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GT3 모델이다. 기반 모델은 람보르기니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스포츠 모델 테메라리오다. 테메라리오는 트윈터보 V8 엔진과 세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해 920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최대 1만 rpm까지 도달하는 엔진 회전수를 통해 긴 호흡의 가속을 즐길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불과 2.7초만에 도달한다. 한편 GT3 버전 테메라리오는 순수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을 탑재한다. 전기모터와 배터리팩을 거둬들이고 4리터 V8 트윈터보 엔진만 남겼다. 테메라리오의 최고출력은 9000에서 9750rpm까지 발휘된다. 전투력은 내년 3월 레이스에서 공개된다.
페라리 296 GT3 EVO
페라리는 컴팩트하고 가벼운 트윈터보 V6 엔진을 탑재한 296를 낙점했다. 테메라리오와 마찬가지로 기반 모델은 하이브리드다. 전기모터와 합산된 최고출력은 830마력이며 휠베이스는 2600mm로 애스턴마틴과 BMW 대비 짧아 기록을 줄일 수 있는 구간이 다르다. 페라리 296을 기반한 GT3 EVO 머신은 오레카(ORECA)에서 만들어진다. 오레카 레이스 머신 제조사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의 파트너이다. 마그마 GT3 레이스 머신도 이곳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멕라렌 720S GT3 EVO
카본 파이버 모노케이지 및 멕라렌이 자체 개발한 M840T 4리터 트윈터보 V8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720마력이며 7500rpm에서 발휘된다. 휠베이스는 페라리 296 GT3 EVO보다 길고 FMR 머신들보다 짧은 2670mm이다. 특유의 버터플라이 도어를 레이스 머신에도 적용해 드라이버 교체 장면을 보는 재미가 있다.
포르쉐 991 GT3 R
포르쉐는 자사를 상징하는 모델 911을 GT3 레이스 머신으로 제작했다. 포르쉐 991은 최고출력 557마력을 발휘하는 4.2리터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탑재한다. 특이하게도 포르쉐는 다른 제조사들이 일찍이 과급 엔진으로 돌아섰음에도 아직까지 자연흡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덕분에 타이어 컨디션이 하락하는 레이스 후반 또는 미끄러운 노면 환경에서 전자제어의 특별한 도움 없이도 제어가 쉽다는 장점이 특징이다. 2026년을 맞이해 업그레이드 버전의 레이스카가 데뷔할 예정이다.
쉐보레 콜벳(Corvette) Z06 GT3.R
쉐보레가 만든 미드십 스포츠카 8세대 콜벳도 GT3 머신으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5.5리터 V8 LT6 엔진도 자연흡기 방식이다. 휠베이스는 미드십 머신으로는 제법 긴 2727mm이다. 높은 배기량과 자연흡기, V8 엔진이 만들어내는 배기음은 현존 GT3 머신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된다.
포드 머스탱(Mustang) GT3
포드는 7세대 머스탱을 기반으로 GT3 모델을 선보였다. GT3 모델에는 4세대 V8 코요테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50마력을 발휘한다. 역시 콜벳, 포르쉐와 같은 자연흡기 엔진이다. 아직 포드 머스탱 GT3를 선택한 고객들이 많지는 않다. 현재 북미 레이스 시리즈와 독일 DTM에서 주행하고 있다. 휠베이스는 콜벳과 유사한 2720mm이다.
GT3 클래스의 인기 요인
그 밖에 메르세데스-AMG GT, 벤틀리 콘티넨탈, 닛산 GT-R, 혼다 NSX, 렉서스 RC F도 GT3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다. GT3 레이스에서 높은 엔진 출력을 가지는 것은 큰 의미는 없다. 규정상 500에서 600마력 사이의 엔진을 탑재하고 차량 중량은 1200에서 1300kg대 사이에 위치하면 된다. 높은 엔진 출력을 가진 머신은 규정에 의해 다른 차량들과 동일한 출력대 중량비를 갖추도록 조정이 이뤄진다.
한편 TCR, GT4에 비해 GT3는 양산형 차량과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다르다. 양산 모델로부터 10%의 구성만이 GT3에 적용된다. 나머지 90% 부품은 레이스에서 승리하기 위해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양산형 제네시스 마그마 GT와 서킷에서 질주하고 있는 제네시스 마그마 GT3는 완전히 다른 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GT3 규정은 유럽 모터스포츠 프로모터 SRO에 의해 2005년에 정립됐다. GT3의 인기 비결은 독특한 규정에 있다. GT3 레이스 머신은 자동차 제조사에 의해 만들어진다. 머신은 팀과 드라이버에게 판매되고 제조사는 유지 보수를 제공한다. 기반이 되는 양산차의 차체와 엔진이 쓰이지만 SRO에 의해 성능이 공평하게 조정된다.
이 이야기는 자동차 제조사가 아무리 GT3 연구, 개발에 몰두해도 SRO에 의해 성능이 조정되기 때문에 예산 투자의 의미가 없게 된다. GT3 레이스 머신을 구매할 팀과 드라이버도 어차피 어떤 차종을 선택하던 우승 확률이 결국 동일하기 때문에 우승보다도 자신이 선호하는 제조사나 스타일에 맞는 차량을 선택하게 된다. 레이스이지만 각 모델들이 가진 고유의 매력이 성능보다 더 강조된다는 이야기다. 모터스포츠이지만 라이프 스타일을 뽐내는 무대라고도 볼 수 있다.
결과 참가자를 비롯해 관람객들도 다양한 차종들이 등장하는 GT3 레이스의 매력을 즐기며 마니아 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GT3 레이스 머신은 폭넓은 범위로 전자 제어 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에 프로 드라이버부터 아마추어까지 넓은 포용력도 갖춘다. 풍부한 재력만 갖춘다면 언젠가 타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레이스 머신이 바로 GT3이다.
현대차는 현재 모터스포츠 디비전 운영을 통해 WRC 및 TCR 고객 레이스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2018년은 N 모델의 등장과 함께 현대차가 고객 레이스 프로그램의 첫 선을 보인 해였다. 당시 오토뷰는 남양 연구소에 방문해 현대 모터스포츠 팀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당시에도 현대가 추후 GT3 클래스에 참전할 것인지 물었었지만 수익성이 우려된다는 답을 들었었다. 그리고 불과 7년이 지난 지금 제네시스는 마그마 브랜드를 통해 새로운 모터스포츠 카테고리 GT3의 진출을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