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마력 포드 몬스터 슈퍼밴 4.2, 호주 그랑프리 데뷔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4.02.2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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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전기모터가 달린 포드의 몬스터 슈퍼밴이 호주 그랑프리에 공개될 예정이다. 예상 출력은 1,400마력 (1,050kW)인데 더 놀라운 것은 밴 주제에 무려 2톤에 가까운 다운 포스를 만들어 낸다는 거다.

세상에는 본래의 기능을 희생하고 엉뚱한 기능을 극대화한 자동차들이 존재한다. 가령 1995년 르노가 제작한 에스파스 F1이 대표적인 사례다. 르노의 대표 패밀리 밴이었던 에스파스에 무려 포뮬러1에서 사용하던 V10 엔진을, 그것도 미드십으로 배치했던 이 차는 약 800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었고, 0-100km/h까지 2.8초면 충분했다. 엄청난 출력에 걸맞게 제동력도 상당했는데, 당시로서는 무척 드물었던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장착해 270km/h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필요한 거리는 고작 600m였다.

물론 미니밴 본연의 기능은 완전히 상실했다. 미드십 엔진이었던 탓에 미니밴 특유의 2~3열 공간 실용성은 완전히 박살 났고, 낮은 차체에 단단한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은 말할 수 없이 엉망이었으며, 대부분 레이스 카 수준으로 개조되면서 수납 능력은 물론 편의 기능 대부분 사라졌다. 당연히 시중에 판매할 생각은 없었고, 단 한 대만 제작됐는데, 그로부터 벌써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걸 보면 적어도 당시 투입한 제작비는 홍보비로 충분히 뽑아내고도 남았다.

그런데 르노보다 먼저 이런 미니밴을 만들던 브랜드가 바로 포드다. 포드는 이미 1971년부터 괴물 같은 슈퍼밴을 만들어 왔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자신들의 승용, 상용 미니밴인 트랜짓을 유럽에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포드 GT40의 엔진을 장착했다가 버전 2인 슈퍼밴 2를 제작할 때는 그룹 C 레이스 카에 쓰였던 코스워스 DFL 엔진을 넣었고, 94년에는 트랜짓의 모델 체인지를 홍보하기 위해 포뮬러1 레벨의 엔진을 장착했다.

이렇게 세 차례나 미니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슈퍼밴을 소개한 포드는 꽤 오랫동안 다음 버전의 슈퍼밴 제작을 중단했는데, 그로부터 약 20년가량 지난 2022년, 또 한 대의 슈퍼밴이 깜짝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제작, 공개한 슈퍼밴은 그간의 슈퍼밴들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우선 내연기관이 아닌 일렉트릭 파워 트레인을 사용했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일명 슈퍼밴 4 일렉트릭이라 이름 지어진 이 차는 네 개의 전기모터와 50kWh 급 배터리를 갖고 있었고, 거의 2,0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0-100km/h까지 단 2초만 충분했다. 

그리고 최근 포드는 슈퍼밴 4 일렉트릭을 업그레이드 한 새로운 일렉트릭 슈퍼밴 4.2를 공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전 슈퍼밴들과 달리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바로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 레이스에 참가한다는 것. 사실 이 레이스에서 일렉트릭 파워 트레인이 유리하다는 건 이미 폭스바겐의 ID.R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유는 높은 해발 고도임에도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까지 꾸준히 출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드 슈퍼밴 4.2는 지난해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에서 무제한 부문 1위, 전체 2위를 기록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대부분 작고 납작한 스포츠 쿠페 혹은 해치백이 참가하는 이 레이스에서 레이스 카 지원 차량으로나 쓰일 법한 미니밴이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다는 건 분명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당 차량은 이전 버전에 비해 몇 가지가 개선됐는데, 먼저 전기모터를 3개로 축소시켰다. 모터가 줄어들면서 출력도 1,400마력 (1,050kW)으로 함께 줄어들었지만 다운 포스는 더 늘어났다. 포드의 이야기에 따르면 242km/h에서 무려 1,995kg의 다운 포스를 만들어 낸다고 했다. 한편 구조를 더 간단히 한 덕분에 무게도 일부 줄어들었고, 덕분에 좀 더 레이스 카(?) 다운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물론 이전 슈퍼밴들과 마찬가지, 슈퍼밴 4.2도 미니밴 본연의 기능은 대부분 상실했다. 우선 더 이상 미니밴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2~3열 캐빈룸이 대대적으로 개조됐는데, 개조라기보다는 사실상 캐빈룸이 사라졌다. 대신 샤크핀과 거대한 리어윙, 그리고 바닥에 닿을 것 같은 사이드 스커트와 더불어 쓰레받기를 연상케하는 엄청난 사이즈의 프론트 윙이 장착됐다.

해당 차량은 앞서 소개한 것처럼 이미 파이크스 피크에서 믿기 힘든 성적을 거두었고, 다음으로는 호주로 향할 예정이다. 재미있는 것은 레드불 로고가 크게 새겨졌다는 점인데, 공교롭게도 공개 무대가 다름 아닌 호주 그랑프리라는 것이다.

이유는 2026년부터 파워트레인 파트너로 함께 할 레드불과의 파트너십을 기념하기 위한 것. 아직 2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지만 그럼에도 레드불과 포드는 파트너십의 발표 직후 꽤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활동을 이어왔다. 더 이상 레드불 레이싱의 차량에서 혼다의 로고를 찾아보기 힘들어 지금, 포드는 그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나가고 있는 셈이다.

 

호주 그랑프리는 오는 3월 24일, 호주 빅토리아에 있는 알버트 파크에서 개최되며, 포드의 슈퍼밴 4.2 일레트릭은 포뮬러1카들이 달리는 알버트 파크 트랙 위를 데모런하며 다섯 번째 슈퍼밴으로써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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