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해밀턴 페라리 이적, 영광스러운 마무리? 혹은 새롭고 처절한 도전?
루이스 해밀턴의 페라리 이적이 확정된 가운데 그의 이적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포뮬러1 역사상 가장 위대한 레이싱 드라이버가 마찬가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팀과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그럴만하다. 과연 그의 이적은 영광스러운 커리어의 마무리를 위한 여행일까 아니면 새롭고도 처절한 도전일까?
스포츠 스타들의 사진과 함께 예쁜 장식이 더해진 루키 카드에서도 루이스 해밀턴의 존재는 남다르다. 90만 달러에 육박하는 루이스 해밀턴 루키 카드의 가격이 그걸 말해준다. 그는 분명 미하엘 슈마허 이후 가장 위대한 포뮬러1 드라이버다. 22살의 나이, 데뷔 시즌부터 우승을 차지했고, 그 이듬해 곧바로 월드 챔피언에 오른 그는 어느새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로 성장했지만 적어도 그의 날카로움은 여전하다.
사실 루이스 해밀턴은 70년 포뮬러1 역사상 어쩌면 거의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첫 번째 흑인 포뮬러1 챔피언라는 점은 여전히 이색적이며, 트랙 사이드에서도 루이스 해밀턴은 분명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캐릭터를 드러냈다. 실력과 결과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향력과 영감을 주는 그가 최근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2007년 포뮬러1 데뷔 이전부터 루이스 해밀턴의 이마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쓰리 포인트 스타가 새겨져 있었다. 일찌감치 맥라렌의 전 CEO, 론 데니스의 눈에 들어 레이스 커리어를 키웠던 그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하고 있던 맥라렌을 통해 포뮬러1에 데뷔했고, 그가 선택한 두 번째 팀도 메르세데스 AMG F1이었다. 따라서 루이스 해밀턴에게 메르세데스는 어쩌면 거의 모든 인생과 함께 한 브랜드라고 해도 좋다. 그래서 팬들의 인식에도 레드불 레이싱의 루이스 해밀턴, 윌리엄스의 루이스 해밀턴 같은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2월 1일, 루이스 해밀턴이 2025년부터 메르세데스 AMG가 아닌 페라리에서 레이스를 계속할 거라는 뉴스가 떴다. 포뮬러1 역사상 가장 위대한 드라이버가 마찬가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팀과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언론은 물론 전 세계 모터스포츠, 자동차 팬들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체적으로 얼마의 계약금을 받고 이적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실 액수는 양측 모두에게 큰 의미 없다. 루이스 해밀턴의 이마에서 쓰리 포인트 스타를 떼어 낼 수만 있다면 얼마의 돈이라도 기꺼이 지불하려는 팀들은 분명히 있다.
사실 루이스 해밀턴 레벨에서는 계약금이 얼마든 유니폼을 입는 순간 1년도 채 걸리지 않아 계약한 연봉 이상의 매출을 팀에게 안겨줄 수 있다. 리오넬 메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루이스 해밀턴과의 계약 영향 때문인지 페라리의 주가는 뉴스 발표 직후 무려 9% 포인트나 껑충 뛰어올랐고, 시가총액 700억 유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대로 루이스 해밀턴 역시 기회가 된다면 얼마의 연봉을 계약하든 스쿠데리아 페라리와 함께 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그 액수가 터무니없는 수준만 아니라면 말이다. 비록 2007년을 마지막으로 월드 챔피언 드라이버를 배출하지 못했고, 컨스트럭터 우승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한, 어느새 만년 2~3위 팀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 팀은 포뮬러1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징성이 주는 효과는 일시적이다. 미하엘 슈마허의 영광을 부활 시킬 것으로 기대했던 페르난도 알론소와 세바스티안 페텔 모두 계약 발표 당시에는 엄청난 희망을 팬들에게 안겨줬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사그라들었고 결국 둘 모두 다른 팀을 알아봐야 했다. 따라서 루이스 해밀턴의 이적 발표를 모든 팬들이 반기는 것은 아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팀은 결코 드라이버 한 사람에게 모든 우승의 영광이 돌아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모두가 그저 스쿠데리아 페라리 크레스트 아래에 놓여 있을 뿐이다. 그 아래에서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드라이버는 영광을 헌납하거나 혹은 실패의 책임을 더 안아야 한다. 그게 이 팀의 드라이버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심지어 팀이 좋은 레이스 카를 만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쉽사리 팀을 비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팀은 페라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라리는 오랫동안 우승할 만한 레이스 카를 만들지 못했다. 수많은 수석 엔지니어와 기술 책임자들이 스쿠데리아를 거쳐갔음에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여전히 원인이 명확하지 못하다. 물론 그것과 무관하게 회사 자체의 재정은 계속 채워지고 있지만 그들이 정신의 뿌리라 부르는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매번 2위 혹은 3위로 만족해야 했다.
사실 루이스 해밀턴이 맥라렌과 메르세데스 AMG를 떠나겠다 결심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4년부터 7년간 루이스 해밀턴과 메르세데스 AMG는 영원할 것처럼 포뮬러1을 지배했고, 당분간 누구도 뛰어넘기 힘든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이들의 성적과 레이스 퍼포먼스는 허망할 정도로 무너져내렸다. 레드불 레이싱이 거의 10년 만에 다시 권좌에 오르는 걸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7번의 월드 챔피언십 타이틀 보유자의 존재감은 나날이 희미해져갔다.
사실 루이스 해밀턴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키미 라이코넨, 페르난도 알론소, 세바스티안 페텔처럼 저니맨으로 중위권 팀에 머물다 조용히 사라지기에는 그가 쌓은 업적이 너무 거대하다. 그렇다고 자신의 인생과 함께 한 팀에게 더 큰 기대를 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잔류도 은퇴도 할 수 없는 시점에서 그의 선택지는 사실상 페라리 단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페라리는 메르세데스-AMG와는 다른 팀이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는 것이 모든 레이싱 드라이버의 꿈이라지만, 루이스 해밀턴은 어쩌면 그 꿈 뒤에 찾아올 무기력함과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 팀은 드라이버 한 사람을 위해 움직이는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불혹을 바라보게 된 그의 이적이 위대한 커리어의 아름다운 마침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롭고도 처절한 도전이 될지 그 무엇도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