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과 안드레티, 포뮬러1 진출 일단 실패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4.02.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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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에 이어 아메리칸 레이서 듀오, 캐딜락과 안드레티가 포뮬러1 진출에 일단 실패했다. 일단이라고 말한 것은 이들이 아직 포뮬러1 경쟁 시장 진입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포뮬러1 팬들을 흥분시킬만한 큼직한 소식들이 있었다. 우선 포르쉐와 아우디가 포뮬러1에 진출 의사를 밝힌데 이어 캐딜락마저 이 대열에 합류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소문들은 속속 사실로 밝혀졌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2026년, 그러니까 포뮬러1이 새로운 기술 규정으로 개편되는 시점에 맞춰 새로운 경쟁자로써 레이스에 참가한다는 것이었다. 포뮬러1에서는 아직 낯선 제조사들의 참가 소식은 팬들의 기대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그저 참가 의사를 밝힌 것이지 새로운 팀으로 확실히 참가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제조사에서 참가 의사를 밝힌다는 것은 단순히 문을 두드려봤다는 의미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수면 아래에선 기술 개발부터 프로젝트 진행까지 조직 구성까지 상당 부분 진척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포뮬러1 진출을 향한 이들의 희망은 어떤 결과로 맺어졌을까? 우선 아우디는 현재까지 큰 문제 없이 2026년 시즌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일찌감치 자우버를 레이스 파트너로 확정 지었고, 레이스 리버리를 공개했으며 파워트레인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의외로 포르쉐는 진통을 겪었다. 기술 개발이나 막대한 엔트리 피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발목을 잡은 건 자우버와 같은 레이스 파트너 팀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폭스바겐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고 해도 오늘날 포뮬러1 팀을 맨바닥부터 만들어 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공장 설립부터 특히 인적 자원을 조달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는 포뮬러1에 관한 경험을 갖고 있는 팀과 파트너가 되거나 혹은 그 팀과 공장을 완전 인수하는 방식으로 포뮬러1에 참가한다.
원래 포르쉐는 레드불 레이싱과 손잡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게 가장 큰 패착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일단 포르쉐는 단순히 파워트레인 공급사로 머무르길 원치 않았다. 그러자면 자우버처럼 언제든 팀의 이름을 후원사 혹은 대주주의 이름으로 바꾸어 줄 팀이 필요했는데, 그러기에 레드불 레이싱은 스스로 쌓은 업적이 너무 컸고 레이스 지배력은 여전했으며 브랜드 파워가 너무 강했다.
그런 이들에게 적절한 지분과 지배력을 나누어 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성사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심지어 스스로 엔진 제조 공장을 설립하고 자체 기술을 개발하려고 준비 중이었던 레드불 레이싱에게 포르쉐의 제안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늘 엔진 때문에 지배력의 위기를 겪었던 팀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갈증은 안정적인 파워트레인의 공급처 확보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이렇게 둘은 마주 앉았지만 서로가 완전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포르쉐의 무구한 모터스포츠 역사에 썩 달갑지 않은 오점 하나를 남긴 셈이다. 특히 순항 중인 아우디와 곧바로 비교되면서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그리고 끝내 이들은 포뮬러1을 포기하고 말았다. 막강한 레이스 파트너와 함께 당장 포뮬러1을 지배할 수 없다면 차라리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캐딜락은 어떨까? 사실 이해하기 쉽도록 캐딜락이라는 이름을 거론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메리칸 모터스포츠의 레전드, 안드레티 팀이 캐딜락의 이름을 등에 업고 참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우선 이들은 아우디나 포르쉐와도 조건이 달랐다.
왜냐하면 안드레티 팀 자체가 이미 모터스포츠 전문 기업이었고 따라서 레이스가 개발, 제조 및 레이스 운영 전반에 걸쳐 엄청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우버와 같은 파트너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엔진과 돈을 함께 공급해 줄 후원사였다. 그래서 이들은 같은 미국 기업인 GM을 선택했고 그들은 캐딜락이란 이름을 내놓았다.
포뮬러1도 미약하나마 이들에게 희망을 남겨두긴 했다. 2028년까지 캐딜락의 이름으로 파워 유닛 개발을 완료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사이에 이들은 엔트리 피를 대폭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26년 시즌에 비해 훨씬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참가해야 한다. 북미 시장의 비중을 점점 높이고 있는 포뮬러1이 과연 아메리칸 모터스포츠팀을 포뮬러1으로 수용할 것인지, 그리고 안드레티와 캐딜락은 이 수모를 딛고 2028년 포뮬러1에 참가하게 될지 현재로서는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