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의 아이콘 2CV로 완벽히 변신한, 아미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4.02.0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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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팩트한 차체와 귀여운 외모 덕분에 출시와 동시에 수많은 브랜드의 캔버스가 되었던 시트로엥 아미가 브랜드의 아이콘, 2CV 스타일로 완벽히 변신했다.
시트로엥 아미(Ami)는 얼핏 보면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알 수 없는 디자인에, 현지에서는 운전면허가 없어도 탈 수 있는 도심형 저속 전기차다. 독특한 개념만큼이나 특히 독특한 디자인은 1960년대 시트로엥에서 출시한 동명의 자동차와 비슷하다. 당시 시트로엥 아미는 지금 봐도 어떤 누구도 닮지 않은 독특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데, 공기 저항을 완전히 무시한 듯한 C 필러는 물론이고, 불룩하고 올라온 프런트 펜더와 반대로 움푹 들어간 보닛 덕분에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처럼 보였다.
이후 전기차로 다시 부활은 아미는 전작의 디자인 개념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앞뒤 구분이 쉽지 않은 건 물론이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헤드램프와 방향 지시등은 영락없는 오리지널 아미 스타일이다. 게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열리는 도어까지, 이 차는 시트로엥이 오랜만에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한 차였다. 그래서인지 이 차는 다양한 브랜드의 캔버스가 되어줬다.
그런데 최근 아주 독특한 아미가 등장했다. 클래식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이 차가 어떤 차를 오마주 했는지 바로 알아볼 것이다. 다름 아닌 시트로엥의 아이콘, 2CV다. 2CV는 이 무렵 등장한 버블 카들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차 대전 종전 이후 경제 부흥을 위해 만들어졌고, 특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소비자들을 위해 최대한 합리적이고 저렴하게 제작하고자 설계부터 철저히 연구했던 차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2CV는 당시 등장한 모터리제이션 카들과 사뭇 다른 형태와 구성을 갖고 있었다. 철판을 적당히 접어 만들었지만 펜더만큼은 1940년대 이전의 우아한 곡선을 유지했다. 헤드램프 역시 펜더에 매립된 형태가 아닌, 보닛과 그릴 사이에서 불룩 튀어나온 형태로, 이 역시 1940년대 이전의 방식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용 절감을 위한 흔적들을 엄청나게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유리창을 도어 안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 아니라 위로 접어 올리는 방식만 해도 그렇다. 시트는 캔버스 천 안쪽에 고무줄로 적당히 텐션을 주는 식이었고, 시트 프레임은 그저 파이프를 구부려 만든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차는 프랑스 시골에서 거의 농기계처럼 운영할 수 있는 소박한 자동차라는 개념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값싸고 소박한 차가 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CV는 묘하게 우아한 프렌치 감성을 갖고 있었고 덕분에 지금까지도 이 차를 복원하거나 혹은 커스터마이징하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의 한 디자이너는 시트로엥의 전기차, 아미에게 2CV의 감성을 더하는 독특한 시도를 감행했다.
우선 전체 스타일은 클래식 2CV의 투톤 컬러를 그대로 닮았다. 압권은 인테리어에 있다. 우선 스티어링 휠이 눈에 띄는데, 원 스포크 방식의 독특한 스티어링 휠이야말로 2CV를 아는 사람이면 무릎을 칠만한 디자인이다. 도어를 여는 끈 위에는 고정 집게가 있는데 집게를 열고 창문을 밀면, 2CV만의 독특한 유리창 개방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한편 내장재의 구성도 2CV 스타일이다. 촘촘한 글렌체크가 시트를 비롯해 도어 트림 그리고 파킹 브레이크 레버를 감싸고 있다. 스티어링 휠 위에 조그맣게 놓인 계기반도 2CV의 단순한 스타일과 닮았다. 캔버스 탑을 열면 시원스럽게 개방되는 느낌도 꽤 비슷하다. 게다가 캔버스탑이 있는 이유도 비슷하다. 시트로엥 아미에는 에어컨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2CV에는 없는 것도 있다. 시트는 분명 오리지널보다 편하며, 고무 매트와 더불에 중앙에 리어 뷰 미러가 있다. 게다가 블루투스 오디오가 있다는 건 확실히 오리지널과 다른 점이다.
이탈리아의 디자이너가 구성한 2CV를 완벽히 오마주한 시트로엥 아미는 총 150대가 제작될 예정이며, 현재까지 40대 가까이 계약이 진행됐다고 한다. 가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기본 모델보다는 분명히 비쌀 것으로 추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