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내연 기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BEV는 분명 시장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새로운 대체재들은 계속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소다. 그중에서도 수소 내연 기관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다.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분명한 건 머지않아 BEV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10~20%를 차지하게 될 거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판매되는 신차 중 상당수가 BEV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전체 파이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게 될 날도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전히 BEV가 펼치는 미래를 100%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들은 애써 다른 대체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중 이따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대체재는 다름 아닌 수소다. 그런데 수소에도 두 가지 갈래가 존재한다. 하나는 수소에서 전기를 얻는 FCEV, 다른 하나는 오늘 이야기할 수소 내연 기관이다.
수소 내연 기관은 FCEV 만큼이나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반면 개발 역사는 의외로 오래됐다. 우주 개발 경쟁 시대에 쏟아진 하이엔드 기술 덕분에 연료로서 수소의 가치가 잠시 주목받은 적이 있는데, 이후 1979년에 BMW가 수소 내연 기관 자동차를 대중에 소개하면서 한 번 더 수소의 잠재력을 세상에 알렸다.
그런데 당시 그 차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실험적인 모델이었고, 추가 생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는데, 우선 수소 보관 문제가 가장 큰 한계점으로 떠올랐다. 지금도 이 문제로 인해 다수의 FCEV들이 공간 확장에 한계를 겪고 있다. 이는 수소가 가진 특징 때문인데, 현재까지는 실험 목적이 아닌 상업 목적의 액화 수소 생산이 무척 힘들다. 현재까지는 압축 보관이 최선이며 충분한 주행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탱크의 사이즈와 수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소 내연 기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꾸준히 존재했다. 2000년대 무렵 BMW는 또 한 번 수소 내연 기관이 장착된 하이드로젠 7을 소개했고, 몇 해 전에는 토요타가 수소 내연 기관이 달린 소형 레이스카를 개발한 적이 있었다. 당시 토요타가 제작한 엔진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새로운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 우선 충전에 10~15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인데, 최근 전기차들의 경우 급속 충전 시 약 18~2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전 속도에서 극적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한계는 효율이었다. 약 50L의 압축 수소를 이용해 100km 정도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익숙한 단위로 환산하면 2km/L 수준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히 해두어야 하는 건 레이스 환경이었다는 점이다. 실제 수소 내연 기관의 효율은 현재 가솔린 내연 기관보다 다소 낮고 LPG 내연 기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수소 내연 기관은 BEV 혹은 기존 내연 기관 어느 쪽과 비교해도 드라마틱한 장점이 없는 상태다. 배출 가스 대신 물이 나온다는 장점이 있지만 FCEV 역시 동일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수소 내연 기관만의 특징이라 보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오스트리아의 레이스 엔지니어링 솔루션 기업, AVL 레이스 테크에서 프로로타입이긴 하나 새로운 수소 내연 기관을 공개했다. 2L 4기통 엔진이라 공개된 해당 엔진은 최고 402마력 가량의 출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레이스 목적의 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역시나 극적인 출력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AMG A45를 능가하는 출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회사는 개발한 엔진이 기존 내연 기관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밝혔다. 가장 큰 차이는 연료 자체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무엇보다 조기 점화가 아주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는 조건만 맞는다면 아주 빠르고 강력하게 점화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다만 이런 현상을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가장 가벼워 대기 중으로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AVL은 기존 가솔린과 다르게 희박 연소 방식을 포기했다. 대신 흡기 포트에 물을 뿌려 연소 시점을 늦추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실린더에 수소가 도달하기 전에 이미 폭발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료 분사 레일을 비롯해 연료 펌프 역시 기존과 다른 연료 방식으로 인해 완전히 새로 설계하거나 수정해야 했다. 무엇보다 폭발 압력이 매우 높은 관계로 기존 엔진 블록보다 더 강한 설계와 제조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수소 내연 기관의 경우 기존 내연 기관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상식과 비교해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들이 겪은 문제들이 메이저 제조사들이 수소 내연 기관의 개발을 포기하게 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들은 적어도 2026년까지 이 엔진의 개발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향후 르망 24와 같은 내구 레이스에 해당 엔진을 공급할 예정이라 밝혔다. 여전히 실험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와 같은 도전 덕분에 수소가 이동 수단의 주류 연료로 다시 한 번 부각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미래를 개척하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