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브랜드 최초 다카르 랠리 우승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4.01.2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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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가 브랜드 최초로 다카르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심지어 이들은 다카르 역사상 가장 특이한 구조의 자동차로 우승했으며, 게다가 61세의 고령 드라이버와 함께 거둔 우승이어서 더욱 뜻깊다. 

새해를 알리는 두 가지 레이스가 있다. 하나는 몬테 카를로 랠리고 다른 하나는 다카르 랠리다. 특히 다카르 랠리는 11~14일 정도 쉬지 않고 펼쳐지는 레이스이자 동시에 살아 남은 것 자체만으로도 희열을 느낀다는 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힘든 레이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는 일부러 이런 환경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 뿐만 아니라 자동차로 겪을 수 있는 가장 극한의 환경만 골라서 다니는 브랜드도 있다. 포르쉐와 폭스바겐이 그랬고, 도요타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스스로 다카르를 찾았고, 긴 역사 속에 영원히 남을 한 줄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이 행렬에 아우디가 합류했다. 아우디 역시 어지간히 한계를 즐기는 브랜드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반부터 24시간 내구레이스, 르망 24는 그야말로 아우디의 것이었다. 이들은 13번의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5번의 연속 우승을 달성했고, 24시간 동안 397랩과 5410km를 달리며 깨지지 않을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2016년을 끝으로 이들은 거의 20년 가까이 머물렀던 내구레이스 왕좌에서 내려왔다. 이후 크고 작은 레이스에 도전하긴 했지만, 인간과 기계의 한계를 초월한 뜨거운 감동 섞인 기록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2026년부터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포뮬러1에 도전할 예정이지만 그 전에 세상이 감동할만한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우디는 2022년 다카르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이들의 도전은 단지 다카르 우승에 머무르지 않았다. 아우디는 자신들의 슬로건인 ‘기술을 통한 진보'의 실현을 꾸준히 지켜왔던 브랜드다. 르망 24에서 디젤 엔진으로 우승을 할 때도, 이어서 디젤 하이브리드로 우승을 할 때도 이들은 늘 그 무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런 기조가 이번에도 이어졌다. 

2022년 당시, 아우디가 공개한 다카르 랠리 레이드카는 분명 다카르 역사상 거의 처음 등장하는 새로운 방식의 자동차였다. 이들은 다카르 역사상 최초로 모터로 구동하는 랠리 레이드카를 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하이브리드였다. 다만 독특한 점이라면 엔진은 구동에 일체 개입하지 않고 오직 배터리 충전만을 위해 쓰인다는 점이었다. 이른바 레인지 익스텐더 정도로 보면 되겠다. 

그런데 탑재한 엔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DTM에서 사용했던 2.0 TFSI 엔진을 발전기로 가져왔다. 드물게 나마 발전기용 엔진을 장착했던 BEV들과 비교해보면 지나치게 과하다. 하지만 이유는 분명했다. 

그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며 강력한 힘을 내는 엔진이 있어야만 먼 거리를 달리는데 필요한 충분한 전력을 빠르게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엔진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사람 하나 만나기 힘든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전기차 충전소가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우디는 지금까지 다카르에 소개된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레이스카와 함께 2022년 다카르로 향했다. 아쉽게도 사고로 우승을 경험하진 못했지만 그 차를 바라본 경쟁팀들은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전기모터 특유의 강력한 초반 토크 덕분에 터레인 타이어는 모래에 잠길 틈 없이 빠르게 움직였고, 동력 구조가 간단했기 때문에 모래와 먼지로 인해 고장날 확률도 무척 낮았다. 게다가 수리도 비교적 간단한 편이었다. 

반대로 뜨거운 사막의 온도로부터 배터리 상태를 지켜낼 별도의 장치들이 필요하긴 했지만, 분명한 건 다른 내연 기관 랠리카보다는 정비나 유지보수가 쉬운 편이었다. 물론 이런 유리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누구에게나 공평했고, 잔혹한 다카르의 환경은 아우디와 RS Q e-Tron의 도전을 두 번이나 멈추게 했다. 

그리고 올해는 어쩌면 아우디가 포뮬러1에 도전하기 직전에 경험하게 될 마지막 다카르였다. 어떤 레이스 시리즈든 도전하면 반드시 우승을 거두어 들이는 아우디 입장에서는 마지막 도전도 그렇게 마무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도전은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특히 Xtreme의 세바스티앙 뢰브가 아우디와 61세의 시니어 드라이버, 카를로스 세인츠를 강력하게 밀어 붙였다. 그 탓에 몇 번의 스테이지에서 그에게 우승을 내주어야 했다. 

하지만 아홉 번이나 WRC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세바스티앙 뢰브에게도 다카르는 평등했다. 결국 기계적인 문제들로 우승권에서 멀어진 사이, 아우디와 카를로스 세인츠는 이들을 뿌리쳤고, 2위와 1시간 20분 25초 차이를 벌리며 2024 다카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의 우승 기록은 브랜드 역사상 첫 번째 다카르 우승이기도 하며 동시에 다카르 역사상 첫 번째 전기차로 거둔 우승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우디가 이 도전을 앞으로 계속 이어갈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전기차의 시대에도 아우디 콰트로 시스템은 여전히 신뢰할만하고 강력하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뚜렷히 전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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