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비싼 차도 더 고급지고 비싸야 잘 팔린다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23.10.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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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장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소비 감소에 따라 국산차 업체들의 판매량이 계속 줄어드는 모양세다. 이에 한숨을 내쉬는 제조사들도 있지만 수입차 업체, 특히 초고가 모델 시장에서는 비싼 차가 더 잘팔리는 모양새다. 소비자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 층도 많지만 고급차 시장에서 가성비란 말은 통하지 않는다. 대중 브랜드 현대, 기아차도 5천만원대를 쉽게 넘나드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프리미엄 시장은 지출 기준이 다른 소비자들로 구성돼 있다.

수입차 시장을 이끄는 것도 평균 7천만원이 넘는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벤츠의 E-클래스, 렉서스 ES 등이다. 더 나아가 최고급 시장은 더 탄탄한 구조를 갖고 있다.

고급차의 대명사로 알려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2023년 1~9월 판매량 기준 8467대나 팔렸다. 여기에는 세금을 포함해 4억원에 육박하는 마이바흐 S680의 판매 대수만 230대, 차 값만 약 3억원에 이르는 마이바흐 S580이 859대나 포함돼 있다.

값비싼 모델 중에서도 더 비싼 모델이 잘 팔리는 경우도 있는데, 랜드로버의 대표 모델이자 최상급 모델 레인지로버가 그렇다. 레인지로버는 2억원대의 P530과 디젤 엔진을 장착한 D350으로 구분되는데, 올해 1~9월까지 팔린 디젤 모델은 299대 수준이다. 반면 2억원을 넘어선 P530은 1681대를 기록하며 큰 격차를 보인다. 어차피 고급차로 간다면 최상급, 최고급 사양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얘기다. 연비 차이가 크지만 이것이 차량 선택에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평균 2억원대 달하는 스포츠카 포르쉐 911 중에서도 인기 있는 것은 911 GTS 카브리올레다. 올해 1~9월까지 팔린 것만 279대에 달하는데, 더 저렴한 모델이 있음에도 평균 2억원대, 많은 옵션을 더해 3억원에 육박하는 GTS 카브리올레의 판매량이 월등하다. 어차피 지출하는 것 오픈도 되고 성능도 좋은 차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슈퍼카 람보르기니의 판매 성장도 꾸준한데, 올해 9월까지 판매되 것만 316대에 달한다. SUV인 우루스의 판매량이 가장 많지만 옵션을 포함해 4억원을 넘어가는 우라칸 시리즈의 인기도 꾸준하다.

평균 가격 3억원대 중반을 넘어서는 벤틀리도 올해 9월까지 610대 가량 팔렸다. 반면 실거래 가격 기준 3~4천만원대인 푸조의 판매량은 1~9월까지 1347대에 불과하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갈수록 판매량이 떨어지는 추세다. 소비 심리 위축에 타격이 큰 시장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물론 고가차가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기아가 내놓은 대형급 전기차 EV9은 평균 8천만원대 가격을 기반으로 시장에 나왔지만 대중 브랜드 치고 비싼 가격, 완성도 문제가 거론되며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수천만원의 할인을 내세운 직원 판매, 다양한 소비자 눈길 끌기 마케팅을 벌여 9월에 일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효과가 끝나는 두어 달 뒤엔 다시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수천만원 직원 할인이 알려지며 반감을 느낀 소비자가 많다는 것도 기아의 부담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 차량 완성도는 좋지만 비인기 모델로 분류되는 K9도 브랜드 대비 높아 보이는 가격 때문에 고전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고가 정책이 통하려면 브랜드 가치가 높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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