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진 우주의 시간을 표현한, 롤스로이스 팬텀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3.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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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테마로 다양한 비스포크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여왔던 롤스로이스가 이번에는 아예 우주 전체를 인테리어에 담았다. 거대한 성운의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듯, 전해지는 웅장함은 감동 그 이상의 것이다.

롤스로이스에서는 원하는 그 무엇이든 다 해볼 수 있다. 진귀한 무늬의 나무로 인테리어를 뒤덮을수도 있으며, 단 한 사람을 위한 컬러로 차체 전체를 감쌀수도 있다. 이렇게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100% 표현하기 위해, 롤스로이스는 아예 대시보드를 갤러리라는 이름을 붙여 특별한 예술 공간으로 남겨두었다.

이 공간의 가능성은 무한대다. 그야말로 상상하는 무엇이라도 이곳에 채워넣을 수 있다. 그래서 중동의 한 부호는 귀족의 장신구로도 쓰였던 타조의 깃털로 장식해주길 원했다. 그리고 롤스로이스는 무려 3,000개의 깃털로 프레임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특별한 에디션이 등장했다. 이번 테마는 별이다. 물론 별자리 혹은 밤하늘의 별무리는 롤스로이스가 즐겨 사용해왔던 아트워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규모였다. 밤하늘의 별을 너머 아예 우주 저 먼 곳의 공간을 옮겨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바람을 따라 흐르는 듯한 별무리, 성운이었다.

신비로운 우주의 공간을 옮겨놓기 위해 롤스로이스는 두 가지 표현 기법을 사용했다. 먼저 타임 갤러리라고 불리는 대시보드의 아트 스페이스에는 흐름을 표현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한 끝에 롤스로이스는 약 100개의 알루미늄 기둥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웠다. 그리고 그 위에 바람에 쓸려간 사막의 모래바닥과 같은 부드러운 등고선을 표현하고자 기둥을 일일이 절삭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표현된 언듈레이션 덕분에 대시보드는 마치 유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끊임없는 연결성을 위해 롤스로이스 전통의 아날로그 시계조차도 삭제했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하나의 기둥마다 각각 다른 표면 처리 기법을 동원, 빛이 비치는 각도에 맞춰 더욱 큰 입체감과 생동감을 부여했다. 그대로 떼어내 벽장식으로 써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은 이 장식은 아예 하나의 설치미술작품으로 봐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이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롤스로이스와 고객이 표현하고자 한 테마의 시작은 이제부터다. 스타라이트라고도 불리는 롤스로이스의 헤드라이너 디자인 기법이 여기에도 동원됐다. 수천개의 크고 작은 천공을 낸 헤드라이너로 일일이 광섬유를 밀어 넣는 이 기법은 그야말로 머리 위로 밤하늘의 별이 수놓아져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위해 롤스로이스는 전보다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리며 헤드라이너에 천공을 냈다. 여기에 보랏빛으로 물든 성운의 모습을 핸드 페인팅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지구에서 바라본 밤 하늘에서 아예 우주 저편의 성운으로 시선의 범위를 옮겨놓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우주를 마주할 때 느껴지는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감동을 주기에 부족하다 여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도어트림까지 동원했다. 롤스로이스는 도어트림에도 수백개의 크고 작은 천공을 냈고, 서로 다른 굵기의 광섬유를 끼워넣었다. 규칙과 불규칙이 혼재하는 우주의 공간처럼 보이는 도어 트림의 별자리는 마치 헤드라이너에서 별들이 넘쳐 흐른 것처럼 표현됐다.

이와 더불어 샴페인과 캐비어를 보관하는 냉장고이자 암레스트로 쓰이는 곳에는 애플 맥의 바탕화면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적용됐는데, 이는 그래픽이 아닌 실제 핸드 페인팅으로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이 차의 주인이 될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각인되어 있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시간과 공간이 정지해 있는 그들 세계의 지배자를 위해.”

성운을 담은 이 롤스로이스를 평생 소장하게 될 단 한 사람을 위한 최고의 헌사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모든 공간이 우주처럼 하나로 연결된 듯 표현된 이번 에디션에는 또 하나의 아주 특별한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구분하는 것은 고집스럽게 이어지는 환상에 불과하다.” 이는 시간과 중력의 상관관계를 설명한 인류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이야기다.

이번에 디자인된 롤스로이스 팬텀은 이렇게 영원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단 하나의 점에 불과한, 그래서 마치 우주의 시간 속에서 멈춰있는 듯한 이 순간을 표현한 거대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이처럼 깊고 넓은 물리와 철학적 사상을 담대하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브랜드는 없었다.

롤스로이스는 현재 이처럼 세상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감성을 담은 작품들을 연이어 소개하고 있다.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의 고객들과 의견을 나누며 진행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감각들이 팬텀의 안과 밖에 표현되었다. 따라서 마음이 흔들릴 여유조차 주지 않는 우주의 거대한 감동을 담은 이 작품에 영혼이 빼앗겼다 해도 가질 수 없다.

오직 20명의 지배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서 유일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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