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가속력, 동급 최고 수준 핸들링
콜레오스는 르노 코리아의 오랜 기다림이 배어있는 모델이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의 중심 세그먼트인 중형 SUV라는 전장에서 타 제조사 모델들과 충분히 경쟁을 이룰 수 있는 마땅한 모델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콜레오스의 양 어깨는 한국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어떤 차량보다 무거웠다. 출시 직후에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도 있었다.
어쨌든 출시 이후 두달여의 시간이 흘렀고 콜레오스의 판매량은 이제서야 제트기류에 올라탄듯 하다. 지난 10월에는 5385대의 콜레오스가 출고됐다. 주로 하이브리드 모델들이었으며 이제는 가솔린 모델도 본격적으로 합세한다.
EXTERIOR (디자인)
디자인의 기본 틀은 하이브리드와 유사하다. 지난번 하이브리드 모델은 알핀 트림으로 화려한 디테일이 특징이었다. 알핀을 상징하는 블루 컬러가 다양하게 적용되어 스포티함을 느낄 수 있던 반면 이번 가솔린 터보 아이코닉 모델의 외관은 바디 컬러와 동일한 색상을 채워서 도회적인 분위기의 절제된 멋이 나름의 매력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르노의 엠블럼 로장주의 형상을 바탕으로 구성된 다이아몬드 패턴이 특징이다. 그릴 하단으로부터 점차 패턴의 면적이 줄어드는데 덕분에 위로 상승하는듯한 몽환적인 이미지가 연출되어 재미있다. 르노는 이를 시그니처 라디에이터 그릴로 부른다. 그릴 하단에는 공기 흡입구가 위치하며 스포티한 형상을 갖췄다. 구현한 형상 대비 실제로 역할을 하는 흡입구는 번호판 아래 중앙부 영역이다.
헤드라이트의 주간 주행등은 여섯개 영역으로 분할되어 있다. 헤드라이트의 바깥 렌즈는 하향등이며 안쪽 렌즈는 상향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엔진이 위치한 후드에도 볼륨감 넘치는 곡선과 선을 그려넣어 역동적인 매력도 지녔다.
측면부에 그려진 선은 르노 본사가 디자인한 모델들과 동일한 패턴을 유지했다. 쐐기 형태를 띄며 전면에서 후면으로 향하는 형상이다. 이를 통해 측후면이 든든하고 안정감 있게 정리되어 보인다. 휠, 타이어 사이즈는 245/45R20로 금호 타이어의 크루젠 HP71이 장착됐다. 하이브리드 모델과 다른 점은 없으며 타이어 내부에도 동일하게 폼이 장착되어 정숙성에 도움을 준다.
후면부는 최근 디자인 트렌드에 부합하는 가로형 램프를 채택해 차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리어램프에는 크리스탈 2D 타입의 풀 LED가 적용됐다. 그 밖에 범퍼 하단은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다.
INTERIOR (실내 및 구성)
알핀 버전의 실내 디테일은 화려했지만 어두운 톤 위주의 컬러로 구성됐었다. 한편 이번 가솔린 모델에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퀄팅 라이트 브라운 인테리어가 적용되어 알핀 디테일이 없더라도 아쉽지 않았다. 어두운 인테리어가 취향이 아니라면 대안으로서 라이트 브라운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도어 트림의 엠비언트 라이트 디테일도 알핀 버전과 다르다. 알핀 버전이 보다 복잡한 엠비언트 라이트 디테일을 갖췄다. 그 밖에 플라스틱 소재는 코팅을 더해 알핀 버전과 차이는 없다.
실내는 오픈 R 파노라마 스크린을 중심에 둔 모습이다. 동급 경쟁 차종 중 보조석 디스플레이도 르노 콜레오스의 강점이다. 12.3인치의 메인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독립 작동한다. 계기판 디자인은 하이브리드 모델과 큰 차이는 없지만 바(Bar)형태의 RPM 게이지가 적용되어 있다.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및 스티어링 물리 버튼의 기능들도 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버튼의 작동감각도 무난하며 간결한 구성으로 사용하기 좋다. 스티어링 열선은 3단계로 따뜻함을 조절할 수 있다.
동급 차종 중 스티어링 열선에 이렇게 세심한 기능을 넣은 모델은 지금까지 본적이 없다. 동절기를 앞둔 이 시점에 너무 뜨겁지 않은 적당한 온기를 따스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이 기능은 봄, 가을철에 매력으로 다가온다.
시트의 형태도 알핀 버전과 동일하지만 소재와 패턴이 다르다. 심플한 퀄팅 패턴을 갖췄으며 쿠션은 적당한 단단함으로 편안한 여정을 보낼 수 있다. 당연하게도 통풍과 히팅 기능을 적용해 아쉬움이 없다. 뒷좌석 시트에도 히팅 기능이 갖춰지며 별도의 공조장치 컨트롤 디스플레이 및 USB 포트도 지원된다.
한편 통풍 및 히팅 기능들을 섬세하게 다듬어냈지만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통해서 조작하기에는 거쳐갈 단계가 많기 때문이 불편함이 없지 않다. 하지만 콜레오스는 누구(Nugu) 오토 음성인식 기능을 제공하기에 편리한 접근성을 완전히 저버린 것은 아니다.
르노코리아가 선보인 최신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콜레오스에 적용되어 있는데 반응 속도가 다소 아쉽다. 메뉴간 전환이 신속하지 않아 다음 화면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카플레이 화면에서 차량의 설정메뉴로 전환할 때 또는 스티어링의 볼륨 다이얼을 돌려서 조절할 때 화면 간 시간차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프로세서가 해낼 수 있는 사양 대비 구현 해놓은 인터페이스가 너무 무겁지는 않나 생각하게 된다. 추후 최적화를 통해서 개선되면 좋겠다.
그 밖에 사운드는 보스(Boss) 시스템 적용으로 10기의 스피커가 탑재된다. 센터 스피커 및 서브 우퍼도 갖춰지는데 주로 베이스가 강조된 성격이다. 자동 주차 기능도 지원한다. 일부 브랜드 중에서는 높은 구현 난이도 때문에 탑재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
N.V.H (정숙성)
80km/h 주행 소음은 59.4dBA이 계측됐다. 동급 모델과 비교했을 때 조용한 편이다.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주행 소음은 60.3dBA,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59.7dBA였으며 싼타페 2.5 가솔린 터보 모델은 동일 노면에서 60.4dBA를 기록한 바 있다. 동일한 차체에 파워트레인이 다를 뿐인 콜레오스 하이브리드도 같은 소음값 59.4dBA가 계측됐다는 것도 재미있다.
전면 유리의 두께는 약 5mm, 후면 유리는 4mm이며 타이어도 하이브리드 모델과 동일한 금호 크루젠 HP71이 장착되어 있다. 타이어는 공명음을 줄여주는 폼이 타이어 내부에 둘러져 있다. 콜레오스의 정숙성에는 출고 타이어의 역할도 크다.
PERFORMANCE (기본 성능)
콜레오스의 시승은 오토뷰 로드테스트 팀이 첫번째로 누적 주행거리는 300km를 겨우 넘어선 상태였다. 차량의 일부 내장재에는 아직도 출고 상태의 포장 비닐이 부착된 채로 말이다. 제동 시스템의 길들이기가 완료되지 못한 채로 계측이 시작됐다.
100-0km/h 기록은 최단거리 39.40m로 콜레오스 하이브리드보다 짧은 최단거리를 달성했다. 콜레오스 하이브리드의 최단거리는 41.13m, 평균 42.62m, 최장 43.65m였다. 2리터 터보 모델도 하이브리드와 유사한 제동 지속성능을 보였는데 평균 41.48m, 최장 42.28m를 기록했다.
제동 성능에 영향을 주는 타이어 및 제동시스템 구성은 동일하고 유일하게 다른 점은 차량 중량인데 하이브리드의 무게는 실계측 기준 1752kg, 2리터 터보 모델은 1682kg으로 70kg의 무게 차이가 얼마나 제동 거리를 줄일 수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0-100km/h 가속 성능 기록은 기대보다 만족스러웠다. 최단기록 7.96초를 기록해 역시 콜레오스 하이브리드의 기록 8.32초보다 빨랐다. 가속 기록의 유지도 하이브리드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이브리드는 발진 가속 회차가 반복될수록 가속 기록이 계속 늘어졌는데 변속기의 열에 대한 대응이 부족한 것으로 예상됐다.
2리터 터보 모델의 발진 가속 기록이 좋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정지상태에서 발진 순간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을 늦게 펼쳤다는 것이 유효했다. 덕분에 빠른 발진 가속에 유리한 적당한 정도의 휠스핀이 발생할 수 있었고 이는 발진 순간 엔진 회전수를 높여 속도를 높일 순발력으로 연결됐다. 2리터 터보 모델은 전륜 구동 이외에 사륜 구동 모델도 준비되어 있다. 사륜 구동 모델은 8단 변속기를 탑재하고 공차중량은 110kg 더 무거우므로 콜레오스 트림 중 이번에 테스트한 전륜구동 2리터 터보 모델보다 빠른 가속력을 가진 모델은 없다 봐도 무방하다.
고속 주행 연비는 17km/l 수준으로 무난했다. 하이브리드는 고속 주행보다는 가감속이 반복되는 도심 주행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음이 설명된다. 반면 가솔린 터보 모델은 가감속이 최소화된 고속도로 주행에서 최적의 효율을 얻을 수 있다.
HANDLING (핸들링)
차량이 주는 감각들은 어떨까? 가속 페달은 가볍고 밟았을 때 페달 입력으로부터 시작되어 엔진 그리고 변속기까지 연결되는 직결감이 좋다. 내연기관 모델이지만 전동화 모델에 근접한 깔끔한 감각이다. 한편 가속 페달의 입력에 따라서 엔진이 내는 힘은 아쉬운데 출력이 모자라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의도적으로 연비 또는 저속 영역을 위해 감춘 듯해 반응에서 다소 답답함을 느낄 운전자도 있겠다. 한편 르노의 준중형 모델인 XM3는 초기 가속에서 약간의 지연반응 이후 밀려오는 토크로 인해 저속 영역에서 부드럽게 주행하기 어려웠는데 그러한 불만이 콜레오스를 탔을 때는 없다.
제동 페달의 조작감은 가볍다. 페달의 초반 영역에 제동력이 강한 편이다. 가속 페달과 더불어 가벼운 제동 페달은 콜레오스가 가진 섀시의 견고함과 어울리지는 않는다. 적응하게 되면 문제가 될 내용은 아니지만 프리미엄 차량급의 차체를 갖춰놓고 준중형급의 조작감이 느껴지니 아쉽다는 이야기다. 페달의 조작감이 독일, 북유럽 성향의 진중하고 묵직한 스타일이었다면 콜레오스의 판매 가격의 두배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모델들과 조작계 감각을 견주어도 운전자가 느끼는 감성 측면에서 전혀 아쉬움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기존의 르노 모델에 충성도를 지닌 소비자나 다양한 계층의 운전자를 배려한 선택이라면 납득된다.
스티어링 반응에 따라 차체는 날렵하게 따르며 스티어링의 중앙 영역을 포함해 촘촘한 해상력을 갖춰 운전자는 굽어진 도로에서 섬세하게 차량을 조작할 수 있다. 르노가 잘해왔던 영역이며 스티어링 감각에서 항상 칭찬을 받는 혼다의 모델들과도 유사한 감각이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엔진이 토크를 극적으로 발휘하는 상황에서의 스티어링 감각이다. 콜레오스는 엔진 토크가 극적으로 발휘되는 급가속 상황에서 스티어링이 다소 무거워진다. 토크 스티어가 발생할 때와 유사한 감각이다. 물론 일상영역에서 이러한 현상을 자주 마주하는 운전자는 극소수일터, 하지만 르노의 이름 앞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콜레오스가 속한 중형 SUV는 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다양한 모델들이 포진한 만큼 모델별로 스티어링을 따르는 핸들링 및 안정성도 천차만별로 다르다. 차체 크기가 큰 만큼 스티어링을 급격하게 조작했을 때 크기가 고스란히 체감될 정도로 버겁게 스티어링을 겨우 따르는 모델들이 있는가 하면 차체 크기가 망각될 정도로 날렵하고 직결된 반응을 선보이는 모델들도 있다. 콜레오스는 단연 후자에 속한다.
후륜 지지감을 비롯해서 자세제어시스템의 세련미 덕분에 급격한 움직임을 고속에서 연출해도 안정감이 돋보인다. 또한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했을 때 콜레오스 터보는 하이브리드보다 전륜 축의 무게가 1%가량 더 몰려 있음에도 핸들링 감각이나 안정성을 거의 동일하게 갖춰졌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RIDE (주행 및 승차감)
승차감은 단단한 감각을 기본으로 유격감을 억제해 깔끔한 편이다. 요철을 넘을 때 전달되는 감각은 둥그스름하고 부드럽다기 보다는 전달 시간이 빠르고 날선 감이지만 전달되는 충격량은 크지 않아 불편함은 없다. 이러한 세팅으로 큰 요철을 넘어들 때 상하운동이 최소화되어 경쟁 국산차와는 다른 성향의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횡방향의 기울어짐도 잘 억제되어 견고한 감각이 취향인 소비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
ADAS (운전자 보조 시스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평소 액티브 드라이브 어시스트 또는 어댑티브 크루즈 사용 상태가 아님에도 차선 유지 개입이 매우 적극적이다. 그러나 적극성이 다소 높게 설정되어 스티어링에 높은 토크를 걸어 운전자의 조작에 개입하는 패턴이다. 외려 이러한 적극성이 운전자의 실질적이고 유효한 조향 보정 행위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일상 주행에서 스티어링이 차선 유지를 위한 개입을 진행에 있어 스티어링에 개입하는 토크를 낮추거나 개입 빈도에 대해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조절해줬으면 좋겠다. 모처럼 스티어링 감각이 훌륭한 차량인데 스티어링 시스템의 잦은 개입으로 이러한 장점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자는 시승 중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을 끄고 주행했다.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을 끄더라도 액티브 드라이브 어시스트 모드를 활성화하면 차선 유지 기능도 함께 활성화되므로 끄고 주행한다고 해서 딱히 불편하거나 기능적으로 손해를 보진 않는다.
차간거리 유지 기능의 능력은 정차 및 출발 상황이 아닌 환경에서는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간혹 경우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제동을 거칠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후 세련되게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정차 출발 상황에서는 가속을 붙이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고 가속량이 소극적이라 차간거리를 지나치게 벌려놓는 것이 불편했다. 당연히 앞차와 넓게 벌어진 거리 사이로 옆차선의 차들이 끼어드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ADAS 시스템의 업데이트가 잦은 독일 프리미엄 모델들은 정차 출발 상황에서의 인지, 판단, 제어의 처리 속도가 빠르고 그에 따라 차간 거리를 적극적이지만 안정적으로 좁혀 대열 주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콜레오스의 경우 ADAS 기능이 쓸만은 하지만 좋다는 인상은 아니므로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된 성능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