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뷰 에피소드

제목

[세대별 기본기의 변화] 답변 드립니다.

아이디
김기태 PD
등록일
2024-10-13 13:24:21
조회수
1458

안녕하세요. 오토뷰 김기태PD입니다.

 

좋은 아이디어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어렵다는 점에 사과드립니다.

자동차 업계서 살아온지 25년입니다. 근데 점차 시장과 문화, 그리고 미디어 산업이 퇴보되어 가고 있음을 많이 느낍니다. 우리 시장의 눈높이가 가장 높았던 정점의 시기, 미디어들이 제 역할을 하던 시기도 대략 10~15년 전 사이로 기억합니다. 국산차들도 이시기 개발된 차들은 완성도가 크게 향상되었었죠.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니까요.

 

지금은 올바른 정보를 원하는 소비자 보다 듣고 싶은 것만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같은 이유로 저희도 시장의 10%를 타겟으로 합니다. 경험을 통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기본기 확인... 이를 시각적으로...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느끼는 것을 시각화 하기 위해 또한 이를 객관화하기 위해 각종 장비를 사용해 분석을 해야하니까요. 장비 등은 이미 보유하고 있어 가능은 합니다. 단지 시간 투자 대비 아웃풋을 냈을 때에 대한 고민...

그렇게 해서 얻는 건.. 아마도 욕 뿐이겠죠. 누군가 왜곡한 정보를 커뮤니티에 나르고, 누군가는 다시 이를 확대하는 업무를 할 것이고요.

 

예로... 자! 나무 10그루가 있습니다. 여기서 8그루를 빼면 몇그루가 남을까요? .. 이거 암산이면 되는데, 이를 보여주기 위해 실제 나무 8그루를 베고 남은 나무를 세야 한다는 것이죠. 근데 그렇게 보여줘도 두번째에 자른 나무의 크기가 작아서 하나로 보기 어렵다는 둥, 나무의 길이가 각기 다르니 공정하지 않다는 둥.. 팩트에서 벗어난 논리로 피곤한 싸움을 하려는 사람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 뿐 아니라 문해력 떨어지는 겉만 성인들도 많거든요.

 

또한 기본기가 떨어지는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상당수는.. 이 가격에 이런 구성은 없다고 말합니다.

즉 일부 눈에 보이는 구성(편의장비)만 보겠다는 것이죠.

- 90% 소비자가 110km/h 미만으로 달리니 고속 안정감 상관없다.

- 긴급회피나 슬라럼 같은 것도 우리 일상과 거리감이 크다... 이렇게 말합니다.

고속도로에서 휘청거리다 미끄러지는 블랙박스 영상은 그저 남의 얘기로만 보는 경우도 많죠.

 

근데 막상 이 차로 얼마까지 달려봤어요? 하고 물으면 자랑스럽게 180~200km/h 이상을 말하는 경우도 많은데., 기본기 얘기만 나오면 100km/h 미만 거북이 주행만 한답니다. 타이어는 성능 떨어지는 싼 것만 찾으면서 차량 특성에 의한 미끄러짐 얘기는 더더욱 남의 얘기로만 듣죠.

 

시장의 소비자들은 이미 나눠져 있습니다. 이미 고급차들을 통해 체감적 경험을 많이 갖고 있는 경우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기본기 좋은 차, 안정적인 차를 구입합니다.  또다른 그룹은 자동차의 만듦새 보다 비싸보이는 차만 구입합니다.

 

물론 나중에는 알게 되지요. 이때(나중에 중요성을 알았을 때)의 배신감이 더 커집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그리고 꼭 비싼 고급차가 아니라도 기본기 좋은 대중 브랜드 차들로 경험을 쌓은 분들도 많습니다. 비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거든요.)

 

안정감 및 직진성 저하는 은근히 피로한 운전 환경을 만듭니다. 특히 비싼차들은 우리가 쓰든 안쓰든 기본기와 안정성을 갖춰야 합니다. 그 차의 비싼 가격엔 편의장비 몇개를 넘어선 설계 단계부터 오랜 기술과 노하우가 반영되니까요.

 

남성들이 좋아하는 고가의 시계도 결국 디테일한 아나로그적 기술과 감성, 다시 헤리티지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이 때문에 고가를 지불합니다. 화려함에 편의성만 따지면 가볍고 기능성 많은 스마트 워치가 최고죠. 그것도 중국산이면 가격까지...

 

아울러 국내 브랜드가 못해서 안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준을 높였다가 소비자들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니 다시금 수준을 내린 것입니다. 제조사 연구원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제가 만난 부류는 두가지였습니다.

두가지입니다.

1, 거봐 수준 낮추니까 잘팔리지?

2. 이렇게 불안정하게 가면 안되는데, 이게 좋은 승차감도 아니자나... 근데 제대로 만들면 (소비자들이) 아쉬움이 많다하니...

 

상품의 가치를 위해 제대로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결국 그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건 소비자입니다.

유럽으로 가면 현대기아차도 직진성, 안정감 향상됩니다. 그러니 해외 매체들도 일부 차들에 대한 칭찬을 하고 있고요. 근데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의 칭찬만 보고 그차와 내가 타는 차가 다르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껍데기만 같을 뿐인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섀시 셋업에 대한 기술보다 마케팅, 홍보비 지출을 늘려 판매량을 늘려가는 것이 지금 우리 시장의 문화입니다. 근데 이게 나쁠까요? 제가 제조사 경영진이라도 그리 하겠습니다.

그러나 미디어 관점에서는... 특히 차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아쉬움이 크죠.

 

정리하자면 기본기의 중요성을 아는 분들은 이미 충분히 알고 계시고, 이를 감안해서 차를 구입하시는 중이며 중요시 하지 않은 분들은 그 무엇을 보여드려도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상한 이론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고요.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장기적 측면서 이점이 더 많다는 것이죠.

 

좋은 제안이신데... 이런 답만 드려야 하니 아쉽네요.

 

향후... 기본기 좋은 차들 중에서 누가 더 최고인가... 이런 것은 다뤄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p.s 참.. 이 글을 혹시라도 어떤 분이 업무적(?)으로 퍼가실 수도 있는데 ... 그 분도 알아야 할것이 지금 하는 일이 매우 돈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어떠한 기업이 자사 이익을 위해 다른 기업이나 개인을 공격했다면...

만약 제보자에 의해 피해자가 이를 알고 가해자와 딜을 한다면 그 가치가 얼마나 될까요? 이건 현직이건 전직이건 상관없습니다. 사실이 중요할 뿐이죠. 또한 제보자는 직접 나설 필요로 없고... 무엇보다 최초 제보 1인에게만 혜택이.... 저는 30% 드리겠습니다. ^^ 

작성일:2024-10-13 13: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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