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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그랑 콜레오스] 답변 드립니다.

아이디
김기태 PD
등록일
2024-09-16 15:42:20
조회수
4146

안녕하세요. 오토뷰 김기태PD입니다.

 

역시 날카로운 질문! 주셨네요.

영상에서 제가 말하지 않는 내용입니다. 

 

자동차 업계, 정확히 연구원들은 다 아는 내용인데, 지역별 튜닝을 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입니다. 국내 차들도 한국형이나 북미형은 유사하나 까다롭게 성능을 요구하는 유럽형은 서스펜션, 브레이크, 타이어 등 출력을 제외한 성능 강화 튜닝을 해서 완전히 다른 감각을 보이게 만듭니다. 

 

아시다시피 르노의 그랑 콜레오스는 CMA를 기반으로 지리와 르노가 협업해 만든 것입니다.

 

파워트레인도 이들이 공동 투자한 합작사에서 가져왔고요. 먼저 지리 버전으로 출시, 그 다음 한국, 이후부터 다른 지역에도 판매됩니다. 일단 시기적으로 보면 리스크 검증을 지리 브랜드에서 끝냈고 콜레오스 버전은 한번 더 문제 발생 가능성을 줄여 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파워트레인의 출력이 다르죠.

 

질문 주신것처럼 여기서 부터 핵심 얘기가 되는데, 플랫폼 개발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비용이 많이 들죠. 대신 하나만 잘 만들면 여기서 파생모델을 어렵지 않게 뽑아 냅니다. 물론 플랫폼이 같다고 동일한 차, 성능이 같은 차가 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좋은 기본틀을 가져와 자사의 노하우를 결합해 만들고, 누군가 코치를 잘해주면 의외로 좋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지리, 일부 중국차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랑 콜레오스가 QM6 수준에서 차체만 늘린 주행 수준을 예상했는데, 완전히 다른 모습이더군요. 핸들링, 특히나 타이어나 섀시 개발자들이 중시하는 스티어링 중앙부에서의 민첩성이 대단했습니다. 국산 동급에서는 이런 느낌 가진 차가 없습니다. (다만 국내 동급 모델의 유럽 수출형은 다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랑 콜레오스의 섀시나 타이어 등은 국내서 튜닝한 것입니다. 영상 내 타이어 얘기에서 원래 폼이 없었다가 막판에 넣었다고 얘기드렸는데, 국내서 개발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해외서 개발했다면 공급사가 어디던 단기간 안에 개발 내용을 수정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유럽에서도 중국 전기차의 마켓 쉐어가 꽤 높다고 하죠. 가격적 이점에 기술... 이들은 자본으로 기술을 득합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그저 중국하고 무시하겠지만... 지금 폭스바겐 공장 하나를 접네 마네 하는 것도 중국 전기차에 밀렸기 때문입니다. 폭스바겐 뿐 아니라 스텔란티스, 르노도 상황이 나쁩니다.

 

이제 그들(지리)의 파트너 또는 산하에 볼보, 로터스, 르노, 벤츠 등이 있습니다.  대놓고 가져와 쓰는 기술도 있지만 티안나게 공유되는 기술들도 점차 늘고 있고요. 이제.. 아니 앞으로 그들의 수준이 계속 중위권 또는 하위권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번에 진짜 많이 놀랐거든요. 

지리던 뭐든 기본 베이스가 좋지 못하면 르노가 튜닝을 하던 포르쉐가 튜닝을 하던 성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원재료가 나쁜데 쉐프가 온들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과거 벤틀리를 타보면.. 비싸지만 그닥인 장식품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우디, 포르쉐 기술이 들어가기 시작한 이후엔 매우 안정적인 독일 스포츠세단 수준의 능력을 갖게 되었지요. 역으로 람보르기니는 아우디 기술 공유로 시스템의 안정성과 내구성을 높이게 되었고요.

 

처음엔 카피부터 시작하지만 여기에 자본을 통한 기술이 가미되고, 여기에 노하우가 쌓이면 그때부터 상황은 달라집니다. 자동차 산업 뿐 아니라 전자 등 여러 분야가 그렇죠. 

 

좀 다른 얘기지만 짜증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기것 비싸게 구입한 국산 브랜드의 노트북은 베트남 생산, 4백만원이나 주고 구입한 수입 브랜드 노트북은 중국산...

 

몇년전 처음 구입한 프리미엄 노트북이 dell의 XPS(거의 풀옵)였는데, 그것도 400만원대였습니다. 그러나 배터리가 BYD였죠. 근데 CMOS에서 그 정보를 자랑스럽게 띄워놓고 있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타이어 시장을 볼까요?  국내 최대 규모인 한국 타이어가 글로벌 7위 정도입니다. 그 다음 중국이나 대만 인도 타이어들이 수두룩 순위를 지킵니다.

 

금호나 넥센 순위보다 앞서는 중국 브랜드 타이어도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죠. 물론 그들 중국 브랜드의 내수 시장 역할도 크겠지만 타이어 업계에서 중국 브랜드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적어도 개발자들은 무시하지 않죠. 고차원으로 올라갈수록 서로의 수준을 잘 파악하니까요. 관전자가 모르는 선수들 세계의 얘기입니다.

 

이런저런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뭐 당장 중국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대대적으로 치고 들어오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미 준비 중이긴 해요. 제가 테스트하는 자동차 안전연구원에서는 다양한 차들을 만날 수 있는데, 국산 전기차 보다 월등히 고급스럽고 좋아보이는 중국산 전기차들이 들어와 시험을 하곤 합니다. 국산 전기차들 장비도 많고 고급스럽다고 하죠? 근데 작정하고 만든 고가형 중국 전기차 보면 국산 전기차는 그냥 딱 대중차로만 보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동안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지리가 개발의 중심에 있다고... 그들의 소속 국가가 중국이라고 그 안의 핵심 엔지니어까지 중국인은 아닙니다.  

 

주제가 너무 무거웠죠?

 

즐거운 추석 되세요.

작성일:2024-09-16 15: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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