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토뷰 김기태PD입니다.
같은 자동차라도 국가별 성향에 따라 튜닝이 달리 이뤄집니다.
가령 저희가 스테빌리티 부분 지적한 기아 EV9을 예로 해외 모델과 국내 사양은 섀시와 타이어가 다릅니다.
쉽게 말해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5N을 같은 차로 보는 소비자는 없을 것입니다. 파워를 논외로 했을 때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하체 쪽 셋업이죠.
근데 이거 몇명이나 알까요? 자동차 개발 관련자들 아니면 잘 모릅니다. 전문 기자들이요? 잘 모릅니다. 유튜버들이요? 전문 기자들도 모르는데, 유튜버 분들이 알 수가 없죠.
성능이 떨어지는 차는 국내 사양입니다. 한국 소비자들 수준이 높다... 과거엔 그랬지만 요즘은 아닙니다. 물론 수준이 높은 척하는 것을 즐기긴 합니다. 유튜브 보면 다 얘기해 주거든요. 다만 그것이 맞고 틀린지 모르고 단순히 흡수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근데 소비자들의 수준을 제조사들이 그 부분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똑바로 못가건 뒤로 못가던 일부 조건만 채워주면 만족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불만? 여론은 그저 재우면 그만입니다. 커뮤니티의 게시판이 순수 소비자들의 것이라 생각하는 바보는 없을 것입니다. 그 결과 만약 누군가 불만을 올린다? 한순간에 폭탄을 맞게 되겠지요.
(굴당이 그리 망가진 것을 보니 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과거엔 현업 사람들과 같이 놀던 정보 교류, 토론의 장이었는데...)
자동차의 기본은 직진, 회전, 정지입니다. 이게 제가 주장하는게 아니라 업계 상식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ydfGPSbNnM
2010년대 중반... 이 맘때였습니다. 현대차는 똑바로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차... 쉽게 말해 기본기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소비자들은 그냥 승차감이 좀 별로... 핸들링 모르니까 그냥 부드럽게... 똑바로 못가는 차가 어딨어? 그냥 부드럽게... 이렇게 요구합니다.
그 결과 현대차가 완성도 높았던 몇몇 모델이 뼈대없는 오징어 마냥 흔들리는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죠.
제네시스 G80, GV80, 그랜저, 팰리세이드 페리 등등...
직진성... 당연히 안좋습니다. 현대의 잘못일까요? 아니죠.
그저 소비자들이 만들어 달라고 한 요구대로...
그럼 왜? 갑자기 이런차들이 나올까요?
과거 한국차는 물렁물렁 침대같았습니다. 핸들링이 뭐야? 직진성이 뭐야? 심지어 브레이크 설계에 대한 개념도 없었죠.
그러다 2000년대초반부터 수입차들이 들어옵니다. 어? 이게 뭐지? 신세계....
저도 그 신 문명을 맛본 사람 중에 하나였고요.
그러다 보니 자꾸만 그 신문명을 맛본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친구의 안부 인사에 그랜저로 답합니다'라는 광고가 TV에 나올 즘 현실은 어땠을까요?
아직도 국산차 타? 너 핸들링이 뭔지 알아? 승차감? 물렁거리며 멀미나는 게 좋은 승차감 같지? 내차 타볼래? 안정감이란게 이런거다.
결국 현대차도 달라집니다. 우리도 해보자... 그런데 처음부터 성능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승차감도 일정 수준은 해야되는데...
현대차 내부에서도 전쟁이 벌어집니다. 그냥 물렁물렁이 맞아! 아냐... 그래도 이번엔 바꿔야 해!
두 이념간의 전쟁 속에서 그래도 과감하게 성능을 올려봅니다. 근데 소비자들은 높아진 성능 대신 승차감이 딱딱하다고만 얘기합니다.
이 가운데 비어만 사장이 와서 셋팅을 합니다. 응! 이 정도 하드한 정도는 괜찮아 성능과 승차감 균형이 맞아야지!...
근데.. 여러가지 이유로 비어만 사장이 떠납니다. 우리가 아는 아름다운 얘기 뒷면에 또 다른 얘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고문으로 남았다고요? 회사들 안다녀봤어요? 고문에게 얼마 만큼의 권한이 있을까요?
결국 승자는 다시금 성능 아몰랑~ 물렁물렁파에게로 돌아갑니다. 소비자들도 좋아고 합니다. 내차 물렁물렁 승차감 킹왕짱! 내차가 좋으니까 많이 팔리는거 아니겠어?
그러면서 수입차들을 무시합니다. 그거 승차감 나쁘고, 통풍시트도 없고... 그거 타면 카푸어다!
이렇게 현대차 vs 나머지 차 들 사이에 감정 전쟁이 한창입니다.
중요한 것은 일부 모델에서는 직진성이나 핸들링이란 개념이 없다는 것이죠. 현대차 연구원이 무능해서?
연구소 내부에도 밸런스와 성능 높이고자 목소리 내는 층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갈지자 주행법을 만든 건 일부 소비자들과 유능한 임원들 덕분입니다.
물론 정상적인 차들도 나오긴 합니다. 싼타페, 쏘렌토는 나름대로 밸런스를 잘 잡았어요. CN7도 좋은 차죠. DN8도 그렇고요.
소비자들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 기업과 상품은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게 부족해요 라고 말하면 어떤가요?
나는 괜찮으니까 유난떨지마... 너 오너 아니지? 인증해봐! 차는 유지할 수 있냐?
별별 댓글이 달립니다.
내가 오너라면 돈들여 연구개발하며 개선할까요 안할까요? 승차감 잡으면서도 직진성, 성능 다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수형에서는 하나만 추구해도 됩니다. 시장 눈높이에 맞추면 될 뿐이죠.
즐거운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