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기다릴 수 없어! 아우디 RS Q 이트론. 내달 UAE 데저트 챌린지 도전

  • 기자명 박종재 에디터
  • 입력 2022.03.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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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르 랠리 최초이자 아우디 최초의 일렉트릭 레이스카, RS Q 이트론이 데뷔한지 약 2달이 지났다. 첫 번째 도전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아우디는 내년 다카르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한다. 다음달 UAE 데저트 챌린지에서 데뷔 시즌 첫 번째 우승을 노릴 예정이다.

WRC에서 콰트로를, 24h 르망에서 디젤 엔진과 하이브리드를 투입하며 새로운 기술 혁신을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검증해 온 아우디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임했다. 그 도전은 수십년 역사의 이 레이스 시리즈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고, 아우디에게도 처음 시도되는 도전이었다. 바로 전기차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를 달리는 것이다.

2021년 말 아우디는 다카르 랠리 참가를 선언하며 새로운 프로토타입 랠리카, RS Q 이트론을 소개했다. 이 랠리카는 대단히 파격적인 기술을 갖고 있었다. 다름 아닌 일렉트릭 드라이브 트레인을 가진 첫 번째 다카르 랠리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EV는 아니었다. 사우디 아라비아 사막 한 가운데서 배터리 충전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이 랠리카는 DTM에서 사용했던 TFSI 엔진을 발전기 삼아 사용했다. 분명 구동은 전기모터지만, 내연기관이 충전용 발전기로 쓰인다는 점에서 일종의 하이브리드였다.

이미 포뮬러E나 ETCR과 같은 전기자동차 레이스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게다가 아우디는 벌써 포뮬러E를 경험한 브랜드였다. 그런 그들이 굳이 다카르를 다시 찾은 이유는 명백하다. 총 주행거리 7,000km에 달하는 사우디 아라비아 사막 횡단 레이스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지독한 환경이며, 따라서 이 환경을 뚫고 완주에 성공한다면 자신들의 전기차 기술이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과연 이글거리는 지면의 열기에 배터리가 제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끊임없이 날아드는 고운 모래 먼지에도 드라이브 트레인에 고장이 없을지 등등 내연기관 자동차로 도전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결국 스테판 피터한셀이 몰았던 한 대의 RS Q 이트론은 중간에 사고로 수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끝내 리타이어 했다.

그러나 카를로스 세인츠와 또 한 명의 랠리 드라이버가 몰았던 두 대의 RS Q 이트론은 완주에 성공했고, 그 중 하나는 9위로 오프로드 랠리를 마칠 수 있었다. 검증을 위한 시간과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도전한 결과치고는 상당히 좋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경쟁팀인 도요타와 미니 그리고 프로드라이브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특히 특정 구간에서 RS Q 이트론은 무서운 퍼포먼스를 발휘했다. 다른 랠리카들이 뜨거운 열기로 인한 출력 저하와 먼지로 인해 정비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과 달리 RS Q 이트론은 거침이 없었다. 열기와 상관없이 모터는 늘 강력한 출력을 발휘했고, 흡기가 필요없기 때문에 정비에 걸리는 시간도 현저히 짧았다. 덕분에 경쟁팀들은 아우디가 보여준 스피드에 놀랐고, 결국 다카르가 포뮬러1처럼 하나의 브랜드에게 지배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물론 1위와 2위를 차지한 도요타와 프로 드라이브가 토로한 불만은 엄살에 가깝지만, 아우디의 스피드는 이들을 불안에 빠뜨릴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경쟁팀들이 질투를 한 몸에 받으며 나름대로 성공적인 데뷔 신고를 마친 아우디는 공식적인 일정으로 보자면 내년 1월 1일이나 되어야 다시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1년씩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약 7,000km를 주행하며 막대한 경험을 쌓은 아우디는 곧바로 내달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무대는 모래 폭풍이 기다리는 사막이다. 이들이 참가하는 레이스는 1991년에 시작한 역사 깊은 사막 랠리, UAE 데저트 챌린지다. 정식 명칭은 FIA 월드 랠리 레이드 챔피언십이며, 올해 다섯 개의 레이스가 예정되어 있다. 그 중 다카르 랠리가 첫 번째 레이스였고, 이어지는 레이스가 아부다비 데저트 랠리로 이름을 바꾼 사막의 랠리다.

총 주행 거리는 약 2,000km로 다카르와 달리 5일 동안 랠리가 진행된다. 게다가 웨이포인트가 미리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카르 처럼 길을 찾지 못해 시간을 허비할 일은 없다. 다만 시간이 촉박하고 주행거리가 짧아 어떤 의미에서는 다카르보다 더 가혹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고장이나 사고를 수습할 시간이 대단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랠리는 거의 80%가 모래 사구(Dune)를 타 넘어야 한다. 차체에 끊임없이 충격이 가해질 예정이어서 배터리팩의 내구성을 테스트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일 수 있지만, 드라이버는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다. 특히 가파른 사구의 정상에 오르면 아래에 무엇이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심리적 압박은 WRC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카르에서 사고로 리타이어했던 스테판 피터한셀이 함께 한다는 점이다. 그는 이미 이 레이스에서 6번이나 우승을 경험했으며, 따라서 모래 사구 뒤에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스테판은 이번 레이스에서 우승을 자신했다. 특히 RS Q 이트론의 전기모터가 모래 사구를 헤쳐나가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 확신했다.

과연 아우디는 데뷔 첫 해에 월드 랠리 레이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WRC, 24h 르망에 이은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번 시즌 두 번째 사막 랠리 도전은 오는 3월 5일부터 10일까지 아부다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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