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민들레, 어망, 옥수수... 당신의 자동차도 이것으로 제작됩니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2.01.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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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고급 자동차는 천연 가죽, 천연 원목, 탄소섬유, 리얼 메탈 등 각종 고급 소재 사용을 부각했다. 보다 사치스럽고 구하기 힘들며 많은 손을 거친 요소들을 통해 차 1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자동차 제조사들의 사회 공헌 경영이 중시되면서 차 만들기 방식도 바뀌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자동차의 등장은 자동차 자체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까지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제 가죽이나 원목, 카본보다 페트병, 유채꽃 등과 같이 자동차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소재들이 사용되고 있다.

현대 아이오닉 5와 기아 EV6에는 페트병을 재가공한 원사로 만든 시트, 도어, 바닥 매트 등이 적용된다. 대략 차량 1대당 75병 분량의 페트병이 사용된다.

또 유채꽃,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 성분을 이용한 페인트도 사용된다. 도어 트림이나 대시보드 등 부위다. 시트에는 사탕수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으로 만든 직물이 사용된다. 시트 가죽 염색 공정도 식물성 오일이 활용된다.

제네시스 eG80에도 천연염료 가죽이나, 페트 재활용 원단 등이 이용된다. 원목 장식을 만들기 위해 가구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나무를 사용했다. 수소 연료전지차 현대 넥쏘에는 대시보드를 비롯한 센터페시아 등에 바이오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국산차뿐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C도 재활용 페트를 활용해 실내 곳곳을 제작했다. BMW는 i3 제작 공장 자체를 100% 풍력 및 태양광 발전으로 얻어진 전기로 가동할 수 있도록 했다. 차량을 폐차하면 95%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직물 시트는 양모와 페트병을 재활용했고 가죽 시트는 올리브 잎을 사용해 태닝했다. 또 유칼립투스를 사용해 실내를 꾸몄으며, 원목도 국제 삼림관리협회(FSC, 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을 받아 벌목된 나무만 사용했다.

볼보는 2025년까지 신차에 사용되는 소재의 25%를 재활용 또는 바이오 기반 소재로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차세대 신차에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 스웨덴과 핀란드의 지속 가능한 숲에서 얻은 바이오 기반의 소재, 와인 산업에서 재활용된 코르크 등 재활용 재료로 만든 인테리어 신소재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양모 공급망의 완전한 추적성과 동물복지를 위해 책임감 있는 생산이 인증된 공급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울 혼방 옵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이보크 시트에 유칼립투스 직물이 사용됐으며, 스웨이드 질감을 만들어내는 다이나미카에는 53개의 페트병이 사용됐다.

아우디의 신형 A3에는 시트에 1.5리터 용량의 페트병 45개가 사용된다. 카펫에 사용된 페트병 개수는 62개로 더 많다. 이외에 내장 부품, 단열재 및 흡수재, 트렁크 사이드 패널 등이 2차 원료로 만들어진다.

전기차 e-트론 GT도 마찬가지다. 페트병이나 직물, 잔여 섬유를 바탕으로 만든 인조 가죽이나 직물, 극세사 등이 사용된다. 카펫과 매트 등에는 폐기물이나 오래된 어망 등에서 추출된 재활용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에코닐(Econyl)로 제작됐다. 휠도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과정을 거치는데, 제련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알코아(Alcoa) 20인치 알루미늄 휠을 사용한다.

형제 모델인 포르쉐 타이칸도 마찬가지. 에코닐로 만들어진 바닥 매트를 사용하며 올리브 잎을 사용한 가죽 혹은 가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실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포르쉐의 레이싱카에는 천연섬유를 혼합해 만든 도어와 윙 등이 사용된다.

폭스바겐 그룹 산하 스페인 브랜드 세아트는 독특하게 왕겨를 활용한다. 왕겨를 압축하고 가공한 후 다른 내열성 복합재료와 혼합해 식물성 재활용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 이러한 플라스틱에 오리자잇(Oryzit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리자잇은 테일게이트 부품, 2단 적재 바닥, 루프라이너 등에 적용될 예정이다. 왕겨를 사용할 경우 차량에서 플라스틱과 원유 기반 원료의 비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경량화에도 효과적이다.

타이어 제조사도 재활용 소재 사용에 적극적이다. 미쉐린은 페트병을 사용해 타이어 재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쉐린은 2030년까지 재생 혹은 재활용 재료를 전체 생산물량의 40%, 2050년까지는 100%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이 현실로 되면 전 세계 80만 톤에 달하는 페트병 사용이 가능해진다.

콘티넨탈은 조금 더 독특한 재료를 사용한다. 민들레를 활용하는데, 여기서 추출한 천연 고무, 왕겨에서 추출한 규산염, 식물성 기름 및 수지 같은 바이오 재료를 사용해 타이어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유 사용을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다. 페트병도 사용한다. 4개의 타이어를 제작하는데 약 60여 개의 페트병이 사용된다.

콘티넨탈에 따르면 이러한 친환경 기술을 활용하면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버려지는 페트병도 다시 쓸 수 있으며, 타이어 무게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대 40%의 무게 절감이 가능하며, 타이어의 저항까지 줄일 경우 주행거리를 6%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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