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RS3로 간단히 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이유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7.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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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가 새로운 콤팩트 스포츠 해치백 RS3를 발표했다. 그리고 거기에 디지털 스네이크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치 뱀처럼 자유자재로 코너에서 드리프트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아우디가 1980년대 콰트로를 발표했을 때, 그들은 어떤 노면 상황에서도 최대의 그립을 만들 수 있는 구동장치를 원했다. 물론 AWD를 아우디가 처음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아우디는 콰트로로 AWD 시스템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아우디의 거의 대부분의 모델에는 콰트로 시스템이 들어간다. 그리고 오늘날 콰트로 시스템은 마치 거짓말처럼 코너를 날카롭게 자르며 달릴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 아우디가 발표한 고성능 해치백, RS3는 마치 지난 세월 동안 자신들이 쌓아온 명성을 부정하는 듯한 새로운 기능을 함께 탑재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누구라도 언제든지, 아주 간단히 드리프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드리프트는 엄밀히 말해 특정 방향으로 타이어의 그립을 잃어가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콰트로 시스템도 이 상태에서 트랙션을 최대한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그럼에도 이들은 오직 ‘재미'를 경험케 하고자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욕망과 현실을 정확히 꿰뚫어봤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훈련과 연습에 투자하기보다는 그걸 간단히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시스템과 경험에 투자한다.

아무리 드리프트 연습이 가능한 드라이빙 스쿨이 있어도 참여율은 점점 떨어진다. 아우디는 이 점을 노렸다. 마치 제레미 클락슨처럼 뒤를 날리며 여유 있게 드라이빙하는 자신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개발한 시스템이 바로 토크 스플리터다. RS3의 리어 디퍼렌셜에 장착된 이 장치는 뜻 그대로 토크를 분리하는 장치다.

물론 이런 시스템은 예전에도 존재했다. 토크 벡터링도 이런 개념에서 만들어진 기술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장치는 토크 벡터링과는 반대 성향을 지니고 있다. 아우디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코너에서 언더스티어를 줄이고, 코너 탈출 속도를 높이는 과정까지는 동일한데, 차이점은 그 후에 발생한다. 토크 스플리터의 특징은 코너 탈출 이후 차의 뒤를 미끄러뜨리는 데 있다. .

이렇게 만들기 위해 우선 아우디는 리어 디퍼렌셜이나 클러치 팩이 아닌 각 구동축에 개별로 전자제어식 클러치를 적용했다. 각 클러치에 연결된 컨트롤 유닛은 휠 속도 센서로부터 속도 데이터를 받아들인다. 그뿐만 아니라 ECU와 변속기 컨트롤 모듈 그리고 스티어링 타각 센서로부터 차량의 상태와 각도, 방향까지 인식한다.

그런 다음 차량이 언더스티어 상태에 놓일 경우 곧바로 토크 스플리터를 작동시킨다. 그리고 바깥쪽 휠에 곧바로 더 많은 양의 토크를 전달해 트랙션과 자세를 바로잡는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모든 토크를 리어 휠로 전달하며 아주 간단히 차가 미끄러질 수 있는 상태로 바꾸어 놓는다.

이처럼 기본적인 논리 구조는 토크 벡터링과 유사하지만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보다 능동적으로 차의 자세를 컨트롤한다는 점에서 분명 새로운 기술이라 부를만하다. 물론 토크 스플리터가 있다고 해서 코너 끝자락만 만나면 곧바로 리어를 흔들 수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세 가지의 모드가 마련되어 있는데, 컴포트와 이피션트 모드에서는 균형 있는 토크 분배가 일어나며, 이때는 아무리 차를 세차게 컨트롤해도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최대한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를 억제한다. 하지만 다이내믹 모드로 전환하면 비로소 토크 스플리터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다. 리어 액슬은 민감해지며, 토크의 분배도 보다 능동적을 바뀐다. 그리고 미끄러지는 상황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게 클러치가 토크를 컨트롤한다. 만약 트랙이나 텅 빈 공터라면 RS 토크 리어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모드는 일종의 드리프트 모드라고 봐도 좋다. 말 그대로 리어 휠에만 100% 토크를 전달하며 자연스럽게 오버스티어를 유도한다. 물론 이때도 토크 스플리터는 좌우측 휠 토크 배분에 적극 개입하며 스티어링 각도에 따라 토크를 전달해 운전자가 원하는 이상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간단히 드리프트를 즐기기 위해서는 피렐리 피제로 트로페오 R 세미슬릭 타이어가 필요하다. 아우디가 토크 스플리터를 적용하기에 최적화된 타이어로 이 타이어를 지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결코 저렴하지도 흔히 구할 수 있지도 않은 타이어지만, 적어도 약간의 연습만으로 드리프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는 해낼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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