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리막 그리고 부가티 시대의 개막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7.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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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역사적인 브랜드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최근에 설립된 신생 브랜드와 함께 하게 됐다. 이제 이들은 부가티 리막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예정이다.

폭스바겐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부가티는 분명 성공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000마력을 넘나드는 강력한 퍼포먼스로 400km/h를 기록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 이래, 부가티가 만드는 모든 자동차는 세상의 관심에 중심이었고, 이는 지금도 변함없다. 하지만 폭스바겐그룹 내에서는 고민이 시작됐다. 결국 폭스바겐그룹이 몇 개의 스포츠카 브랜드를 정리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고, 부가티는 그중 가장 먼저 언급된 브랜드가 되었다.

물론 여기에 람보르기니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입장은 사뭇 달랐다. 일 년에 100대 남짓 판매하는 브랜드와 브랜드 설립 이래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매출 기록을 세우고 있는 브랜드는 대접이 달랐다. 그래서 폭스바겐그룹은 람보르기니의 매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부정하면서도 부가티는 결국 소유권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외부로 판매하기를 원하진 않았다. 이들의 선택은 우회적으로 팀 계열사에 브랜드를 합병시키는 것이었다. 그 대상이 바로 하이퍼 EV로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리막이었다. 리막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낯선 이름이 아니다. 왜냐하면 현대자동차가 이들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 12%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는 투자를 빠르게 회수했다. 이들이 개발한 800V 드라이브 트레인과 전기차 AWD 기술을 가져왔다.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리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포르쉐가 이들의 지분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현재 타이칸이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올해 초, 포르쉐는 약 95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지분율을 24%까지 확대시켰다. 그리고 어제 새로운 합작 법인을 만들기로 합의하는데 이르렀다. 이들이 새롭게 만들어갈 브랜드의 이름은 바로 부가티 리막이다. 이로써 폭스바겐그룹은 애정을 가졌지만 끝내 품을 수 없었던 브랜드를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우산 아래에 둘 수 있게 됐다.

포르쉐와 리막의 발표에 따르면 이 협상은 무려 18개월이나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합작 법인의 지분 중 55%를 리막이 보유하고 나머지 45%를 포르쉐가 보유하는 형태로 합의했다. 약 10년 전인 2009년, 낡은 BMW를 전기차로 바꾸며 세상에 등장한 리막이 자동차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100년 전통의 기업을 소유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들은 서로가 보유한 기술과 노하우를 융합시킬 것이라 전했는데, 우선 포르쉐는 자동차 생산 능력을 제공할 예정이며, 리막은 더 많은 전기차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라 한다. 여기에 부가티가 가진 브랜드 파워와 헤리티지가 섞여 새로운 하이퍼카로 승화시킬 계획이다.

아직 새로운 부가티의 하이퍼카에 대한 정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리막이 제작하고 있는 네베라와 함께 부가티의 새로운 하이퍼카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전동화된 부가티를 과연 하이엔드의 고객들이 반겨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들이 부가티를 사랑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오버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W16 쿼드 터보 엔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리막이 제작 중인 네베라는 이미 2,000마력에 가까운 모터 출력과 최대 시속 412km/h라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했지만, 이와 같은 퍼포먼스의 하이퍼 EV를 오직 그들만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가티가 쌓은 100년이 넘는 역사와 헤리티지 그리고 크래프트맨십이 결합된다면 새로운 예술품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까지는 어떤 정보도 확인되지 않았고, 어떤 자동차를 만들 것인지 상상조차 쉽지 않지만 빠르면 2025년 경 새로운 부가티 하이퍼카가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부가티가 쌓은 명성에 걸맞게 세상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속도의 영역에 존재할 것이다.

반대로 리막 역시 부가티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 부가티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당위성을 부여하는데 탁월한 업적을 쌓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전 세계 부호들의 욕망을 누구보다 능숙하게 자극해왔던 브랜드와 함께 하는 만큼 향후 리막의 하이퍼 EV의 판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포르쉐의 수익 창출 능력이 더해진다면 부가티 리막이 보유한 두 브랜드는 전에 없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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