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와 PSA의 합병, 스텔란티스 탄생으로 사라지게 될 브랜드는?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1.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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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두 개의 거대 그룹사의 합병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바로 푸조가 포함된 PSA그룹과 피아트 크라이슬러 연맹인 FCA의 합병 소식이다. 지금까지 그룹이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혹은 합병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양쪽 모두 수많은 브랜드를 거느린 그룹사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쪽이 보유한 브랜드를 모두 합치면 약 13개 이상이며, 성사될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브랜드를 하나의 우산 아래에 놓는 사상 초유의 거대 합병이 완성될 예정이었다. 약 1년간의 조율 과정을 거친 후 결국 2021년 1월 양측의 이사회에서 합병을 최종 합의했다. 합병된 두 그룹사는 앞으로 스텔란티스로 불리게 될 것이다.

합병의 효과는 매우 즉각적이었다. 스텔란티스는 합병과 동시에 매출 규모로 VW, 토요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에 이어 세계 4위의 거대 자동차 그룹으로 등극했다. 각각 8위와 9위의 그룹 규모에서 단숨에 4위까지 껑충 뛰어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초대형 합병이 일어나는 경우 곧바로 시작되는 것이 바로 기업 내부 정리다. 비용의 절감과 서로 달랐던 업무 프로세스의 조율을 도모하고 나아가 이상적인 상태로 부채와 자산을 정리, 몸집을 알맞은 사이즈로 조절하는 것은 거의 모든 인수 합병에서 반복되어 왔던 전통적인 절차이기도 하다.

특히 두 그룹사가 보유하고 있던 브랜드 모두가 건전한 재정상태였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몇 가지 브랜드는 완전히 정리될 가능성이 짙다. 무엇보다 FCA 내부에 존속이 위태로운 브랜드가 많았다. 예를 들면 란치아가 대표적이다. 란치아는 한때 이탈리안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름을 알렸지만,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쇠락했고, 현재 이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모델은 입실론 하나뿐이다.

잠시 크라이슬러의 리뱃지로 유럽시장에서의 부활을 꾀하기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과거의 명성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고, 현재는 여성 오너들을 위한 입실론만을 제작 판매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공장을 가동하는 비용 대비 수익이 낮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사라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특히 이들을 위한 제조 라인은 현재 시점에서는 부실한 투자에 불과하므로 정리될 것이라 예측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PSA그룹이 인수한 오펠-복스홀 유럽 그리고 영국 시장에서 대중적 브랜드로서 꾸준한 판매를 보여왔다. 코로나19로 인해 판매량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브랜드는 매년 80~100만대 가량을 판매해왔다. 따라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FCA의 크라이슬러는 가장 먼저 폐지될 브랜드로 지목되었다. 현재 크라이슬러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델은 세 가지로 퍼시피카와 보이저 그리고 300이다. 이 중 퍼시피카만이 거의 유일하게 꾸준히 판매되고 있을 뿐, 300의 경우 풀체인지도 하지 못한 채 15년 이상 판매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매출량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현재 이 브랜드에서 실질적으로 판매되는 모델은 퍼시피카와 보이저뿐이라고 해도 좋다. 이런 이유로 크라이슬러는 합병 절차가 완전히 끝나고 나면 가장 먼저 철퇴를 맞게 될 브랜드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피아트의 경우 연간 약 150만대 가량을 생산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단지 수십만 대만 생산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 역시 기업의 입장에서는 손실이다. 그만큼 수요층이 얇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몇 해 전부터 FCA그룹은 정리해고를 진행한 바 있다.

마세라티와 알파 로메오의 경우 브랜드 존속 여부를 두고 수시로 논란이 오갔던 브랜드였다. 하지만 이번 정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텔란티스 내부에서는 마세라티와 알파 로메오의 브랜드 폐지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동화 전략처럼 미래 지향적인 변화는 필요하다는 것이 내부의 의견이다.

지프의 경우는 대체할 만한 경쟁 브랜드를 찾기 어려우며 현재도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스텔란티스의 간판 모델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 램 트럭의 경우도 미국 시장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쉽게 없애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환경 규제 등에 맞게 좀 더 작고 강한 힘을 발휘하는 엔진을 탑재하는 등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스텔란티스의 향후 방향은 매우 구체적이며 명확하다. 이들은 PSA그룹의 목표였던 2025년까지 모든 모델의 전동화 전략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 브랜드는 여전히 내연기관을 사용하겠지만 그 기간은 그리 길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주요 공략 시장 역시 정해졌다. 바로 아시아다. 현재 아시아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바뀌었다. 특히 중국이 그러하며, 인도와 일본, 한국은 유럽과 미국 브랜드에게는 언제나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실제로 한 조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45%가 아시아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만 PSA와 FCA 모두 개별적으로 활동할 때에는 아시아 시장 점유율이 그리 높지 못했다. 아마 당분간은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갑작스럽게 부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숨에 체질을 바꾼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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