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배출물질, 과연 배기가스만이 문제일까?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6.11 13:19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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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시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유로6 규정만 하더라도 제조사들이 몸살을 앓아야 했을만큼 강력했는데, 유로7은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제재 조치가 될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단순히 배출가스 규제가 아닌 내연기관 판매 자체를 금지시키려는 움직임들이 유럽 국가들에서 시작됐다.

정말 그들이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시킨다면 적어도 2025년 이후부터는 일부 유럽국가의 전시장에 가솔린과 디젤 엔진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특히 디젤 엔진의 경우 유로 규정을 맞추기가 무척 힘들다. 이미 3단계에 걸친 강력한 배기가스 재순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규정을 맞추기 힘든데, 유로7까지 적용된다면 아예 디젤 엔진 개발 자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환경을 위해서 강력한 규정을 발휘하는 것이 옳은 일이기는 하나, 모든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디젤 엔진의 경우 상용차 엔진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기에 강력한 규제를 가할 경우 상용차 판매에도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더 값비싼 기술을 적용한다면 결국 유통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이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아직 온전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규정만 강화하는 것은 이득만큼이나 손해도 분명히 있다는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 전기자동차 플랫폼이 전세계 모든 자동차에 적용된다면 적어도 배출가스에 있어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여길지도 모르나,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상당량의 전기가 탄소 배출을 전제로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골칫거리로 여기던 디젤 엔진을 퇴출시킨다면 적어도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입자상물질(PM)의 발생량은 대폭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입자상물질이 디젤 엔진에서만 만들어진다고 믿고 있었다면 말이다.

정말 우리의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는 입자상물질이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에서만 만들어질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의 환경 문제 분석 기업, 이미션 애널리스틱스는 이에 대해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디젤 엔진 혹은 가솔린 엔진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이른바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곳이 있다. 바로 타이어다.

다소 의외라 여길수도 있다. 왜냐하면 타이어는 아무런 배출가스를 만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잠시 시선을 돌려 모터스포츠 세계로 건너가보자. 레이스 트랙은 연습주행 때와 예선 그리고 레이스 때의 그립 상태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를 트랙 에볼루션(Track Evolution)이라 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레이스카 타이어에서 마모된 고무들이 트랙 표면에 달라붙기 때문이다.

또한 레이스 초반과 후반 타이어의 높이를 비교해보면 수 mm가량의 차이가 나며, 이에 따라 레이스카의 지상고도 달라지기 때문에 후반 들어서 타이어 마모량은 더 커진 다운포스로 인해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그리고 레이스가 끝나고 나면 레코드 라인이라 부르는 주행라인 주변으로 손가락 굵기의 자갈같은 물체들이 흩뿌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타이어 패블(Pebble) 혹은 타이어 마블이라 부르는데, 레이스카의 타이어에서 떨어져나온 고무와 기타 합성물질들이 뭉쳐 생긴 것이다.

여기까지의 설명만으로도 타이어에서 무언가 계속 떨어져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내구레이스로 넘어가면 왜 타이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들이 문제가 되는지 좀 더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내구레이스는 타이어를 교환하는 횟수가 다른 어떤 레이스보다 많은 편인데, 이들이 타이어를 교환하게 위해 휠을 빼내는 장면을 보면 검은색 가루들이 마치 연기처럼 흩날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얼핏 브레이크가 과열되어 발생하는 연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모두 타이어 가루와 더불어 브레이크 패드에서 생긴 분진들이다.

레이스카의 타이어는 무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브레이크를 더 가혹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반론을 제기할수도 있으며, 그게 문제가 된다면 레이스를 멈춰버리면 되지 않는가? 라고 비판할수도 있다.

하지만 전세계 레이스카는 많아야 수천대에 불과한 반면, 전세계 자동차의 댓수는 무려 13억대나 된다. 13억대의 자동차가 뿜어내는 타이어 가루와 브레이크 분진과, 수천대의 레이스카가 단 몇시간동안 분출하는 그것은 아예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위 조사기관에서는 신형 해치백 한 대에 새 타이어를 장착한 다음 이 차가 발생시키는 타이어 분진과 브레이크 분진을 측정해본 결과 최대 1km 당 5.8g 가량의 입자상물질을 배출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재 배기가스 규정에는 이러한 입자상물질의 배출 기준이 km당 4.5mg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수치로 따지면 타이어와 브레이크 분진이 거의 1,000배나 기준치를 초과한 셈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배기가스의 배출 기준은 확실하게 마련되어 있는 반면 타이어와 브레이크 분진과 같은 비배기가스 배출 기준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미션 애널리스틱스는 “정말 무서운 것은 배기가스 배출은 수년 동안 엄격하게 규제되어 왔지만, 타이어 마모에 따른 입자상물질 배출은 그 누구도 규제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라고 전했다.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오늘날 소비자들이 더 무겁고 큰 자동차를 선호한다는 것에 있다. 예를 들면 SUV의 인기가 세단을 추월하고 있는 소비 트렌드 같은 것들이다. 더 무거운 자동차는 당연히 더 많은 타이어 마모를 발생시키며, 브레이크 분진 역시 더 많이 발생시킨다.

무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제조사마다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근본적으로 소형차에 비해 SUV가 더 많은 비배기가스 배출을 일으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여기에는 전기자동차도 포함된다.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연료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전기자동차의 무게가 같은 크기의 내연기관 자동차의 무게보다 적게는 100kg 많게는 수백kg가량 더 무겁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주행거리가 더 길고, 충전속도도 더 빠른 배터리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동안 전기자동차는 배출가스가 없기 때문에 적어도 내연기관보다는 깨끗할 것이라 여기고 있었지만, 실상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아무리 파워트레인의 패러다임이 바뀌더라도 타이어는 변함없이 사용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인류가 이동을 함에 있어 지표면과의 마찰이라는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타이어를 끊임없이 사용해야 하며, 속도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브레이크를 사용해야만 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사용해야 할 타이어와 브레이크는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끊임없이 엄청난 양의 분진을 만들어 낼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물질들을 계속 들이마시게 될 것이다.

이제는 타이어 제조사 그리고 브레이크 제조사들도 지금보다 더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 물론 여기에는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들도 포함된다. 더 가벼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동시에 타이어 회사도 마모율을 낮추거나 혹은 배출되어도 안전한 물질인지를 보다 심도깊게 연구하고 이를 검증해야 할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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