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터블에 관한 오해 그리고 진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4.24 17:5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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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자동차가 있다. 루프가 열리는 차와 그렇지 않은 차. 내 차에는 선루프가 있으니 루프가 열리는 차라고 봐도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안하게도 선루프 (아무리 파노라믹 선루프라 하더라도)와 컨버터블의 개방감은 아예 다른 차원의 수준이다.

아직 머리 위로 하늘과 구름과 나뭇잎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부드러운 바람이 정수리를 쓰다듬는 낯설고 설레는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다면 컨버터블이 쓸모없는 물건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경험을 해본 사람은 틈만 나면 루프를 열고 다니려 하기 때문에 컨버터블은 다른 의미에서 아주 쓸모 있는 자동차다.

컨버터블을 타고 다니기 좋은 계절을 맞이해, 컨버터블에 대한 오해를 덜어내고, 좀 더 즐겁고 포근하게 컨버터블을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오해 1. 컨버터블은 여름에만 쓸모 있을 것 같다.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다. 확실히 휴가지에서 컨버터블은 휴가의 기분을 120%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고, 좀 더 화끈하고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컨버터블이 여름에만 쓸모 있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사실 컨버터블은 여름보다는 그 외 나머지 계절에 더 잘 어울린다. 뜨거운 공기야 에어컨과 주행풍으로 식힐 수 있으나, 한낮의 작렬하는 여름 태양볕은 도저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자로 정수리가 달아오르는 것을 막더라도, 햇볕에 노출된 신체 모든 부위가 뜨거워지는 것은 물론 실내도 엄청나게 뜨거워지므로 한여름에는 오히려 루프를 닫고 에어컨을 켠 채 달리는 편이 낫다.

오히려 컨버터블은 한여름보다는 초겨울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히터를 틀고,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루프를 열고 달리면 몸은 따스하지만 얼굴과 머리를 감싸는 서늘한 바람이 가져다주는 온도차가 무척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마치 한겨울 노천온천에 앉아 눈을 맞으며 반신욕을 즐기는 것과 비슷한 기분일 거다.

봄, 가을은 두말할 것 없이 컨버터블의 계절이다! 모터사이클리스트들이 언제 모터사이클을 집중적으로 타는지 잘 지켜보면 바로 그들의 계절이 컨버터블의 계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오해 2. 바람 소리 때문에 대화가 힘들 것 같다.

이 오해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확실히 바람이 실내로 들이치기 시작하면 바람소리가 귓전을 세차게 때리기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어지러우며, 당연히 옆 사람과의 대화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컨버터블 탑 오픈 스위치를 눌렀을 때 자동차가 어떤 순서로 루프를 개방하는지 유심히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오픈 스위치를 누르고 있으면 일단 좌우 창문과 그 뒤 쿼터 글라스가 내려간 다음, 15~20초 사이에 루프가 완전히 접혀서 보관된다. 그런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루프를 다 열고 완전히 수납한 후에는 거의 대부분의 컨버터블 자동차들은 자동으로 좌우 창문을 올린다.

이렇게 창문을 올린 상태로 루프만 열고 주행하면 놀랍게도 실내에 바람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선루프를 개방했을 때 들리는 성가신 바람 소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윈드 디플렉터가 A 필러 위쪽에 장착된 차라면 그마저도 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바람소리가 잦아들면 가벼운 보사노바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실내는 조용해지며,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옆에 앉은 누군가와 따스한 눈 맞춤을 즐기게 될 것이다.

오해 3. 머리가 엉망이 될 것 같다.

어떤 이는 머리가 바람에 날린 방향만 봐도 그 사람의 컨버터블에 스티어링이 오른쪽에 있는지 왼쪽에 있는지 알아 맞출 수 있다고 하는데, 제임스 딘이 탔던 550 스파이더라면 그런 추측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오늘날 컨버터블은 연인과 만나기 위해 곱게 단장한 머리칼을 단숨에 털뭉치로 만들어버릴 만큼 허술하지 않다.

윈드 디플렉터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윈드 디플렉터는 롤 후프 사이에서 자동으로 올라온다. 만약 미니 컨버터블이라면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뒷좌석에 누군가를 앉히길 포기하고, 수동으로 디플렉터를 설치해 주면 된다.

윈드 디플렉터는 대게 조그마한 크기의 매시(Mesh) 소재인데, 조그마한 천 조각이 무슨 기능을 할까 싶지만, 디플렉터를 올리면 바람이 실내로 거의 유입되지 않는다. 마치 공기로 지붕을 덮은 듯, 윈드 실드 끝에서 넘어온 바람이 아주 부드럽게 트렁크 리드로 향하며, 따라서 애써 단장한 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바람에 쓸리는 정도에 그친다.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만약 컨버터블을 경험할 기회가 된다면 디플렉터를 제거해볼 것. 분명히 차는 앞으로 달리는데 바람은 뒤에서 세차게 불어닥치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해 4. 루프가 없으니 위험할 것 같다.

이는 분명 사실이다. 루프가 없다는 건 머리를 보호해 줄 구조물이 없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그래서 전복되면 다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모터스포츠에서 컨버터블 모델들의 출전은 해마다 제한되고 있다. 내구 레이스에서는 오픈 콕핏 프로토타입 스포츠카들이 모두 쿠페 타입으로 변경됐으며, 심지어 전통적으로 오픈 콕핏이었던 포뮬러 시리즈마저 헤일로(Halo) 디바이스를 달아 드라이버의 머리를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컨버터블은 트랙을 달릴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험을 감수한 채 달린다는 것은 오늘날의 자동차 안전 규정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복 시 탑승객의 부상을 최소화할 안전장비는 기본 중의 기본.

2인승 컨버터블을 기준으로 보면, 헤드레스트 뒤쪽이 유난히 불룩하게 올라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 구조물을 롤 후프(Roll Hoop) 혹은 롤 바(Roll Bar)라고 부른다. 이 구조는 포뮬러 카에도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전복됐을 때 탑승객의 머리를 보호할 목적으로 설치되었으며,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용되어 왔던 안전장비다.

오늘날 거의 모든 컨버터블은 전복이 감지되면 곧바로 헤드레스트 뒤편에서 돌출형 롤 후프가 튀어나온다. 과거에는 고정된 형태의 커다란 롤 바가 장착되어 있기도 했는데, 그래서 골프 컨버터블의 경우 별명이 딸기 바구니였다.

최근에는 심미적으로나 공기역학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되어 수납식 롤 후프로 변경됐는데, 차가 구르기 시작하면 아주 빠른 속도로 롤 후프가 튀어나오며, 한번 튀어나온 롤 후프는 걸쇠에 의해 단단히 고정된다. 따라서 시트벨트만 단단히 매고 있다면 전복되더라도 머리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끝으로 컨버터블로 보다 쾌적한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하겠다.

일단 선블록은 필수다. 아무리 잘 감싼다고 해도 얼굴 전체를 스카프로 덮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드라이빙 글러브를 사용하는 것도 권장할만한 부분이다.

글러브 박스는 말 그대로 드라이빙 글러브를 넣어두는 곳이다. 락카 스프레이부터 청혼을 위한 반지 케이스까지 잡다한 물건들을 마구 넣고 다니는 게 일반적이지만, 절반쯤은 빼내고 장갑 한 켤레를 넣어두자.

한 장의 가죽이 더해지면 핸들링이 둔해질 것 같지만 땀 때문에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핸들링의 맛이 더 살아난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될 거다. 당연히 손이 햇볕에 그을리는 것도 막아준다. 선글라스나 모자를 챙기는 것도 좋다.

스카프는 의외로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4~5월까지는 저녁부터 밤까지 여전히 쌀쌀한데, 목을 따스하게만 해줘도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에어 스카프 기능이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카브리올레라면 상관없겠지만, 스타일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스카프가 훨씬 더 근사하다.

좀 더 쌀쌀한 계절에 즐기겠다 하면, 히터와 히팅 시트를 열심히 사용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반신욕을 즐기는 것 마냥 온도차에서 오는 묘한 즐거움이 있을 테니 말이다.

단 이것만은 조심하자. 주행 중 탑을 열기보다는 가급적 안전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탑이 열리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탑을 여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긴 했지만, 어찌 되었건 운전에 방해가 되는 행동인 것만은 분명하다.

또 하나는 절대로 탑을 열어둔 채 차에서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든 탑을 열어둔 채 차에서 떠나면 돌아왔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다. 물건이 없어지거나 혹은 반갑지 않은 무언가가 차 안에 들어와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컨버터블을 구입해 즐기기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서상 컨버터블은 여전히 경시의 대상이며, 내 인생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고민해야 하기에 컨버터블을 즐긴다는 것이 그리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 번만이라도 머리 위로 스쳐가는 바람과 더 많은 풍경이 나를 감싸고 지나가는 광경을 온몸으로 경험해본다면 힘들게 용기 낸 자신이 무척 뿌듯하게 느껴질 것이며, 주말이 다가오면 날씨부터 먼저 체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컨버터블이 제공하는 경험은 각별하다. 그러니 카 라이프에 한 조각을 꼭 컨버터블로 채워보시기를!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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