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라고? 알고보면 친구사이! 자동차 업계 연합 관계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8.04.0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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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 끝없이 경쟁하다. 최신 기술의 특허 확보에도 매진하며 경쟁모델보다 1mm라도 크고 넓게, 1마력이라도 강력하게, 1%라도 높아진 효율을 내려 힘쓴다. 경쟁사의 신차를 가장 먼저 구입해 연구하는 것도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경쟁만 할 것 같은 자동차 업체들이지만 알고 보면 서로 끈끈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특히 신기술의 공동개발, 미래의 불확실한 전망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고자 힘을 합치는 경우가 많다. 한 곳과 동맹을 맺지않고 다양하게 연합 관계를 만들어가다 보니 서로 이웃사촌이 되기도 한다.

(기아 아벨라처럼 생겼지만 사진 속 차량은 포드 아스파이어. 사실 함께 개발된 모델이다.)

자동차 업계의 연합 관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에 진행된 ‘월드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미국 포드, 일본 마쯔다, 한국의 기아차가 함께한 이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차는 기아 아벨라였다. 포드에서는 아스파이어(Aspire), 마쯔다에서는 121이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지금 자동차의 동맹관계는 전기차나 수소 연료전지차와 같은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특히 활발한모습을 갖는다. 막대한 연구 개발 비용이 드는 것도 물론, 모든 개발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기엔 비용이나 시간의 한계에 부딪히기 쉽다. 또한 신기술을 개발에 다양한 제조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면 기술 표준으로 확립 시키는 측면에서도 이점이 생긴다.

지난 2016년 도요타, 혼다, 닛산, 미쓰비시를 중심으로 덴소, 파나소닉 등의 총 15개 일본 기업이 모여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에 맞춰 자율주행자동차를 내놓겠다는 일본 정부의 공약에 일본 업체들이 뭉친 것. 도요타와 혼다, 닛산은 전기차 충전소 확대 사업도 함께한다.

미국과 유럽 업체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는 2015년 노키아 지도 사업 부문을 공동으로 인수했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고정밀 지도를 공동으로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대륙과 분야를 넘어서 협업도 활발하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ICT 업체간 협약도 중요하다.)

대륙간 협업 역시 활발하게 진행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포드, 도요타는 ICT 업체인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 택시를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의 차량용 인공지능 컴퓨터를 탑재시켜 오는 2020년부터 상용화를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BMW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구글, 콘티넨탈, 델파이는 또 다른 ICT 업체 인텔과 손을 맞잡았다. 이들도 자율주행차를 2021년까지 출시하겠다는 공동의 목표아래 뭉쳤다.

(중국은 중국 답게 협업과 개발 과정이 대규모다.)

중국도 대규모 자율주행차 연합군을 만들었다. 중국의 최대 ICT 업체 바이두가 추진중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는 다임러, 포드, 현대차를 비롯해 다양한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 보쉬, 델파이와 같은 부품사들도 참여한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를 대표로 하는 ICT와 전기차 스타트업 등 70여개 파트너도 이들과 협업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르노-닛산은 2013년부터 공동으로 차량 개발했다. 수소차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에서 시작해 현재도 두 제조사가 함께 차량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인피니티 Q30은 벤츠의 전륜구동 플랫폼 활용은 물론, 엔진과 변속기까지 벤츠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형제 모델로는 벤츠의 GLA가 있다.

벤츠가 르노 닛산과 손을 잡았다면 BMW는 토요타와 연합 체제를 꾸렸다. 공동 기술을 통해 하이브리드, 수소차, 스포츠카 등을 함께 개발한다. 그 첫번째로 토요타는 수프라, BMW는 Z5를 내놓을 예정이다. 차체는 BMW와 토요타가 공동으로 개발하며, 엔진과 변속기는 BMW가 책임진다.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르노-닛산은 미쓰비시를 인수하면서 미쓰비시의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전기차 가격을 현재보다 20%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닛산은 기존 대비 30%까지 부피를 줄인 연료전지를 공동으로 만들었다.

(토요타 주도의 e-팔레트 얼라이언스는 4차산업 시대를 대비한 연합이다.)

자동차 산업의 다각화가 이뤄지자 자동차 이외의 업체와도 연합구도가 형성되고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도요타다. 도요타는 올해 열린 CES를 통해 자국 내 자동차 업체인 마쯔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 유통 서비스 업체 아마존, 프렌차이즈 업체 피자헛이 함께 모인 'e-팔레트 얼라이언스(e-Palette Alliance)'를 발표했다. 새롭게 형성된 연합은 자율주행차를 넘어 4차산업 시대에 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율주행차가 아닌 무인자동차 시대에 대비해 무인 차량 공유 서비스, 무인 배달 시스템과 같은 무인 이동 사업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통신업체와 협업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KT와 손을 잡고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국내에 소개했다. BMW는 SK텔레콤과 함께 5세대 무선통신 기반 커넥티드카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바이두와 통신형 내비게이션을, 카카오와 함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했다.

자동차 제조사와 전장 업체간 협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GM과 르노는 LG 화학의 배터리를 사용하며 다임러와 BMW는 삼성 SDI와 손을 잡았다.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전기차 기술 개발을 함께 진행한다.

(현대자동차 역시 늦었지만 활발히 연합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 중 미래 자율주행 기술 축적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오로라와의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공유하고 2021년까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개발 및 양산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대차는 IT 업체 시스코와 중국 바이두 등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의 OAA는 자동차 제조사만 54곳이 참여하는 초대형 연합이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자 최근에는 ‘초대형 연합군’까지 등장했다. 각자 조금씩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자는 것. 구글의 주도하에 설립된 OAA(Open Automotive Alliance)가 그것이다.

OAA는 자동차, 부품, 전장, ICT 등 대부분 업체가 가입된 상황이다. 포드, 현대, 쉐보레, 폭스바겐과 같은 대중 브랜드부터 아우디, 인피니티, 볼보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마세라티와 벤틀리와 같은 럭셔리는 물론 람보르기니와 코넥세그와 같은 슈퍼카 브랜드까지 OAA에 포함된다. 자동차 제조사만 54곳이며, 각종 부품과 ICT 기업은 36개사가 참여한다. OAA를 통해 등장한 기술은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하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X-클래스와 르노 알래스칸. 둘의 차이점은 엠블럼 뿐일까?)

자동차 관련 기술 공용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제조사별 변별력이 부족해지거나 브랜드만의 개성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 투자를 통해 개발비는 줄였지만 신기술 적용이라는 명목으로 차 값을 높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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