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날개, 나비, 가위? 자동차 문의 화려한 변신

  • 기자명 김선웅, 전재휘 기자
  • 입력 2016.08.3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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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외부에서 실내로 들어갈 때 꼭 거쳐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자동차의 ‘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문은 도어 핸들을 잡고 당기면 바깥으로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현대 스타렉스나 기아 카니발과 같이 슬라이딩 방식의 도어도 익숙하다.

하지만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슈퍼카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도어가 열린다. 도어가 열린 것 만으로 자동차와 탑승객이 주목 받기 충분할 정도로 도어 자체가 갖는 존재감도 남다르다. 이러한 독특한 도어는 미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며, 승하차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1초를 다투는 모터스포츠 세계에서는 기록 단축을 위한 수단으로 도어 개폐구조를 바꾸기도 한다.

수어사이드 도어(Suicide Door) : 일반적인 도어와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도어, 1900년대 도입

이름부터가 기괴하다. ‘자살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실제로 사고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자동차는 안전벨트도 없었다. 이러한 도어 구조를 가진 차량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문이 열리면서 사람도 함께 튕겨 나가 더 큰 부상을 입는 경우가 잦았다. 고속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문이 열리는 문제도 발생했었다.

현재는 수어사이드라는 어감으로 인해 롤스로이스에서는 코치 도어(Coach Door), 오펠은 플렉스 도어(FlexDoor), 마쯔다는 프리스타일 도어(Freestyle Door) 등으로 부르고 있다. 현재 이 도어 방식은 롤스로이스 모델이 대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걸윙 도어(Gullwing Door) : 갈매기의 날개 형태로 열리고는 도어, 1954년 도입

걸윙 도어는 도어의 경첩이 루프에 부착되어 하늘을 향해 펼쳐지는 형태로 열리고 닫히는 형태를 뜻한다. 도어가 열리는 모습 역시 매우 아름답기 때문에 독특한 도어구조의 대표적인 형태로 꼽히고 있다.

걸윙 도어가 최초로 적용된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의 300SL이다. 1954년 공개된 300SL은 6기통 3.0리터 엔진을 탑재해 220마력을 발휘했으며, 최고시속 249km까지 달릴 수 있는 슈퍼카였다. 무게를 줄이면서 단단한 차체 강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차체 구조도 매우 독특하게 설계했다. 하지만 정작 문턱이 높아져 일반적인 도어를 장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도어 경첩을 지붕 쪽으로 옮긴 것으로, 이것이 걸윙 도어의 시초가 됐다. 이것을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의 최상위 스포츠카에 걸윙 도어를 사용해오고 있다.

버터플라이 도어(Butterfly Door) : 나비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도어, 1967년 도입

걸윙도어가 하늘을 향해 ‘ㄱ’자 형태로 열린다면 버터플라이 도어는 위로 열리지만 도어가 앞을 향해 기울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때문에 도어가 열린 차량의 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상당히 웅장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버터플라이 도어는 레이싱카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레이싱카 역시 문턱이 높아 타고 내리기 힘든 구조를 갖는다. 걸윙 도어가 일반적인 구조보다 타고 내리기 편하지만 종종 도어에 머리를 찧는 일도 발생했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개선시키기 위해 도어가 위로 열리지만 앞을 향해 이동하도록 개발한 것이다.

버터플라이 도어를 최초로 적용한 차량은 알파로메오의 33 스트라달레다. 이 차량은 레이싱카를 일반인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튜닝한 모델이기 때문에 버터플라이 도어 형식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도 버터플라이 도어는 중간에 드라이버를 교체하는 내구레이스 경주용차량에 적용되고 있다. 이외에 페라리 라페라리, 맥라렌 P1, BMW i8과 같은 고성능 스포츠카 역시 이 방식을 사용 중이다.

시저 도어(Scissor Door) : 가위와 같이 위로 열리고 닫히는 도어, 1968년 도입

도어가 열리고 닫히는 모양이 가위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68년 컨셉트카의 형태로 공개된 알파로메오 카라보를 통해 도입됐다.

걸윙 도어가 문턱이 높은 차량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버터플라이 도어가 사람들의 승하차성을 개선하고자 개발됐다면 시저도어는 뒤를 잘 보기 위해 개발됐다.

60년대 자동차는 쐐기 형태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날카로운 선들의 조합이 유행이었다. 당시 특징을 유지한 카라보 컨셉트카 역시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디자인 때문에 후방 시야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문을 열고 머리를 밖으로 내밀어 뒤를 살펴봐야 하는데 일반 도어는 사고의 위험이 높았다.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 시저 도어다. 문이 하늘을 향해 열리니 다른 차량을 신경 쓰지 않고 뒤를 보며 후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도어는 람보르기니 카운타크에 적용된 이후 현재까지 람보르기니 특유의 도어 형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람보 도어라는 별명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밖에 도어들

스웨덴의 슈퍼카 코닉세그는 디헤드럴 싱크로-힐릭스 도어(Diherdral Synchro-Helix Door)라는 복잡한 이름의 도어 구조를 사용한다. 먼저 도어를 손잡이로 당기면 도어 전체가 앞으로 빠져 나온다. 이후 도어 앞쪽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위를 향해 열린다. 이는 코닉세그 모델에서만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유압 장치를 사용해 가벼운 힘만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테슬라는 SUV 모델인 모델 X를 통해 팔콘 윙 도어(Falcon Wing Door)를 선보였다. 우선 걸윙도어처럼 하늘을 향해 ‘ㄱ’자로 열리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도어 자체에 경첩이 장착돼있어 마치 매의 날개짓처럼 도어가 열리고 닫힌다. 테슬라는 이를 통해 비좁은 주차 공간에서도 손쉬운 승하차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외에 전투기 캐노피처럼 지붕 자체가 열리고 닫히는 캐노피 도어(Canopy Door), 스포츠카에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한 형식도 있다. 애스턴마틴의 도어는 일반 도어처럼 보이지만 살짝 위를 향해 열린다. 이를 백조가 날개를 펼친 모습과 같다고 해서 스완 도어(Swan Door)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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