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평가를 위한 두 번째 테스트

지난 2016년, 우리 팀은 캐딜락의 대형 세단 CT6를 만났다. 그리고 테스트 결과 CT6는 참담한 평가를 받았다. 차체는 큰 사고라도 겪은 것처럼 너무나 헐거웠다. 또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차체 떨림이 동반됐다. CT6가 자랑하는 보스의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은 소리의 어우러짐은 고사하고 따로 놀기 바빴다. 나이트비전 시스템은 먹통이 되기 일쑤였고 글로브 박스에는 조명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중국산 짝퉁차도 이것보다 좋을 것 같았다. 캐딜락측은 차량 평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그 이후 재테스트 및 촬영에 대한 우리 팀의 요구를 무시했다.

시간이 지났다. 우리 팀은 지난해 가을 CT6 2.0 터보 테스트를 진행했고, 이때 CT6 3.6 프리미엄 모델의 테스트도 함께 이뤄졌다. 그리고 이들은 CT6에 대한 우리 팀의 선입견을 깨뜨렸다. 꽤나 만족감을 주었기 때문.

다시금 1년의 시간이 흘렀다. CT6의 최상급 트림 플래티넘에 대한 재테스트를 기획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정상적인 차’였다. 2년 전 만났던 그 차와 모든 것이 달랐다.

우리 팀이 보편적으로 차량을 설명할 때 세부 트림까지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옵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CT6는 조금 다르다. CT6 플래티넘 모델은 미국에서도 별도 분류할 만큼 최상급 차의 이미지를 갖는다. 당연히 일반적인 CT6와 CT6 3.6 플래티넘은 의외로 큰 구성 차이를 보여준다.

CT6 3.6 플래티넘 모델에는 앞 좌석에만 20 방향으로 작동하고, 마사지 기능까지 갖춘 전용 시트가 장착된다. 통풍과 열선 지원도 당연하다. 마사지 기능도 좋다. 럼바서포트만 움직이는 형식적인 마사지가 아니라 척추 부분을 지압해주는 느낌이 제법 좋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에 탑재된 온돌 마사지 기능이 참신하긴 했다. 하지만 CT6 3.6 플래티넘의 마사지 기능이 약간 더 나은 느낌이 든다. 물론 두 모델 다 뛰어나기에 이는 취향에 따를 문제다. 사실 이러한 감각을 전달하는 모델은 손에 꼽힌다. 그리고 이 정도의 성능이면 분명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캐딜락은 자사 상품의 경쟁력 하나하나를 알리는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

뒷좌석도 8 방향으로 움직인다. 또 앞좌석처럼 마사지 기능도 지원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12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뒷좌석 디스플레이, 나이트 비전, 4존 공조 시스템 등도 갖춰진다.

구성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리얼 카본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인테리어를 리얼 카본으로 꾸미는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중에서도 AMG, BMW 중에서도 M 정도뿐이다. 그런데 캐딜락은 특화 모델이 아님에도 리얼 카본을 사용해 실내를 마감했다. 그뿐인가? 헤드라이너까지 고급 소재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 테스트한 메르세데스-벤츠 S560은 헤드라이너 부분이 다소 아쉬웠다. 반면 CT6 3.6 플래티넘은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보스가 자랑하는 파나레이(Panaray) 오디오 시스템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막귀라도 들으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 시스템은 스피커 개수만 34개에 이른다. 그냥 보스 라인업 중에서 하나가 아니다. 보스의 최고급 시스템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시리즈(Advanced Technology Series)로 분류되는 시스템이다. 이 시리즈에는 향후 다른 최첨단 스피커가 추가될 예정이지만 아직 파나레이 오디오 시스템뿐이다. 그만큼 보스에서도 쉽게 만들지 못하고 있을 정도의 최상급 사양이다.

CT6에 탑재된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의 구성을 보자. 대시보드 오른쪽과 왼쪽 끝부분에 한 개씩 100mm 크기의 스피커가 위치한다. A-필러 부위에는 25mm 크기의 소형 트위터가 2개씩 총 4개가 붙는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1.3리터 부피의 인클로저와 50mm 크기의 스피커 3개가 중심을 잡는다.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에는 1.8리터 인클로저와 100mm 크기 스피커가 장착된다. 그리고 운전석 발판 부위에 70mm 크기 우퍼와 8.15리터 인클로저를 통해 강력한 저음을 생성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헤드레스트에도 스피커가 장착된다. 50mm 크기의 스피커 2개가 쓰이면서 현장감을 키우도록 했다. 대신 단점이 있다. 스피커가 자리함에 따라 헤드레스트 쿠션이 얇아져 버린 것. 승객에 따라 머리가 다소 불편하다 느낄 수도 있다.

뒷좌석 도어에는 100mm 크기 스피커와 1리터 인클로저를 갖춘 스피커가 각각 장착된다. 뒷좌석 도어 상단 부에 25mm 크기 스피커 2개는 뒷좌석 현장감을 위해 쓰인다. 뒷좌석 센터 콘솔에도 50mm 스피커 2개가 탑재되며, 뒷좌석 시트 뒤 부분에 255mm 크기의 우퍼 스피커를 달았다. 우퍼 양 측면 끝부분에는 60mm 스피커 한 쌍이 위치한다.

그냥 스피커만 많이 달았다고 다가 아니다. 이를 정교하게 조율하고 각 스피커로 나눠서 현장감 있게 전달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그것을 해낸 것이 CT6 3.6 플래티넘에 탑재된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이다. 이 정도면 이를 선택한 캐딜락보다 보스(BOSE)가 더 대단해 보인다. 아무도 하지 못한 것을 해냈기 때문. 이렇게 길게 서술한 것은 CT6 3.6 플래티넘에서 중요한 키포인트에 해당해서다.

리어뷰 미러에는 카메라를 통해 영상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후방 시야가 미러 대비 300%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거울과 달리 사람의 눈에 초점 변화가 발생해 눈이 피로해지기도 한다. 앞으로 극복할 과제다. 또, 빛이 강한 낮에 잘 안 보인다. 난반사 때문이다. 이 기능에 의지하지 않고 부가적 기능으로 쓰면 좋겠다.

CT6 3.6 플래티넘의 디자인은 존재감이 강하다. 벤츠 S-클래스가 부드러움을 지향한다면 CT6는 강인함의 끝에 있다. 그 중간에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 LS, 재규어 XJ 등이 있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특히 세로형 주간 주행등이 존재감과 강인한 느낌을 키운다. Indirect fire LED라는 이름을 갖는 풀-어댑티브 LED 라이트는 매우 풍부한 광량을 갖는다. 빛이 강하고 약한 것이 아닌 빛의 풍부함이 다르다. 촬영 담당 PD는 어지간한 조명 장비보다 캐딜락의 LED 라이트가 더 좋다고 말했다.

휠은 20인치를 사용한다. 최상급 모델인 만큼 가장 큰 휠을 사용하고 있다. 타이어는 굿이어의 이글 투어링. 너비는 전후륜 모두 245mm 급을 사용한다. 후에 서술하겠지만 이러한 타이어 조합은 CT6의 코너링 퍼포먼스를 떨어트리는 요소가 된다.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자. 시동 버튼을 누르려 하자… 알페온부터 사용해온 GM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버튼이 눈에 띈다. 뭔가 캐딜락 상급 모델만을 위한 구성이면 좋겠다.

엔진이 회전하기 시작하면 부드럽고 조용한, 진동이 없는 상태로 고요함이 흐른다. 2년 전 모델은 진동이 많았다. 하지만 정상 컨디션의 엔진은 수준급의 N.V.H 성능을 보여준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 37.0 dBA. 정숙성에서 최고라 평가받는 제네시스 EQ900 3.3 터보가 36.0 dBA을 보였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상황에서는 56.0 dBA에 불과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참고로 EQ900 3.3 터보는 57.0 dBA을 기록한 바 있다.

캐딜락의 오랜 노하우가 담긴 V6 3.6리터 엔진은 시간이 갈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CT6 플래티넘에서는 340마력과 39.4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배기량을 생각해도 출력과 토크 모두 상당한 수준이다.

이러한 엔진 성능이 경량화된 차체와 만나면서 이점을 키운다. 우리 팀이 측정한 CT6 플래티넘의 무게는 1,923kg. S-클래스나 7시리즈가 2톤이 넘는 무게를 가졌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경량화 부분에서 우위에 서고 있다. 캐딜락은 이와 같은 가벼운 무게를 만들어 내기 위해 21가지 특허 기술을 썼다고 말한다.

주행 상황에 따라 6기통을 사용하거나 4기통만 사용하는 기술도 있다. 기통수 활용 여부는 계기판을 통해 표시된다. 정속 주행 환경에서는 4기통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연비가 높아진다. 그렇게 CT6 플래티넘은 시속 100km인 환경에서 13.4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물론 가변 실린더 기술 적용을 생각했을 때 조금 더 높은 연비를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하지만 대형급에서는 좋은 수준임에 분명하다.

참고로 가변 실린더 기술은 평지와 내리막길에서 어느 정도 작동했으며, 약한 오르막길 정도까지 4기통 모드로 주행할 수 있었다. 반면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거나 오르막 구간에 들어서면 6기통 모두를 돌렸다. 또, 한번 6기통 모드로 돌아오면 다시 4기통 모드로 전환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모습이다.

자연흡기 엔진 덕분에 터보차저 엔진에서 느낄 수 없는 즉각적인 반응이 나온다.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도 토크가 풍부하게 발생되기에 운전이 편하다. 분명 고급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약 4,000rpm 부근을 넘기면 상당히 스포티한 배기음이 강조되기 시작한다. 마치 가변 배기 시스템이라도 작동한 것 같은 음색이다. 더불어 고회전 영역에서 발휘되는 마력과 토크로 인해 꽤나 강한 펀치력도 경험할 수 있다. 적당히 스포티하게 잘 나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을 테스트한 결과 7.28초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일반유 약간에 고급유가 섞인 상태에서 나왔다. 참고로 캐딜락 모델에는 고급유를 쓰는 것이 좋다.

8단 변속기의 완성도 역시 수준급이다. 동력 전달 능력을 비롯해 반응속도까지 상당한 완성도를 보인다. 특히 변속 속도가 빠르다. 수동 모드에서 운전자가 패들을 조작한 후 변속기가 작동하기까지 약간의 응답 시간이 느릴 뿐이지 변속기 자체에서 변속하는 시간 자체는 매우 빠르다는 것. 초기 8단 변속기는 이따금씩 변속 쇼크를 보일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느끼기 어렵다. 참고로 수동 모드에서 쓰는 패들은 마그네슘 재질로 만들었다.

제동력도 좋은 수준을 보였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거리는 38.17m. 테스트가 반복돼도 38m 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타이어가 스키드음을 크게 부각시켰고 강한 제동력 활성화를 버거워 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더더욱 좋은 성능임에 분명하다. 타이어만 교체해도 제동거리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제동거리 자체가 매우 짧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차의 것과 달리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성능 좋다는 벤츠, BMW, 아우디의 일부 모델들은 저속에서 ‘끽끽’하는 소음을 내 소비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있다. 현대차도 이 소음을 잡지 못해 성능을 포기할 때가 있는데, 캐딜락의 브렘보 시스템은 적정 성능을 꾸준히 지속시키면서 소음을 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참고로 휠 사이로 보이는 브렘보 로고도 운전자에게 믿음을 키운다. 이 시스템은 분진 발생도 적은 편이다. 페달을 밟는 감각은 대형 세단으로 무거운 편에 속한다. 더불어 초반보다 후반에 강하게 잡아주는 성격이다. 일상에서는 부드러운 정지로 승차감을, 긴급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제동력을 내는 방식이다. 통상 유럽산 고급차들이 이런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다.

4륜 시스템의 완성도 역시 상당하다. 후륜차 특유의 감각을 전달하면서 안정적으로 구동을 배분해 안정화를 취한다는 것이 좋다. 탄력적으로 구동 배분이 이뤄지다 보니 운전자가 느끼는 위화감도 적다.

승차감은 대형 세단으로 조금 단단한 성격이다.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도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보다 짧다. 하지만 승차감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보다 젊고 세련된 감각이랄까? 2년 전 시승차는 짧은 댐핑에 차체 떨림이 더해져 매우 불쾌한 승차감을 보였는데, 정상 컨디션의 차에서 불만은 없었다.

CT6 플래티넘 모델에는 MRC(Magnetic Ride Control)가 달린다. 우리 팀은 2년 전 테스트 때 이 시스템이 차량을 너무 불안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문제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며 주행 안정성을 잃지 않게 만든다는 점이 좋았다.

그럼 정말로 MRC 서스펜션이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까? 이를 위해 우리 팀은 CT6 플래티넘의 투어(Tour) 모드와 스포트(Sport) 모드 간 충격 및 잔진동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진동 계측을 실시했다. 테스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노란색 선은 스포트 모드, 회색 선은 투어 모드다. 중앙에 큰 충격을 받았음을 알려주는 부분을 중심으로 전후 1초의 상황을 0.1초 단위로 기록해 그래프로 만들었다.

투어 모드에서는 1차 충격이 전달된 이후 차량에서 잔진동이 전달되는 것을 암시하는 출렁거리는 모습의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다.

스포트 모드는 1차 충격 자체는 크게 전달된다. 서스펜션의 반발력이 투어 모드보다 크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후 차량은 잔진동을 발생시키지 않고 빠른 속도로 안정된 그래프를 그려 나간다. 충격을 잘 처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감각은 승차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차량이 지속적으로 요동치면 탑승자는 불쾌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MRC 서스펜션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하기도, 반대로 단발성 충격으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만큼 탄력성이 좋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승차감으로 연결된다.

(영상을 플레이하면 MRC 서스펜션 설명 부분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단순히 승차감으로만 연결되지 않는다. 주행성능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차량의 상하 움직임, 좌우로 출렁거리는 움직임(롤) 등을 적극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차량이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관성 처리와도 관련이 있다. 쉽게 말해 자동차가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한다. 헐렁거리거나 덜렁거리면 자세를 가다듬고 다음 움직임을 할 때까지 시간이 지체된다. MRC가 탑재된 CT6 플래티넘은 전자에 해당하는 달리기가 가능했다. 대형 세단으로는 대단한 수준의 움직임이다.

다만 기성세대가 느끼기에 CT6 플래티넘의 승차감 다소 단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분명 S-클래스나 EQ900과 비교해 단단한 승차감이기 때문이다. 다만 MRC 보다 20인치 휠과 타이어 채용이 더 큰 영향을 준다. 편평비가 낮은, 다시 말해 측면부가 얇은 타이어는 차량의 거동을 빠릿빠릿하게 만들어주지만 그만큼 승차감 측면에서 불리한 요소를 갖게 된다. CT6 플래티넘은 MRC 서스펜션에 20인치 휠 타이어 구성까지 갖췄으니 푹신한 승차감을 내기는 어렵다. 때문에 19인치도 장착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이 보다 넓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플래티넘 테스트 때 19인치 휠을 갖춘 프리미엄의 테스트도 함께 진행했는데 확실히 19인치 휠과 타이어가 승차감에 유리했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미세한 충격을 잡는데 유리했다는 것이다.

타이어도 변경되면 좋겠다. CT6는 달리기 성능을 타이어에게 봉인 당한 느낌이 컸다. 전륜 245mm, 후륜 265~275mm 정도를 쓴다면 꽤나 높은 성능을 자랑하게 될 것이다.

물론 운전에 자신 있는 소비자라면 약한 오버스티어 성향으로 즐겁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요(Yaw)를 적절히 사용해 운전 재미를 찾아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팀은 CT6를 재미있게 탔어도 이런 성향을 추천하지 않는다. 대형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점, 일반 소비자들이 이런 운전을 즐길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빠른 달리기를 떠나 한층 향상된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라도 타이어의 성능을 높여줄 필요가 있겠다.

어떻게 보면 우리 팀이 진행했던 테스트 중 가장 늦게 다뤘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신차 출시 이후 2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테스트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CT6 플래티넘은 2년의 시간 동안 억울한 누명을 써야 했다.

그리고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대형 플래그십 세단으로 좋다는 것은 크게 2가지 분류로 나뉜다. 직접 운전을 할 때 좋은 것과 뒷좌석에서 누리기 좋은 것이다.

롤스로이스 팬텀 & 고스트, 벤틀리 뮬산 & 고스트,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오직 뒷좌석에서 최고의 가치를 누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들은 비단결 같은 주행 질감, 호화스러운 실내, 뒷좌석에 집중한 항공기의 퍼스트 클래스 시트 같은 요소를 내세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직접 운전을 해도, 뒷좌석에서 휴식을 취해도 좋은 모델이다. 괜히 기함급 세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재규어 XJ는 뒷좌석의 만족감도 누리지만 운전을 했을 때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춘다. S-클래스와 차별화 포인트이기도 하며, 보다 젊은 소비자를 유입 시키는데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포르쉐 파나메라, 그리고 캐딜락 CT6는 운전에 집중한 플래그십 세단이다. 이들은 거대한 덩치를 무시하듯 대단한 운동 성능을 앞세운다. 분명 아무나 이해할 수 없고 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그런 그룹이다. 대신 이 그룹에 속하는 차량을 선택했을 때 차주 스스로의 만족감은 대단히 높다. 상황에 따라 큰 차가 필요했지만 내가 원했던 달리기 성능을 내주는 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을 고려한 상황에서 팀원들의 논의를 거치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CT6 프리미엄보다 CT6 플래티넘의 평점이 더 높았던 것이다.

CT6 하위 모델에 속하는 프리미엄 모델의 가격은 7900만 원대. CT6 플래티넘은 9600만 원대다. 보통 구성이 비슷하면 가격이 낮은 모델의 별점이 높기 마련. 하지만 CT6 플래티넘은 1700만 원이 넘는 가격차이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추천 별점을 받아 갔다. “이왕 CT6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플래티넘이 진짜”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외적인 존재감, 실내 마감 완성도, 최첨단 오디오 및 편의장비, 차별화된 주행 성능, 넓은 뒷좌석까지… 이 모든 것을 갖춘 차는 극히 소수다.

여기에 국내 수입차 시장에는 할인이란 부가적인 메리트가 따른다. 벤츠 E-클래스, BMW 5 시리지의 최상급 모델 수준, 또는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것들을 갖춘 대형 세단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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