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움과 효율을 겸비한 아메리칸 하이브리드 세단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단연 렉서스 ES300h다. 이외에 토요타 프리우스, 캠리 하이브리드, 렉서스 NX300h 등 사실상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은 토요타와 렉서스의 독무대다. 하지만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높은 성능과 연비를 무기로 입소문이 나는 상황이며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는 독보적인 성능으로 시장에서 인정 받았다.

여기에 잔잔하게 하이브리드 모델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모델이 있으니 링컨 MKZ 하이브리드다. 어쩌면 국내에 이런 차가 있었는지 조차 모르는 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다. 월 판매량은 30~40대 정도. 어쩌면 비인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지만 MKZ를 구입하는 소비자 중 절반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고 있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디자인은 MKZ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링컨의 그릴, 전면 디자인도 그대로다. 후면부를 가로지르는 일자형 리어램프와 범퍼 하단의 듀얼 머플러도 갖춰진다. LED 헤드램프와 세계에서 가장 큰 파노라마 글래스 선루프 등의 구성도 바뀌지 않았다. 도로 위를 달리는 MKZ를 만난다면 가솔린 모델인지 하이브리드 모델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테리어는 부분적으로 변경됐다.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팡이 장착되었고 효율 관련 정보를 표시해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그렇다고 효율 정보를 토요타처럼 화려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정말 심플하게 표기하는 정도다.

싱크 3(Sync 3)가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변경되지 않았다. 터치 인식률도 좋고 메뉴도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한글화에 인색하다. 또,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기 위해 스티어링휠의 특정 버튼을 길게 눌러야 한다는 점도 개선될 내용이다. 또한 비상등 스위치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오른쪽에 위치해 운전석으로부터 멀다. 몸을 일으켜 세워야 할 정도다.

실내 넓은 부위에 적용된 고급 가죽과 실제 알루미늄을 가공한 장식, 버튼식 변속기 등의 구성은 동일하다. 울스도프(Wolsdorf)나 브릿지 오브 위어(Bridge of Weir)사의 딥소프트(Deepsoft) 가죽 등 구체적인 명칭을 강조할 정도로 이 부분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다. 어떤 가죽인지 몰라도 충분히 부드럽고 푹신하기 때문에 고급스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19개의 스피커를 갖춘 레벨 오디오 시스템이 기본이며 뒷좌석 안전벨트가 에어백처럼 팽창하는 인플랫터블 벨트(inflatable belt)가 장착됐다.

반면 트렁크에 하이브리드용 배터리가 자리해 트렁크 공간이 크게 좁아졌다. 최근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배터리를 뒷좌석 시트 아래에 배치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링컨도 이런 부분을 참고했으면 좋겠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시동 버튼을 눌려도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 화면이 점등되며 주행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다만 배터리를 충전시키기 위해 엔진이 작동하면 조금 큰 소음과 진동을 느끼게 된다. 엔진 회전수를 측정해보니 1,160rpm으로 나타났다. 발전기 모터를 돌리기 위해 엔진 회전수를 높게 사용하는 것이 이유다.

토요타는 이러한 급 하이브리드 모델에 2.5리터 엔진 사용을 고수한다. 보다 넉넉한 배기량의 특징을 살려 저속 토크를 높이기 위함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도 발전기 모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도 있다. 이것은 곧 소음과 승차감에 영향을 주게 된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충전 엔진 회전수는 970rpm이다.

MKZ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충전모드 상태에서 정숙성을 측정해보니 41.5dBA로 나타났다. 디젤 세단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배터리를 과하게 방전시키지 않는 이상 엔진이 계속 돌아갈 일이 없으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에서는 58dBA의 정숙성을 나타내 고급세단의 조용함을 느끼게 했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면 전기모터만으로 저속주행을 해나간다.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의 속도는 약 40km/h 정도. 이후 탄력을 받은 상황에서는 가속페달 조작으로 시속 80km까지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MKZ 하이브리드는 마치 지하철 소리를 내면서 제동에너지를 배터리 충전에 이용한다. 급격하게 작동시키면 마치 고무공을 누르는 듯 별다른 감각 없이 최대 제동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이러한 EV 모드 활용 범위나 조작 감각들은 토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나 렉서스 ES300h와 상당히 유사하다. 아니, 사실은 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MKZ 하이브리드은 아이신에서 제공받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여기서 눈치챈 소비자들도 많을 것이다. 즉, MKZ 하이브리드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변속기 대신 발전기와 구동모터로 구성된 2개의 모터를 활용해 엔진이 배터리 충전을 하거나 노면에 직접 구동력을 전달할 수 있다. 직병렬 방식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부분을 토요타에서 받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부 기술을 포드가 개발하고 나머지 배출가스 관련 기술은 토요타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도 2.5리터에서 2.0리터로 배기량을 낮췄다. 일단 연비 부분은 확실한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연비테스트를 실시했다. 시속 80km 정속주행시 약 23km/L 내외, 100~110km/h의 속도에서 19.5km/L를 기록했다. 참고로 100~110km 연비는 엔진과 모터 사용 비중이 비슷해 오차가 크지 않았다. 반면 80km/h 정속주행 연비는 도로 조건에 따라 EV 모드로만 주행하거나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이 가능해 정확한 수치 산출이 어려웠다. 우리팀의 연비 테스트 조건이 일반 환경보다 까다로운 만큼 23km/L 보다 높은 연비가 나온다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평속 15km/h 연비 측정은 결과값을 찾아내는데 실패했다. 사실상 대부분을 EV 모드로 통과해버리니 99km/L라는 말도 안되는 연비가 나와버리는 탓이다. 하지만 반대로 배터리 충전이 필요한 경우는 지속적으로 엔진이 작동해 정상적인 환경으로 연비 측정이 힘들었다. 차라리 토요타의 4세대 프리우스처럼 EV 모드 사용빈도를 %로 표시해주는 기능을 통해 도심 주행시 EV 모드 사용도를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됐건 MKZ 하이브리드의 높은 연비를 만들어내는 능력만큼은 인정할만하다. 사실 우리팀은 그 동안 포드 링컨의 에코부스트 엔진의 아쉬운 연비에 대해 언급해 왔다. 배기량을 낮춰 연비를 향상시켰어야 하지만 대비기량 엔진과 다를 바 없는 연비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MKZ 하이브리드 만큼은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

연비를 앞세운 만큼 가속 성능 부분은 일정 부분 퇴보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소요된 시간은 10.43초. 속도가 시속 50km 이상부터는 엔진과 모터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해 시원스런 가속을 보였지만 초반 가속이 소폭 굼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특성상 아무래도 스톨(Stall) 상태 출발을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가솔린 모델보다 더딜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성능보다 MKZ 하이브리드는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을 누리며 여유롭게 주행할 때 이점을 갖는다.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때 더욱 그렇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후 재출발까지 지원한다. 포드 차량이 20km 이하에서 자동으로 해지됐던 것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차선을 넘지 않도록 지원해 주는 기능도 들어가지만 항시 중앙을 지키는 방식은 아니다. 이 기능은 차량이 차선을 밟을 때만 작동한다. 또, 진동을 통해 경고를 해주기도 한다.

자동주차 기능도 탑재됐다. 평행주차와 직각주차 이외에 사선주차까지 지원한다. 다양한 형태로 주차를 해야 하는 국내 환경에 적합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인식률은 조금 더 높았으면 좋겠다. 미국식 주차 환경 때문일까? 공간이 조금 넉넉해야 주차공간으로 인식했다.

MKZ 하이브리드의 잠재된 주행성능을 이끌어 내본다. 부드러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MKZ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성격이다. 상황에 따라 출렁거린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상황에서는 꽤 잘 버티는 모습을 보여 위화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대형세단과 같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잘 맞는 설정이다. 노면 굴곡에 따른 쇼크처리 능력도 매끄럽게 잘한다.

참고로 MKZ 하이브리드에도 포드 링컨의 CCD(Continuously Controlled Damping)라는 댐핑 시스템이 탑재된다. 수치적으로 1/500초마다 댐핑 설정을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M의 MRC(Magnetic Ride Control) 처럼 독특한 승차감을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예상할 수 있지만 여전히 부드러우며 노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준다고 이해하면 된다. MRC처럼 적극적인 성격보다는 한 발 물러나 있다.

제동 감각에 조금의 이질감이 있다. 이제 하이브리드의 대중화가 어느 정도 이뤄져 제동 감각의 이질감이 크게 낯설지는 않다. 그럼에도 MKZ 하이브리드의 제동 감각은 타사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해 이질감이 큰 편에 속한다.

타사의 시스템은 이렇다.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밟으면 회생 제동에너지 시스템이 작동하며 차량의 속도를 감소시킨다. 이후 브레이크 페달을 조금씩 더 밟을 때 마다 회생 시스템과 물리 브레이크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 거부감을 줄이며 차량을 정지시킨다.

하지만 MKZ 하이브리드의 경우 조금은 급작스럽게 브레이크 시스템이 작동한다. 페달 조작을 잘못하면 급정지라도 할 듯 급하게 감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페달 감각이 너무 가볍다. 브레이크 페달에 용수철만 달려있는 느낌이랄까? 어느 정도 묵직한 감각을 더해 이러한 위화감을 개선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9.46m로 평균적인 제동능력을 보였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얼마나 세게 밟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가벼운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으면 제동 시스템이 알아서 완전히 정지시켜준다. ABS의 개입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제동 테스트를 반복해도 꽤 일정한 수준의 제동거리를 기록해 냈다.

링컨 MKZ는 우리 팀에게 정말 혹독한 평가를 받기도,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전자는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이며, 후자는 페이스리프트 이후 모델이다. 특히 현재 MKZ 모델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 요인은 너도 나도 스포츠 세단이라고 부르짖고 있는 요즘에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감각을 우선시 했다는 점이다. 어설프게 따라가느니 확실히 잘 할 수 있는 점을 특화 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점은 에코부스트 엔진의 아쉬운 연비였다. 배기량은 2.0리터지만 3리터를 능가하는 연비… 그것이 걸림돌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완벽히 보완한 모델이 바로 MKZ 하이브리드다. 우리팀이 다양한 주행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평균적으로 16km/L대의 연비를 나타냈다. 디젤 이상의 연비를 조용하고 안락하게 구현시킨 것이다.

링컨은 MKZ 하이브리드를 통해 고급 하이브리드 세단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연비의 아쉬움이란 표현은 이 모델에서는 제외다. 하지만 이렇게 완성도가 높아진 만큼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금액적인 보상을 받으려 한다는 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5,900만원의 가격. 이것이 왠말이냐!

MKZ 하이브리드와 직접적으로 경쟁할 모델은 렉서스 ES 300h다. 사실 말이 경쟁상대지 판매량 면에서 MKZ 하이브리드는 완벽한 도전자다. 그렇다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하지만 MKZ 하이브리드는 5,900만원, ES 300h는 5,400만원부터 시작한다. 인지도 면에서 ES 300h라는 큰 벽이 있는데 이를 가격 때문에 어필할 기회조차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실제 감각적으로도 좋고 완성도도 높은데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다는 점이 안타깝다.

MKZ 하이브리드의 가격이 4천만원대 후반~5천만원대 초반만 되었어도 높은 평가를 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팀 스탭들이 MKZ 하이브리드의 평점을 부여할 때, 대부분 3.5~4.0점 내외의 점수를 부여했다. 하지만 가격이 공유되는 순간 모두 1.0~1.5점 내외의 점수를 줄여버렸다. 결국 MKZ 하이브리드는 5점 만에 2.5점을 받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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