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 디자인, 탄탄한 달리기 실력

디젤 게이트는 폭스바겐과 아우디, 심지어 벤틀리까지 2016년 한 해를 통째로 삼켰다. 특히 국내시장에서 팔 수 있는 모델이 거의 없어 1년 동안 개점휴업 상태를 맞기도 했다.

여기에는 아우디 TT도 포함된다. 배출가스 성적서를 위조했다는 이유다. 우리 팀은 지난해 TT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업데이트를 준비했지만 이후 환경부가 아우디 일부 모델의 인증 취소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에 따라 판매 금지 조치가 이뤄진 것.

하지만 다시 생각을 해보자. 사람이 잘못한 일이지 자동차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갤럭시 노트7 처럼 기기적인 결함으로 전 세계 판매 중단이 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TT는 업무 담당자의 고의적인(?) 과실로 국내에서 판매되지 못한 것뿐이다. 지난해는 자동차 업계에 어려움이 많았다.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법은 컨텐트 제작에 한계를 갖게 했다. 시승차를 제공받아 기사를 쓰는 것이 마치 기자들의 특권인 것처럼 해석한 누군가에 의해 10~11월 시승차 운영을 중단한 브랜드가 상당수였다. 하지만 그것이 기자들의 특권이었다면 여전히 자동차, 연료 등을 제공받는 블로거들은 매체 위에 존재하는 특권층이란 얘기일까?

다시 TT로 돌아가자. 우리 팀은 이미 지난해 6월 테스트를 진행했고 지금이라도 자동차 자체가 가진 경쟁력을 보여주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업데이트할 차가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아우디 모델에 대한 컨텐트가 업데이트 됨과 동시에 욕부터 하는 소비자층도 있지만 이들은 아우디의 소비자층이 아니다. 진짜 아우디를 구매할 수 있는 층은 BMW, 벤츠의 동급 모델과 비교하며 조용히 상품에만 관심을 쏟는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역시 차에 대한 얘기일 뿐 서류를 조작한 사람들에 대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빛도 못 보고 판매 중지 명령을 받았지만 아우디의 3세대 TT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내놓은 가장 최신의 컴팩트 스포츠카다. 경쟁 모델은 벤츠 SLC와 BMW Z4. 하지만 SLC는 2011년 공개된 SLK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며 Z4는 2016년 6월 생산이 종료됐다. TT가 가장 최신 스포츠카인 것.

외관을 둘러보면 ‘있어 보인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물론 1세대 TT 만큼 파격적인 느낌은 없지만 여전히 감각적이고 멋진 스포츠 쿠페의 멋을 보여준다. LED 헤드라이트는 기본 사양이다. 아우디는 1세대 TT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3세대 모델을 재구성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2세대 모델을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었다고 보인다. 아우디가 잘해온 헤드램프, 테일램프의 디자인 구성도 이번 TT에서 빛을 발한다. 패션카던 스포츠카던 TT는 확실한 매력을 보여준다.

아우디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잘하는 제조사 중 하나다. 그리고 TT의 인테리어는 그런 아우디 모델에서도 중심점에 선다. 3세대 TT를 통해 아우디의 인테리어 방향이 정립됐기 때문이다. 버추얼 콕핏 계기판, 새로운 스티어링 휠 디자인, 비대칭 대시보드, 간결한 인터페이스가 그것이다.

버추얼 콕핏은 계기판 위치에 자리한 12.3인치의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이다. 물론 처음 접한다면 공부가 필요하다. 조작법이나 화면을 보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많은 정보를 보여주지만 결국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계기판 위에 내비게이션을 띄우는 정도다.

계기판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겸하는 만큼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생략됐다. 최초의 버추얼 콕핏을 소개할 때 아우디는 이 부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상급 모델인 A4 이상부터는 버추얼 콕핏과 센터페시아 모니터 모두를 갖춘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스티어링 휠에 탑재된 에어백의 부피도 40%가량 줄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보지 못 했던 얇고 간결한 스티어링 휠의 모습을 갖게 됐다. 이외에 송풍구와 각종 버튼들은 항공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2+2 구조를 가졌기에 뒷좌석도 마련된다. 하지만 성인을 위한 자리는 아니다. 대략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가 큰 불만 없이 앉을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 제한적인 트렁크 공간의 연장선으로 봐야 할까? 참고로 트렁크 공간은 305리터이며, 이는 기존 대비 13리터 넓어졌다.

3세대 아우디 TT와 달릴 시간이다. 우리는 아우디 TT를 2번 테스트했다. 처음 테스트 때는 타이어에 문제가 있었다. 누군가 오프로드에서 TT를 잡아 돌렸던 것. 엔진룸에도 진흙이 가득 묻어있었다. 4륜 구동이다 싶으면 오프로드에서 잡아 돌리는 기자들도 있는데 수준 좀 높여보자. 시승차가 아닌 당신의 차였다면 그런 짓을 하겠는가?

오프로드 주행으로 손상을 입은 타이어는 결국 주행이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우리 팀은 다시금 TT의 시승을 진행해야 했다. 수일 뒤 만난 TT는 앞 타이어가 다른 제품으로 변경돼 있었다. 이 시승기는 정상적으로 OE 타이어가 앞뒤에 장착된 상황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테스트를 진행했던 환경은 무더운 여름 날씨였다. 노면온도만 50도가 넘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터보 차에게 불리한 환경이다.

이렇게 불리한 환경은 가속력 테스트 때 한번 더 부각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6.18초를 기록한 것. 제원상 5.6초라고 발표된 것과 큰 차이였다. 심지어 제네시스 EQ900 3.3 T-GDi(6.11초) 모델보다도 뒤처졌다. 뜨거운 공기에 취약한 터보 엔진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가속력에서 그리 강인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 했다. 물론 일반 승용차보다 빨랐지만 스포츠카로는 부족한 모습이었다. 원인은 출력과 토크였다. 2.0리터 터보 엔진은 220마력과 35.7kg.m의 토크를 낸다. 세단형 모델인 A4는 동일한 엔진 배기량을 바탕으로 252마력을 발휘한다. 또한 경쟁사들의 동향을 봐도 2.0리터 엔진으로 250~270마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220마력은 분명 부족하다. 물론 이를 위해 TTS가 존재한다지만.

가속력은 부족했다. 이를 제외한 주행 능력은 발군이었다. 엔진의 부족한 성능은 경량화와 변속기 성능이 채워준다. 3세대 TT는 경량화 설계를 통해 1세대 모델 대비 140kg, 2세대 대비 50kg 가량 가벼워졌다. 우리 팀이 진행한 실측에서도 1,415kg 대를 기록했다. 4륜 구동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을 무게다. 단, 앞뒤 무게 배분은 6:4 정도로 전륜구동형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인 S 트로닉의 완성도 역시 높다. 직결감은 물론이며 변속 충격을 최소화하며 빠르게 변속을 마친다. 고성능 모델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처럼 변속마다 때리는 감각은 없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때도 부드럽게 변속된다. 그렇다고 변속 속도가 느린 편도 아니다.

가속감의 부족함을 채우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배기 사운드다. 주행모드를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하면 가변 배기 시스템이 작동하며 의외로 옹골찬 소리를 뿜어낸다. 스피커가 소리를 내거나 엔진 흡기 부분을 개방시키는 방식이 아닌 가변 머플러 방식을 사용한다. 때문에 아이들 사운드부터 달릴 때까지 일관성 있게 배기 사운드가 부각된다.

TT의 아이들 소음은 약 42.5dBA 내외였다. 다이내믹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50dBA로 높아진다. 생각 이상으로 큰 변화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해도 일반 모드인 61.5dBA에서 62.5dBA로 높아진다.

배기 사운드와 함께 코너를 달려나간다. 놀랄 만큼 뛰어난 차량의 거동이 느껴진다. 사실 과거 모델들은 언더스티어가 큰 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언더스티어를 크게 느끼기 어렵다. 그전에 리어 휠이 안쪽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서스펜션의 완성도에 있다. 서스펜션은 스포츠카로서 부드러운 편이다. 하지만 코너에서 휘청대는 모습 없이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그리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최근 차량 하부를 보며 이런저런 의견을 내는 경우도 본다. 하지만 서스펜션은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형상이 아닌 소재의 강도, 스프링 레이트, 댐핑 값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토션빔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것도 차알못이나 하는 말이다. 잘 조율된 토션빔은 멀티링크를 능가한다. 스포츠카들의 경쟁이 한창일 무렵, 대부분의 스포츠카들은 더블 위시본 방식을 썼다. 하지만 포르쉐는 맥퍼슨 스트럿으로 이들에 대항했다. 그리고 누구도 포르쉐의 서스펜션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셋업이다. 즉, 서스펜션을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은 그저 차알못이 차알못에게 보여주는 쇼에 불과하다.

눈으로 구조를 보고 셋업 값을 읽어 성능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섀시 파트로 지원해보길 바란다. 그들은 수십수백억 원을 투자해 당신을 스카우트할 것이다. 꼭 스포츠카가 아니어도 좋다. 이제야 하체 만들기에 눈을 뜬 현대차도 당신에게 수백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TT의 서스펜션은 좋은 완성도를 갖췄다. 덕분에 핸들링도 좋다. 짧은 스티어링 시스템 기어비도 한층 직관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단순히 앞바퀴만 빨리 도는 것이 아니라 스티어링 동작에 따른 차량의 움직임도 빠르다.

코너링 성능도 충분하다. 서스펜션의 능력 탓도 있지만 타이어도 충분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TT 쿠페에 장착된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콘티 스포츠 컨택 5. TT보다 높은 성능의 모델이었다면 콘티 스포츠 컨택 5P 정도가 쓰여야 하겠지만 220마력 선의 출력이라면 컨택5도 충분하다. 또한 코너 진입은 물론 탈출 때도 실망감을 주지 않았다.

제동 성능도 좋았다. 냉간시 37m 대를 기록했지만 제 기량이 발휘되기 시작한 시점에 35.09m를 기록해 냈다. 제동 성능 좋기로 유명한 마세라티 모델이나 AMG A45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무더운 더위 속에서 테스트를 반복해도 쉽게 지치지 않았다. 제동 내구성능에 대한 신뢰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속 안정감도 뛰어나다. 동일한 MQB 플랫폼을 사용한 A3 도 비슷한 급의 경쟁 모델에서 느끼지 못한 인상적인 고속 안정감을 선사한 바 있다. TT도 그랬다. 아우디 모델에서 고속주행 안정감이 좋다고 느끼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하지만 TT는 분명 좋은 성능을 내는 그룹에 속했다.

공인 복합연비는 10.0km/L다. 고속도로서 시속 100~110km의 속도로 주행하면 약 18km 대, 시속 80km의 정속 주행 상황에서는 19km/L 대까지 상승한다. 크루징 환경이라면 좋은 연비를 갖지만 스포티한 주행을 하면 연비가 빠르게 하락한다. 가솔린 엔진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그래도 시속 15km의 정체구간 시뮬레이션 테스트에서 8.4km/L를 보여 아쉬움을 달랬다. 아이들 스톱 기능 덕분이다.

지금까지 아우디 TT는 스포츠카라기보다 패션카에 가까웠다. 그런 이유로 스포츠 패션카로 불렸다. 상급 모델인 TTS나 TT RS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경쟁 모델인 Z4나 SLK에 견주기 버거웠다. 하지만 3세대로 진화하며 변화가 있었다. 내 외관 디자인도 좋아졌고, 무엇보다 주행 성능이 크게 발전했다. 탄탄해진 기본기만큼 이제 스포츠카라고 불러도 어색함이 없겠다. 잘생기고 세련됐는데 능력까지 훌륭한 그런 이미지랄까?

생각지도 못했기에 그만큼 더 좋게 느껴졌던 아우디 TT. 출력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에 상급 모델인 TTS가 기대된다. 물론 TT-RS라면 금상첨화.

TT의 국내 출시 당시 가격은 쿠페가 5,750만 원, 로드스터 6,050만 원이다. 벤츠 SLK200이 6,960만 원, BMW Z4 28i가 7,980만 원이었으니 경쟁력 높은 가격이다. 물론 쉐보레 카마로 SS 만큼의 가성비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매일 트랙을 드나드는 것이 아니라면 더 스타일리시하고 브랜드 밸류에서 앞서며 세금 부담에서도 자유로운 쪽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 않을까? 모든 소비자들이 가성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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