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의 한계를 뛰어넘다

한국지엠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지는 않다. 미국 본사와 달리 신차 도입도 늦어지고 가격 또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의 완성도를 떠나 내수 시장 점유율은 아직 현대 기아차를 논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 외적으로는 노조 문제도 있고 잊을만하면 나오는 철수설도 분위기를 흐리는 요소가 된다.

이 상황에서 한국지엠이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더 넥스트 스파크’를 내놨다. 2009년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출시된 이후 6년만의 모델체인지다. 신형 스파크는 기아 모닝에 밀렸던 경차시장 1위를 탈환하고 한국지엠에게 ‘장미 빛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오토뷰 로드테스트팀의 공식 테스트에 앞서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새로운 스파크를 먼저 만나봤다.

신형 스파크의 첫인상은 정제된 인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과거 지나치게 날카로웠던 헤드램프도 부드럽게 다듬어 졌다. LED 주간주행등도 큰 면적을 차지한다. 또한 쉐보레가 앞으로 다양한 모델서 보여줄 듀얼-포트그릴도 적용돼 있다. 범퍼 양측면 안개등 주위도 한층 입체적으로 다듬어진 모습이다.

측면부는 기존 스파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진감을 내세운 형태의 윈도우 프레임과 뒷좌석 시크릿 도어 핸들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차량 높이가 낮아졌다고 하는데 두드러지는 정도는 아니다. 반면 3개의 캐릭터라인과 입체적인 로커패널 디자인은 상당히 화려하다.

후면부에는 테일게이트를 감싸는 형태의 리어램프와 새로운 범퍼가 장착된다. 뒷모습의 경우 모닝을 닮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실모습은 모닝과 차이가 컸다. 하지만 사진을 찍고 나면 다시금 모닝처럼 보이니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인 스파크의 첫인상은 기존보다 순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경차만의 귀여움과는 거리감이 있다. 전세계 디자인 트렌드라는 관섬에서 보면 스파크와 같이 조각된(Sculpture)듯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 관점에서는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패션적인 요소가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여성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실내 분위기는 상당히 고급스러워졌다. 쉐보레가 강조하는 듀얼-콕핏 테마가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과거 저렴해 보이지 않아 좋다.

스티어링휠도 세련되게 변했다. 기존모델의 장난감 같던 디자인과 급하게 부착시킨듯한 버튼도 이제 옛말이 됐다. 열선도 갖췄다. 바이크에서 영감을 얻었다던 계기판은 일반적인 형태로 변경됐다. 주위를 크롬으로 둘러 멋스럽게 꾸미기도 했다. 트립컴퓨터 디스플레이는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꽤나 시원스럽게 정보를 표시해준다.

센터페시아는 육각형을 둥근 형태로 다듬어놓은 모습이다. 최근 추세에 맞춰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상단에 배치시켰다. 무려 8인치 크기다. 새로운 마이링크 시스템의 메뉴 아이콘들은 스마트폰의 것처럼 변경돼 있다. 메뉴 구성에서 큰 차이점이 없지만 글씨도 커지고 한층 직관적으로 변경돼 눈길을 끈다.

최초로 애플의 카플레이(CarPlay)를 지원하는 차량인 만큼 시승차량에 아이폰을 비치시켰다. 실행법은 매우 간단하다. 케이블만 연결하면 끝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던 경쟁사의 미러링 시스템보다 월등한 부분이다. 전화와 문자는 물론 내비게이션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시리(Siri) 역시 물론 가능하다. 현재는 기본적인 애플리케이션만 지원하지만 iOS 생태계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컨텐츠의 확장성은 무한해보인다.

이외에 터치 방식으로 답답함을 자아냈던 볼륨 설정 버튼(기존 마이링크)도 다이얼 방식으로 변경됐다. 많이 저렴해 보였던 송풍구 디자인도 마름모꼴로 세련되게 변했다. 기어노브 디자인도 보다 부드럽게 변경됐다.

운전석에 앉자 바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시트 높이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기존 스파크는 시트 높이가 너무 높아서 조금 불편했는데 이제야 제대로 된 포지션을 찾은 듯 하다. 물론 조수석 시트는 여전히 높다. 스티어링휠은 틸트만 지원한다.

휠베이스가 증가한 만큼 뒷좌석 공간도 넓어졌다. 그렇다고 경차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180cm가 넘는 성인이 탔을 때도 레그룸과 헤드룸에 여유가 있었다. 의외로 뒷좌석이 괜찮다. 트렁크 공간은 경차로써 평균적인 수준이다.

이제 주행에 나설 차례다. 시승 코스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출발해 올림픽도로를 주행한 뒤 남양주 톨게이트를 지나 한적한 카페까지 향하는 것.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3기통 999cc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한가지 놀랄 부분은 스마트키를 갖췄다는 사실이다. 기존 쉐보레 답지 않은 구성이다.

3기통 엔진이 사용되는 만큼 구조적인 떨림은 있다. 이는 먼저 시승한 폭스바겐 폴로에서도 확인되던 내용이다. 하지만 실내에 들어오는 소음은 잘 억제돼 있다. 기존 스파크가 다소 ‘잘잘잘’거리는 엔진 음색을 들려줬다면 이번 모델은 한층 차분해진 톤을 들려주는 듯 하다.

주행을 시작한다. 기본 몸놀림이 가볍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변속기 부분의 직결감이 좋다. 기존 모델에서도 C-TECH 무단변속기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동력 전달 효율이 한층 좋아진 느낌이 크다.

직결감 이외에 달라진 부분이라면 무단변속기지만 어느 정도 일반 자동변속기 느낌을 흉내 냈다는 점이다. 엔진회전수가 고정된 상태로 속도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rpm과 속도가 함께 상승한다. 가속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마치 고단기어에서 저단기어로 내려가는듯한 변속충격(?) 비슷한 무엇인가가 느껴진다는 점이 재미있다. ‘일정 부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풀 가속이 전개되면 6,000rpm에서 고정된 상태로 속도가 오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기어레버를 ‘L’로 내리면 6,500rpm 부근에서 고정된다.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끌어내본다. 빠르지 않지만 꾸준하게 140km/h부근까지 속도가 상승한다. 이후부터 속도 상승폭이 둔화된다. 참고로 신형 스파크에는 75마력과 9.7kg.m의 토크를 갖는 엔진이 장착된다.

주행안정성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매우 안정적이다. 경차의 한계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120km/h의 속도로 달리는 상황에서도 속도감이 90km/h 전후로 느껴질 정도다.

이쯤 되니 스파크의 기본기가 매우 궁금해진다. 경차로써 이 정도의 고속 주행 안정성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차량의 기본기와 밸런스가 뛰어나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빨리 우리팀원과 함께 정식 테스트를 진행해보고 싶어진다.

주행안정성과 함께 차체에서 느껴지는 강성 역시 경차의 기준을 넘어섰다. 사실 기존 스파크 역시 강성 부분에서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었다. 해외 충돌테스트 평가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강성이 더 좋아졌다. 이정도 차체라면 2.0리터 엔진도 무리 없이 받아낼 수 있을 듯 하다. 과장은 했지만 허풍은 아니다.

서스펜션은 기존 대비 부드러워졌다. 차체 강성이 향상되면서 튀는 부분을 걸러내는 능력이 커진 것인지, 서스펜션 자체가 부드러워졌는지는 우리팀과 테스트 이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본격적인 코너링 성능도 궁금해진다. 사실상 이번 코스에서 코너링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티어링휠의 피드백이 매우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직관적이며 컨트롤이 쉽다. 다만 기존 모델 대비 후륜축의 움직임이 조금 더디게 느껴지기도 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시티모드’라고 하는 스티어링 기능이 탑재된 것. 버튼을 누르면 스티어링휠 답력이 매우 가볍게 변경된다. 도심지나 주차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용도다. 참고로 현대 기아차의 경우 스티어링휠 답력 조절을 할 수 있는 ‘플렉스 스티어’를 도입했다가 32비트 MDPS를 적용시키면서 다시 삭제하고 있는 추세다. 근본적인 성능을 개선하지 못한 채 답력으로만 장난치려 했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도 한 몫 했다. 반면 스파크의 스티어링 성능은 좋은 편이라 이번 구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가 궁금해진다.

휠과 타이어는 미스매칭이다. 시승차에는 16인치 크기에 195mm급 타이어가 장착됐다. 터보엔진이 장착됐다면 모르겠지만 경차에 어울리는 스펙은 아니다. 때문에 가속성능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한국지엠 발표에 따르면 신형 스파크는 0-100km/h 가속성능은 1초 가량 단축돼 있다.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조금 느려진 느낌이다. 소비자들의 선택 범위를 늘려준다는 것 이외에 16인치 휠타이어는 큰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

약 40분간의 짧은 시승일정 속에서도 신형 스파크는 매우 높은 잠재력을 보였다. 우선 주행 완성도면에서는 경쟁모델과 차원을 달리한다. 모닝이 모델체인지가 이뤄졌다고 해도 이 부분을 넘어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차체강성 역시 비교 불가다. 사실상 기존의 스파크(M300)도 모닝보다 우위에 선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을 유혹시킬만한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도 갖췄다. 스마트키와 시동버튼, 열선 스티어링휠과 시트, 크루즈 컨트롤, 하이패스,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방 추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 등 구성은 중형세단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 외관을 꾸밀 수 있는 다양한 액세서리 파츠까지 준비돼 있다.

가격도 조금 내려갔다. 기본형 승용밴 모델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중간 트림의 가격을 내렸다. 모델체인지에서 보기 힘든 정책이다. 물론 ‘2보 전진 1보 후퇴 가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분명 소비자들에게 칭찬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신형 스파크가 국내 경차 1위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건 분명 이기는 싸움이다. 전쟁터에 최고의 명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제 좋은 작전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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