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1985년 출시된 현대 쏘나타.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흘렀고 7세대까지 진화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신형 쏘나타에 대해 이렇게 강조하고 있다. “본질로부터”

중형 세단에 대한 30년 노하우를 갖고 있는 현대차. 또한 최근 내세우기 시작한 본질의 가치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자신감 또한 상당해 보인다. 신형 쏘나타는 자동차의 본질 자체로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을까?

먼저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신형 쏘나타는 기존 YF 쏘나타 대비 한결 깔끔해진 인상을 갖는다. YF 쏘나타가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면 LF 쏘나타는 좀 더 차분하게 다듬어진 모습이다. 이러한 디자인 형태를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라고 표현한다.

전면부는 부드럽게 변한 헤드램프와 그릴의 변화로 시작된다. 범퍼 디자인도 안정적인 이미지를 유도하도록 했다. 대신 ‘ㄱ’자 크롬 장식을 넣어 너무 심심해 보이지 않도록 꾸몄다.

측면부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쿠페 룩 세단의 실루엣을 따른다. 루프라인 역시 트렁크까지 이어지도록 디자인 되었다. 또한 평행을 그리는 캐릭터라인 설정으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했다.

후면부는 안쪽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형태의 리어램프를 적용했다. 기아차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디자인으로 현대차에 옮겨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대 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영향력이 쏘나타에도 미친 것일까? 하단에는 노출 타입의 머플러가 자리한다.

LF 쏘나타의 차체 제원은 길이 x 너비 x 높이를 기준으로 각각 4,855 x 1,865 x 1,475 mm 수준의 수치를 갖고 있다. 휠베이스는 2,805 mm의 길이다. 덕분에 YF쏘나타 대비 35mm 길어지고 30mm 넓어졌으며, 5mm 높아진 크기를 갖고 있다. 휠베이스도 10mm 늘어났다. 대신 눈으로 보기에 커졌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다.

리프트에 차를 올리고 하부를 살펴봤다. 언더패널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과거 현대차는 눈에 보이는 부분만 신경쓰고 이외의 부분은 경시했었다. 하지만 차체 하부까지 꼼꼼하게 작업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언더패널은 에어로 다이내믹에도 소폭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실내에 들어가기 위해 앞좌석 도어를 열었다. 과거 현대차에서 느끼지 못한 묵직함이 느껴진다. 단순하게 무게만 늘린 것인지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에게 단단하고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주기에는 충분하다. 반면 뒷좌석 도어는 가볍다. 앞좌석 도어 대비 면적이 작다지만 묵직함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실내는 수평적 디자인을 적용해 넓다는 느낌을 주도록 했다. 스티어링 휠은 컴팩트한 사이즈를 기초로 림을 두텁게 디자인 했다. 손에 닿는 촉감도 수준급이다. 계기판의 변화는 크지 않다. 반면 시인성이라는 측면서는 강점이 크다. 테스트카는 스마트 트림이지만 상급 트림에는 컬러 디스플레이를 갖춘 계기판이 장착된다.

센터페시아는 육각형 형태다. 전면을 장식했던 그릴의 디자인이 실내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듯 하다. 깔끔하게 정돈된 버튼을 비롯해 재질면에서도 향상됐음이 잘 느껴진다.

시트는 편안하다. 특별히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부족함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반면 뒷좌석 공간에 대한 경쟁력이 잘 부각된다. 휠베이스는 10mm 증가했지만 뒷좌석만 보면 수십mm는 길어진 느낌마저 든다.

트렁크 공간은 462리터 수준으로 YF 쏘나타 대비 1리터 감소했다. 수치를 떠나 상당히 넓어 보이도록 디자인 됐기 때문에 공간에 대해 불만을 나타낼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반면 폴딩시트를 2.4 모델부터 적용한다는 점이 크게 아쉽다.

테스트 모델은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게 될 스마트 트림이다. 기본 모델에 LED 리어램프와 LED 사이드 미러가 추가하고 17인치 휠 타이어를 적용한 모델이다. 실내에는 인조가죽 시트와 4 way 럼버 서포트, 듀얼 공조장치, 열선 스티어링휠, 버튼시동과 스마트 키 시스템, 통합 주행 모드, 크루즈 컨트롤, 오토 라이트,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이 추가 돼 있다. 특히 스마트 트렁크가 주력 트림부터 쓰였다는 점이 좋다.

이제 본격적으로 LF쏘나타와 주행을 시작할 차례다.

버튼을 눌러 엔진을 회전 시킨다. 상당한 수준의 정숙성이 인상적이다. 아이들 상태에서 측정된 소음 수치는 35.5dBA. 렉서스의 최고급 모델인 LS460L이 35dBA을 기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숙성 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진동이 아쉽다. 아직 출발도 하기전인데 차량에서 떨림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이 떨림은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통해 느껴진다. 뒷좌석에서도 어렵지 않게 느낄 정도다. 물론 디젤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솔린 모델로는 의외다. 또한 기어레버를 D 레인지에 두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도 진동이 느껴졌다. 물론 페달로도 진동이 느껴진다.

도로주행에 나서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았다. 기존의 YF와는 다른 반응이 느껴진다. 기존 YF가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면 LF는 매우 묵직한 느낌을 전제로 움직인다. 도심 주행은 편하다. 도로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있어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추월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으면 아쉬움이 커진다. 엔진 반응도 더디지만 차체의 움직임 역시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로틀 반응도 느리다. ECO 모드로 설정하면 느린 것을 넘어 운전하기 답답한 수준이 된다. 노멀모드로 설정하면 평균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확 달라지지는 않는다. 스포츠 모드는 스티어링 휠을 조금 묵직하게 하는 정도의 역할만 해준다. 아무래도 파워트레인의 변화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은 듯 싶다.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여본다. 저속 주행서는 만족스러운 주행 감각을 보였지만 고속 환경에서는 힘이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꽤나 시원스럽게 가속됐던 YF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5천rpm 이후부터는 엔진 회전수만 빨라질 뿐 뭔가 신통치 않은 가속력만 나올 뿐이다.

계측기를 통해 쏘나타의 구동 출력을 측정해봤다. 4기통 2.0리터 엔진의 제조사 발표 성능은 168마력과 20.6kg.m의 최대 토크 확보. 계측장비를 통한 실제 구동 성능은 125마력과 16.6kg.m의 토크로 측정됐다. 출력 손실률이 25%나 된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경쟁사 엔진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이 좋다. 참고로 측정 때 우리팀의 기준은 SAE 모드를 기초로 하지만 튜닝샵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130~135마력 정도의 성능을 갖는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둔하다는 느낌은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우선 정지상태에서 100km/h 까지의 가속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쏘나타가 기록한 가속 시간은 우리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무려 11.4초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YF 쏘나타가 9.4초를 기록한 바 있다. 기아의 k5도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i40 왜건도 유사한 성능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LF 쏘나타는 무려 2초나 느려진 성능을 갖고 있다.

뭔가 착오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0-100km/h 수차례나 테스트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기록은 느려질 뿐 11.4초 미만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네티즌들에 의해 심장병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쉐보레 말리부가 10.9초를 기록한 바 있고 SM5 플래티넘은 10.3초만에 100km/h까지 가속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구동 출력 자체는 높지만 차량의 실질적 가속 성능은 크게 떨어진다는 것.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무게가 증가했기 때문일까? 45kg 증가된 무게가 차량의 발진 가속 시간을 2초나 느리게 만들기는 힘들다. 통상 2.0리터 모델의 0-100km/h 가속 시간에서 2초 가량 늦어지려면 70Kg 이상의 성인이 4명 승차하고 트렁크에 짐까지 실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기저항이 증가해서? LF 쏘나타의 공기저항지수는 0.27Cd로 YF 쏘나타의 0.28Cd보다 7% 개선돼 있다. 현재로써는 변속기에 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쏘나타는 30~40km/h 부근과 80km/h 부근에서 가속이 크게 쳐지는 느낌을 보였다.

어쨌건 쏘나타는 느려졌다. 처음 주행에 나서며 느꼈던 묵직함은 제조사가 의도한 셋업이 아닌 사실상 둔한 움직임에 의한 것이었다.

고속 주행 안정감은 무난하다. 특히나 서스펜션의 처리 능력이 우수하다. 반면 MDPS는 꾸준한 보타를 요구해 왔다. 역시나 하드웨어의 변경 없이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듯 싶다. 현대차는 과거 대비 개선이 되었다고는 언급하지만 역시나 홍보성 멘트일 뿐이다.

종합적인 퍼포먼스를 확인하기 위해 와인딩 로드에 들어섰다.

속도를 끌어올린 후 코너를 향해 돌진한다. 그리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초반에는 강한 제동력이 발휘된다. 하지만 페달을 깊이 밟아도 성능이 향상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현대 기아차의 설정이다. 가감속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금세 페이드가 발생하고 연기도 피어 오른다. 달라진 것은 없다. 실질적으로 마찰 면적이나 소재의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뭔가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도 있겠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코너에 들어선다. 스포츠 모드 설정에 따라 스티어링 휠이 조금 무거워졌지만 차량을 제어함에 있어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기민하고 느리고를 떠나 이질감이 크다. 이쯤 되니 현대차가 MDPS의 원가절감을 위해 저가 부품을 쓴 것인지 근본적인 기술이 부족한 것인지 헷갈린다. 어찌됐건 둘 다 문제다.

반면 순수 코너에서 버텨주는 능력은 좋다. 적어도 서스펜션은 수준급의 셋업된 느낌이다.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만들어 내면서도 코너에서 차체를 지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이해하면 된다. 지난번 시승한 제네시스는 차체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바 있는데 쏘나타는 필요 이상의 롤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타이어 성능이 아쉽다. 낮은 한계로 서스펜션의 장점을 감추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낮은 성능의 타이어조차 밀어 붙이기 힘든 엔진의 성능에 있다.

또한 상급 트림에는 18인치 휠과 235mm급 타이어가 장착된다. LF 쏘나타에게는 족쇄나 다름없다. 이와 같은 사양이라면 0-100km/h 가속 기준 12.0초 이상도 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경차를 제외한 모든 세단을 통틀어 가장 느린 가속력을 가진 세단이 될 것이다.

도심과 고속도로, 와인딩 로드를 주행하며 개선됐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강성이다. 최근 현대차는 차체 강성 부분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LF 쏘나타 역시 YF와 비교해 상당부분 차체 강성이 향상됐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제네시스 만큼 큰 폭의 향상까지는 아니다. 동급 말리부와 비교해도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말리부에 준하는 강성을 갖췄기 때문에 중형 세단으로써는 충분히 잘 해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안전에 대한 설계 기술에 대해서도 칭찬을 하고 싶다. 현대차는 자체 테스트 결과 25% 옵셋 충돌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큰 이변이 없다면 미국 시장의 테스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7월 17일 미국 IIHS는 쏘나타의 충돌 테스트를 발표했다. 25% 옵셋 테스트 결과는 양호(Acceptable), 전방 추돌 방지 테스트 결과는 베이직(Basic)을 받아 TSP+ 등급을 획득했다. 차체 설계와 관련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만족감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주행 연비에서도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줬다. 80km/h로 주행하는 상황에서 무려 18~19km/L 수준의 연비를 보여 우리팀을 놀라게 했다. 이 정도면 디젤세단과 비교해도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100~110km/h로 주행하는 상황에서도 17km/L 내외의 연비를 보여줬다. 정속 주행 등 크루징 조건을 만나면 상당한 좋은 연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내주행에 들어서면 바로 돌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소 막히는 도심지역에서는 6.5km/L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평균 주행 속도가 올라도 8km/L 이상을 넘어서기 힘들었다. 주행 환경에 따라 연비 기복이 상당한 편이기 때문에 같은 쏘나타 구매자라고 해도 주행 환경에 따라 체감하는 연비 차이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대도시 거주자 보다 트래픽이 적은 소도시 및 국도 이용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유리할 듯 싶다.

쏘나타는 지난 30년 동안 다방면에서 중형 패밀리 세단으로써 갖춰야 할 경쟁력을 잘 보여줬다. 7세대 쏘나타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최신의 중형 세단으로 경쟁모델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 경쟁력은 딱 평균 이상에 머무는 정도에 그쳤다.

의외인 점은 과거 현대차가 잘하던 부분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나 기존 YF를 타던 소비자들이 옮겨 탔을 때 상당히 답답해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이 우려된다.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느끼는 영역에서 아쉬움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못하던 부분의 개선 노력은 충분히 눈에 띈다. 물론 MDPS는 제외다.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뿌리깊은 불신도 걱정이다. 기업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차량의 완성도가 높건 낮건 싸잡아 손가락질을 하기 때문이다. 쏘나타가 나쁜 차일까? 아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그런 평범한 자동차 일 뿐이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통해 본질을 외쳤다. 하지만 일부는 과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동차의 본질을 논하기 전에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듯 싶다. 자동차 산업의 본질은 소비자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가 내세운 'RUN, TURN, STOP, Protect'라는 광고는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광고를 통해 내비춰진 것은 상품의 능력이 아닌 현대차 스탭들의 희망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울러 우리팀은 쏘나타 2.4 버전을 추천한다. 적어도 현재의 쏘나타 2.0 보다 조금 더 나은 능력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2.0 엔진은 한국 시장을 위한 구성일 뿐 기본기 자체를 2.4에 두고 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현대차에게 있어 최우선이 되는 것은 역시나 미국 시장의 소비자들이다.

기존 쏘나타가 잘하던 부분에 대한 경쟁력 저하는 다시금 재미있는 시장 구도를 만들게 됐다. 최고의 연비와 고출력을 자랑하는 르노삼성 SM5 d와 SM5 TCE, 종합 성능과 주행 감각서 강점을 보이는 쉐보레의 말리부 시리즈, 차체 및 섀시가 허술해도 가장 좋은 동력 성능을 가진 기아 K5로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상품의 본질을 인지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만큼 쏘나타는 과거처럼 브랜드 밸류를 중심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변화가 쏘나타의 구매자 연령대를 높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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