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에게 최상의 성능 제공… 뒷좌석은 글쎄

보수적인 고급차 만들기의 대명사 재규어 조차 현대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오히려 타 모델 보다 파격적인 디자인을 기초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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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재규어 XJ 시리즈는 특유의 긴 후드와 트렁크 라인으로 전통적인 세단의 멋을 고수해 왔지만 최신 XJ에서 이 같은 전통성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졌다. 과연 뉴 XJ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XJ의 전면부는 대형 사이즈의 격자형 그릴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그릴의 디자인은 강한 이미지를 견인 해주지만 다소 작은 사이즈의 헤드램프는 어색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타사처럼 사이즈를 키우고 날카롭게 다듬는 것도 좋았을 텐데. 범퍼의 디자인은 무난하다. 고성능 세단다운 면모를 보여주기에 부족함도 없다. 널따란 후드의 디자인 및 캐릭터 라인의 조화도 무난하다.

측면부 모습은 현대적인 세단의 멋을 보여준다.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도 기존 모델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으로 꼽힌다. 20인치에 달하는 알로이 휠과 전륜 245mm, 후륜 275mm의 타이어도 XJ가 갖춘 주행성능 대한 환상을 키우는 역할을 수행한다.

후면부는 다소 심심한 느낌이다. 시승차의 컬러가 화이트인 만큼 그런 느낌이 더 부각되는 경향도 있다. 전면부를 장식한 헤드램프처럼 작게 만들어진 리어 램프의 영향도 크다. 루프를 타고 흘러온 부드러운 트렁크 라인의 조화 때문이기도 하다. XJ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최근 유행하는 4도어 쿠페처럼 늘씬한 멋을 뽐내면서도 사이즈에 대한 볼륨감을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보면 맞을 듯싶다.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선다. 계기판에는 아무 표시가 없다. 단지 블랙 패널만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시동 버튼이 눌러져야 비로소 LCD로 구성된 계기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블루톤을 기초로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 좌측에는 연료 및 수온 게이지가 중심에는 스피드 미터가 자리잡는다. 우측 타코미터는 RPM이 올라가면서 각 숫자의 조명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BMW M시리즈와 유사한 부분이다. (BMW는 계기판 내부에 별도의 조명을 통해 사용 가능한 RPM영역을 알려주는 방식을 사용했다.)

계기판은 블루톤을 사용함으로써 차가운 느낌을 주지만 다이내믹(Dynamic) 모드를 활성화 시킴으로써 레드톤으로 변하도록 만들어졌다. 조금이나마 정렬적인 느낌을 통해 차별화는 주는 내용 중 하나다.

스티어링 휠의 사이즈는 무난하다. 조금 크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차체 사이즈를 감안하면 적정한 수준이라 말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 마련된 각종 버튼은 운전 중 다양한 기능을 통제하는데 이점이 있지만 일부 버튼들의 조작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쉬움이 되기도 한다.

공조장치는 과거 세단처럼 투박한 느낌을 주지만 기능적인 부분서 본다면 오히려 충실하다 말할 수 있다. 송풍구 중심에 있는 아날로그 시계는 전통적인 고급세단의 상징이다.

센터페시아 중앙부 모니터는 XJ에 포함된 다양한 기능을 통제하도록 해준다. 터치패널 방식이라는 점은 좋지만 이로 인해 조작이 불편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단에 위치한 공조장치 컨트롤러 등은 쓰임새에 있어 아쉬움이 없다.

XJ의 실내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윈드 쉴드와 연결된 대시보드다. 재규어에서 말하듯 요트의 조종석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단, 이 디자인으로 인해 실내가 다소 좁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동 버튼을 눌렀을 때 드라이브 셀렉터(변속 다이얼)가 올라오는 것은 XF 때와 같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오래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하다.

시트는 부드러운 편이다. 본격 스포츠 모델보다는 고급차의 느낌을 살리고자 한 의도가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다. 구성 자체는 무난하지만 시트를 조금 더 낮게 위치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

반면 버튼을 통해 버킷 시트처럼 바꾸거나 느슨하게 풀어 편안한 자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좋다. 마사지 기능을 비롯해 통풍, 열선 기능도 기본 제공된다.

뒷좌석은 넉넉하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레그룸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쿠페와 유사한 루프라인의 채용에서 오는 헤드룸의 부족 및 앞좌석 시트에 의한 전방시야 확보가 부족하다는 점은 VIP를 위한 뒷좌석 세단에게 있어서 약점이 되기도 한다. 실제 XJ의 뒷좌석은 동급 고급세단들에 비해 편의장비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중형 차량급 이상에서 기본 장착되는 공조장치 컨트롤러 정도를 제외한다면 뒷좌석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다. 측면부 썬쉐이드도 수동방식이다.

트렁크 공간은 충분하다. 적재 공간의 높이는 낮지만 깊숙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적재하기엔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동급 세단들과 비교할 경우 아쉬움은 없다.

이제 XJ와 함께 달려보자.

뉴 XJ는 5.0리터 V8엔진을 기초로 슈퍼차져 버전, 디젤 버전으로 나뉜다. 시승차는 슈퍼차져가 장착된 사양으로 슈퍼 스포트라는 부가적인 이름을 갖고 있다. 최고출력은 510마력에 달하며 최대토크는 63,8kg.m로 발표돼 있다.

전세대 XJ Super V8, XJR보다 월등히 강력해진 성능이다.

시내 주행을 시작한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은 좋다. 역시나 넉넉한 토크가 고르게 분포돼 여유로운 주행을 가능케 하고 있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확실한 가속력이 차체를 견인하려 하기 때문에 성격이 급한 운전자라도 불만을 토로하긴 어렵겠다.

전통적인 고급 세단의 느낌을 계승하는 듯 승차감이 좋다. 출력을 감안한다면 다소 의외다. 하지만 고급 세단을 구입하며 부드러운 승차감을 바라는 VIP라면 이처럼 유순하게 느껴지는 서스펜션의 셋업을 더 선호할 것이다.

차체는 크지만 운전을 하는데 있어 차체 사이즈에 대한 존재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주차를 제외한다면 차체 크기로 인해 주행에 부담이 되는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고속화 도로에 오른다. 가속페달을 지긋하게 밟자 막강한 토크가 기다렸다는 듯 차체를 밀어 붙인다. 빠르다는 차를 많이 타봤지만 대형급 세단으로서는 상당한 가속력이다. 물론 스포츠카 같은 순간적인 펀치력은 부족하지만 강한 힘이 꾸준하게 밀어붙인다는 점이 운전을 편하게 한다.

200km/h 정도는 가볍게 치고 올라간다. 차체 무게가 실리는 만큼 가속감도 좋다. 서스펜션도 높아진 속도를 방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변속 패턴도 부드럽지만 빠르게 전개된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400마력 미만의 스포츠카들이 직선서 XJ와 성능을 견주기는 어렵다는 사실!

반면 고속서의 차선 변경서는 차체 사이즈에 따른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스포츠카를 몰듯 빠른 스티어링 휠의 전개를 펼치기보다 고급차답게 부드러운 컨트롤을 통해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운전방법이 더 적합하다.

고속서의 제동력은 살짝 아쉽다. 강력한 시스템임에 분명하지만 엔진 출력을 100% 방어한다 보기는 어렵다. 제동력을 10%만 향상시켜도 밸런스라는 측면서 아쉬움이 없을 텐데.

와인딩 로드로 주행 환경을 바꾼다. 간혹 고급세단으로 이와 같은 환경이 의미 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답은 늘 같다. 고급차라도 주행에 대한 기본기는 갖춰야 한다는 것. 와인딩 로드는 단순 주행 환경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하고 변속모드는 S(스포츠)로 바꾼다. 파워풀한 토크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 자세제어장치인 DSC는 잠시 켜둔다. 가속페달을 밟아 초기 발진 가속력부터 다시금 체감해 본다. 메이커 발표 0~100kmh 수치는 4초대 후반에 달하지만 5.0 미만으로 당기는 것은 쉽지 않다. 출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초반부터 타이어 슬립이 크게 부각되는 것이 원인이다. 타이어의 그립만 막강하다면 4초 중반 아니 초반도 가능 할 듯싶다.

강력한 토크가 타이어를 짓이기며 속도를 올려간다. 동일 구간이지만 다른 차량을 시승할 때 보기 힘든 스피드 레인지에 너무나 쉽게 올라있다. 제동력을 끌어낸 직후 코너에 차체를 들이민다. 스티어링 휠의 감각은 무난하다. 직설적인 느낌은 없다. 부드럽지만 원하는 내용을 충실히 수행하는 셋업이다.

몇몇 코너를 돌아나간다.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DSC의 개입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과장 같이 들리겠지만 와인딩로드 전코스에서 DSC의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 코너링서의 개입이 조금 빠른 것이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재가속시 걸리는 막강한 토크가 오버스티어를 유도해내기 때문에 DSC의 개입 자체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잠시 DSC를 해제시킨다. 재규어의 DSC는 BMW처럼 2단계로 동작하는데 TCS를 풀어 운전자에게 허용 범위를 늘려주는 Trac DSC와 DSC Off로 구분된다.

DSC를 끈 상황부터는 긴장의 연속이다. 가속페달을 세밀하게 다루지 않을 경우 리어휠이 적극적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코너가 연속되는 와인딩 로드라면 차체의 모션을 방어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BMW M버전처럼 출력을 100마력 정도 낮추는 기능이 있다면 종합적인 랩타임서 더 유리해질 듯 싶다.

와인딩 로드서 DSC Off 모드로의 주행은 포기하기로 한다. 주행은 가능하지만 약간의 모험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하는 Trac DSC 모드로 전환시킨다. 리어휠의 움직임을 일정부분 허용하면서 차체가 크게 미끄러지는 것을 방어해내기 때문이다.

다시금 달리기 시작한다. 물론 DSC의 개입은 지속된다. DSC On모드에 비해 개입의 폭이 조금 적다는 차이가 있을 뿐.

재규어 XJ는 다이나모에서도 막강한 성능을 그대로 보여줬다. 오토뷰 로드테스트의 기준인 SAE 모드서는 약 412마력을 기록했지만 일반적으로 측정을 하는 기준인 기본모드(STD)에서는 426마력을 넘어섰다. 최대토크도 55.7Kg.m에 달했다. (오토뷰 기준인 SAE 모드서는 53.9Kg.m)

독자님들께서 다이나모 그래프를 보실 때 토크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으로 보이시겠지만 거의 모든 구간서 토크는 50kg.m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심지어 연료 차단 직전의 토크도 49Kg.m에 달한다. (STD 모드를 기준으로 본다면 토크는 50Kg.m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수치를 떠나 어떤 영역서든 50Kg.m의 토크가 나온다는 점은 차량에 있어 강력한 메리트가 되지만 운전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 같은 토크 덕분에 시내 운전이 매우 편하다는 것은 분명한 경쟁력이 된다.

다시금 달리기 시작한다. 코너에 접어들면서 롤이 다소 크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초반에도 언급되었지만 승차감과 타협된 서스펜션의 영향이다. 이는 재규어를 대표하는 고성능 세단 XF-R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데 V8 슈퍼차져 엔진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단단한 서스펜션이 필요하다. 혹은 타사들처럼 댐핑 컨트롤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겠다.

재규어 XJ는 어떤 차인가?

시승을 마치며 기억에 남는 건 분명히 슈퍼세단이라는 것이다. 차체 사이즈도 크고 출력도 넘쳐난다. 운전자와 동승자에겐 짜릿한 희열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뒷좌석을 이용하기 위해 차를 구입한다면 당신은 바보다. 이차는 뒷좌석을 위한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뒷좌석은 아이들 혹은 간혹 부모님을 모실 때 적합한 자리일 뿐 고급차로서의 의미는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만약 뒷좌석을 감안한다면 BMW 750Li 또는 렉서스 LS460L, 벤츠 S500 등이 더 적합하다. 하지만 타 모델들이 주지 못하는 분명한 매력이 있다.

여유롭지만 빠른 스포츠 세단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 여러분들께서 알고 계시듯 재규어는 니치마켓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티어링을 잡고 있을 때 최고의 만족감을 주는 최고급 세단. 그것이 재규어 XJ다.

물론 일반적인 운전자들에게는 XJ 디젤을 추천한다. 넘쳐나는 출력은 없지만 운전석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매력과 운전재미도 적절히 찾을 수 있으니까.

제원표
구분
재규어, XJ Super Sport
크기
• 길이 x 너비 x 높이 (mm) 5,247 X 1,894 X 1,448
• 휠베이스(mm) 3,157
• 공차 무게 (Kg)1,960
• 승차 정원5명
엔진
• 형식V8 DOHC S/C
• 배기량 (㏄)5,000
• 굴림방식후륜 구동 (FR)
• 최고출력 (ps/rpm)510 / 6,000~6,500
• 최대토크 (kg*m/rpm)63.8 / 2,500~5,000
새시
• 보디형식세단
• 타이어 앞/뒤(F) 245 / 40R 20, (R) 275 / 35R 20
트랜스미션
• 형식자동 6단
성능
• 최고시속 (km/h)250
• 0 → 100km/h 가속4.9초
• 주행연비 (km/ℓ)6.9
가격
• 국내 판매가 20,840만원 (부가세 포함)
오토뷰
로드테스트 측정
• 0→60km/h 가속2.7초
• 0→100km/h 가속5.0초
• 휠 구동 출력413 / 6,200
(손실률 약 19% -SAE 기준)
• 휠 구동 토크53.9 / 2,600
(손실률 약 15.5% -SAE 기준 )
• 아이들시 소음약 39(dBA)
• 80km/h 주행시 소음 약 58(dBA)

장점 & 단점
장점- 막강한 가속력 보여주는 5리터 슈퍼차져 엔진
- 대형 세단으로써 아쉽지 않은 승차감
- 운전자에게 최상의 만족감 전하는 슈퍼 세단
단점- 출력 대비 아쉬운 브레이크 및 서스펜션 셋업
- 롱휠베이스 모델임에도 뒷좌석 편의장비 없어

평가
성능 평가 (별5개 만점)
엔진
트랜스 미션
서스펜션
타이어
브레이크
실내 부분 평가 (별5개 만점)
편의장비
사운드 시스템
앞좌석 공간
뒷좌석 공간
차량 가격 : 20,840 만원 (2010년 11월 기준)
가격대비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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