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AMG E53 하이브리드 4MATIC +
진짜 E클래스 매니아가 선택하는 차
국내 출시이후 1년이라는 시간을 넘긴 E-클래스. 그리고 E-클래스 라인업에 고성능 모델들이 합류하는 중이다. AMG E63의 등장에 앞서 먼저 공개된 모델은 AMG E53 하이브리드 4MATIC+, 직렬 6기통 엔진 M256M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하고 있다. 최고출력은 449마력, 최대토크 57.1kg·fm, 전기모터의 163마력을 더해 시스템 총출력 612마력을 달성한다.
AMG LINE과는 다른 AMG의 시작점
AMG 모델로 거듭나기 위한 E53만의 디테일들이 눈에 띈다. 전면 범퍼의 측면 공기 흡입구는 가변으로 열고 닫히며 평소에는 왼쪽 플랩이 우선 열리게 된다. AMG 앰블럼이 붙은 AMG 다크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이글로스 블랙 모델 뱃지가 시승차에 적용됐는데 이는 AMG 나이트 패키지 II를 추가했을 때 모습이다. 21인치 AMG 크로스 스포크 단조휠도 특별하다.
측면에서도 AMG 고유의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전면 펜더의 공기 배출구를 통해서다. 하단에는 터보 하이브리드 레터링이 붙는다. 트렁크 끝단에는 제법 가파른 각도의 리어 스포일러도 장착되어 있다. AMG 앰블럼도 눈에 띈다. 그리고 가장 강렬하게 시선을 끄는 것은 레드 컬러의 E53 레터링이다. S63 E퍼포먼스처럼 하이브리드를 상징하는 모델명에 레드컬러 테두리를 넣은 것.
지난번 AMG LINE 옵션이 적용된 E300 모델이 워낙 잘 꾸며진 탓인지 외관상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펜더의 볼륨감이 동일하기 때문에 잘 꾸민 E-클래스 정도로 보인다. 파워트레인이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눈이 즐거운 옐로 포인트
실내에도 AMG만의 디테일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도어 플레이트에 각인된 AMG, 옐로 컬러의 시트벨트, AMG 전용의 세미 버킷 타입의 시트, MBUX 슈퍼스크린의 조수석 대기 화면, 카본 파이버가 적용된 센터 콘솔 트림 커버 등을 통해서다.
콘솔 트림 커버의 모서리 마감은 다소 아쉽다. 손 끝으로 날카롭고 거친 감각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둥글게 잘 다듬어진 다른 인테리어 요소들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콘솔 트림 커버는 손이 자주 가는 일상의 영역이다. 스마트폰, 차키, 음료 등을 수납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가 위와 같은 디테일을 그저 지나쳤다는 것이 안타깝다.
스티어링은 E-클래스에서도 AMG 스티어링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유의 디테일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마이크로컷 마이크로파이버의 적용은 특별하다.
0-100km/h = 3.83초
0-100km/h 발진 가속은 첫 시도에 3.83초를 기록하며 제원 기록인 3.80초와 유사한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후 시도에서는 4.49, 4.55초 등 회차가 진행될수록 기록이 점차 느려지는 경향을 보인다. 원인은 1단에서 2단으로 변속 중 늘어지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성향으로 미뤄보아 서킷 주행에서 이상적인 기록을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철저하게 일상을 공력한 고성능의 느낌이랄까?
0-200km/h 까지의 기록은 14.04초로 나왔다. 최근 500마력대 모델들이 12초대 안팎을 끊고 있으니 빠른 편은 아니다.
100-0km/h 제동 기록은 36.07m 수준으로 무난하게 나왔다. 고성능으로는 약간 아쉬운 수준이나 무게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능이다. 지속성은 평이했는데 후반에는 최대 37.20m까지 밀렸다.
참고로 시승차의 후륜 타이어는 출고 때 장착되는 OE 제품이 아니었다. 시승차가 겪은 사정으로 인해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S 대신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EV를 장착한 채 우리에게 왔다. 리어 타이어도 메르세데스 OE 승인을 받은 타이어였지만 E53의 성능을 받아내는데 무리가 있었다. 제동성능의 대부분은 프런트 타이어에 의해 결정되지만 리어 타이어의 성능 부족이 약간이나마 제동 거리를 늘렸을 가능성도 있겠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 감각은 미세한 조절이 가능하도록 섬세함을 갖췄다. 취향의 영역이므로 일부 운전자들에게는 초기 브레이크 답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캘리퍼가 디스크를 물었을 때 순간 발생되는 마찰력을 의미하는 ‘무는 감각’이 약한 편이다. 같은 세대 E-클래스 모델인 E450을 기준한다면 동일한 제동력을 내기 위해 E450이 10%만큼 페달을 밟아야 할 때 E53 하이브리드는 20% 정도를 밟는 정도의 차이다. 장점으로는 미세한 조절이 가능해 완전 정차 상황에서 차량을 부드럽게 세울 수 있다. 한편으로 스포츠 주행 등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더 깊게 밟는 적극성이 요구된다. 물론 특정 영역에서 하이브리드 특유의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닌 듯 하다.
전륜 = 파일럿 스포츠 4S, 후륜 = 파일럿 스포츠 EV
타이어는 무척 중요하다. 물론 우리가 유별나게 타이어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유지만 타이어는 우리가 일반 도로에서 차량을 느끼고 시험장에서 운동 성능을 확인할 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만큼 자동차의 모든 성능을 반전시키는 영향력을 지닌 대표적인 부속이다.
승차감, 정숙성, 핸들링, 고속 안정성 등 우리가 시승기에서 이야기하려는 모든 영역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번 시승기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본래의 정상적인 타이어 조합이 아니었다는 것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오버스티어?
이번 테스트는 앞뒤가 다른 타이어를 사용했을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그리고 고속 주행에서 좋은 균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스티어링 조향에 대한 차체의 민감한 반응은 좋았다. 메르세데스-AMG 치고는 마일드한 성향이지만 나름대로 날카로운 맛을 강조하려 노력했다. 과거 AMG들은 적극적인 모습보다 선형적이고 여유있는 반응을 보였는데 최근 AMG들은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일 때가 많다. 반면 일상을 감안한 E53은 부드러움 속에 일부 날카로움을 지향했다고나 할까?
스로틀 리프트오프 등 갑작스러운 하중 이동 상황을 만들어 시험을 한 결과 리어축이 매끄럽지 않게 따라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건 1초 미만의 얘기. 자세제어장치인 ESP가 차체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며 운전자가 원하는 주행궤도를 그려 나갔다. ESP를 처음 사용한 브랜드 답게 최고 수준의 제어 능력이 좋다.
테스트 환경을 옮겨 슬라럼 테스트를 진행했다. 리어 타이어는 여전히 E53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결국 ESP가 바쁘게 움직이며 차체를 안정화시키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
접지력의 균형이 깨지며 전륜 축에 성능이 집중되면서 회전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오버스티어라고 부를 정도로 이상적이지 못한 특성이 나오고 있다. 아쉽다. 사실 AMG E53 하이브리드를 시승하기 위해 몇번이나 스케쥴을 바꿨는데.
수준급 성능의 AMG 라이드 컨트롤
최신 AMG 모델들은 댐퍼의 변화를 다단계로 조정한다. E53도 최신 시스템을 이식받아 이상적인 댐퍼 컨트롤 능력을 보여준다.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세가지 모드로 제공되는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각 모드 별로 고유의 댐핑 압력을 제공해 주어 좋다. 당연하게도 스포츠+ 모드가 가장 단단한 댐핑 압력을 보여준다.
보통의 차에서 댐핑 압력이 높아지면 노면에 의한 주행 질감이 달라진다. 상식적인 얘기다. 컴포트 모드가 노면 위를 부드럽게 미끌어지며 나가는 감각이라면 스포츠+ 모드에서 거칠고 까끌까끌한 질감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AMG E53의 라이드 컨트롤 댐퍼는 스포츠+ 모드에 진입한 상태임에도 노면에 대한 주행 질감이 컴포트 모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정 크기의 요철 대응은 단단한 성격으로 신속하게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감각 상으로 댐퍼의 영역이 두 부분으로 나눠졌다고 느껴졌다. 작은 진동과 요철 간의 처리 영역을 나눈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 간 주행 질감의 차이가 미비하다는 것이 설명된다. 덕분에 주행 시간동안 스포츠+ 모드에서 오래 머물러도 피곤하지 않았다. 주행 질감을 거칠게 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영역의 댐퍼 압력만 제어한다는 점에서 최신 AMG 모델의 제어 능력은 높이 살만하다.
배터리 사용이 싫다면 수동 변속 모드
주행 모드는 B, EL,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사용자정의로 나뉜다. B는 배터리 홀드 모드로 현재의 배터리 충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 필요시에만 최고 출력을 뽑아쓰기 위한 용도다. EL은 순수 전기 주행 모드로 충전된 배터리의 전력을 모터를 구동하기 위해 소진하며 내연 엔진을 깨우지 않고 주행할 수 있다. 그 밖에 컴포트 모드는 전기 모터와 내연 엔진을 사용하며 효율을 우선한다. 그 밖에 스포츠, 스포츠+ 모드는 내연 엔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EL 모드를 제외한 나머지 주행 모드에서 수동 변속 모드(M)를 실행할 경우 내연 엔진으로 계속 주행할 수 있다. 참고로 배터리 전력을 유지한다는 B모드는 저속 또는 등속 주행 구간에서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탓에 실질적으로 배터리 전력 유지에 도움이 전혀 되지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배터리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고 싶은 운전자는 수동 변속 모드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0 to 80% = 3시간 35분
배터리팩의 용량은 21.2kWh이며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배터리 충전은 완속을 지원한다. 0-80%까지 약 3시간 35분이 소요된다. 약 23kWh의 용량에 해당하는 80%까지 충전이 이뤄지면 요금 약 6200원 정도가 청구된다. 이때부터 순수 전기 모터로 약 75km를 주행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충전도어는 왼편에 위치하며 개방은 차량의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참고로 컴포트 모드, B 모드 주행이던 상관없이 저속 및 등속 주행 환경에서 E53 하이브리드는 배터리의 전력을 적극 활용한다. 심지어 배터리 잔량이 0% 상태여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표시 전력 이외에 저장해둔 전력을 주행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부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아닌 하이브리드 모델로 봐도 무방할 정도. 이러한 특성 덕분에 배터리 잔량이 없더라도 15km/l 대의 연비를 자주 보인다.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ADAS
ADAS의 편의성은 현재 시장에 출시된 프리미엄 모델들 중 상위권에 속한다. BMW와 마찬가지로 메르세데스-AMG도 어느정도 관대한 수준으로 차량을 제어한다. 정지, 가속의 진행도 매끄러우며 운전자가 편안하다고 느낄 정도로 제어 감성이 좋다.
최근 BMW, 메르세데스-벤츠 이외의 유럽차 브랜드들이 운전자에게 차량 제어권을 자주 넘기면서 차선 유지 등의 적극성을 떨어뜨려놓고 시장에 차를 내놓는 모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ADAS 오용으로 인한 사고 확률을 낮출 수 있으며 제조사 입장에서도 사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장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소비자 시선이 ADAS 기능을 안전이 아닌 편의 사양으로 보고 있는 현 시점에 그러한 결정이 상품성을 높여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식인지는 의문이다. 대표적으로 볼보, 폭스바겐이 위와 같은 선택을 했다. 예를 들면 볼보 EX30, 중앙 인포테인먼트 터치 스크린에 대부분의 기능을 탑재해놓고 기능 사용을 위해 스크린에 집중한 운전자에게 주의 경고를 퍼붓는 이중성(?)은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거리두기하는 AMG
AMG E53 하이브리드 4MATIC+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까다로운 취향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 E-클래스 성능이 따분하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E63은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니까. 물론 예산도 중요한 요소다. 실구매가 기준 1억 2~3천만원대에서 구매 가능한 고성능 모델로는 BMW M3, M4 등이 꼽힌다. 성능은 월등하나 차체가 조금 작다고 느낄 소비자들도 있다. 그렇게 차체 크기에 욕심을 내면 BMW M850 및 E53 정도가 유사 가격대로 들어온다. M850은 8기통 엔진의 감성적 이점을 갖춰 경쟁력이 크다. 그러나 한세대 이전의 실내 분위기가 소비자들의 망설임을 만든다. 반면 E53은 최신 벤츠의 화려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고연비까지 추구한다. 무난한 대안이지 않은가.
또한 서울에 흔하게 널린 E-클래스들과 거리를 두고 싶다는 소비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 E-클래스가 자리했으니 그 결과로 AMG E53 하이브리드 4MATIC+를 택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