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LM 500h 이그제큐티브(Executive) 6인승
3열 탑승자에게 미안할 필요 없는 최고급 의전 미니밴
LM 4인승 모델인 로얄(ROYAL) 트림은 1인 VIP로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의전 편의 사양이 담긴 모델이다. 1열 운전석과 공간을 완전히 분리해낼 수 있는 파티션 글라스로부터 트렁크까지 LM의 광활한 나머지 공간을 차지하는 2열 VIP 시트가 로얄 트림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독보적이지만 1인 의전을 제외한다면 LM 로얄의 활용 범위는 무척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LM이 법인용으로 운영되는 만큼 담당자들에게 제한된 활용 범위는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도 된다. 또한 법인 운영 이외에도 가족을 위한 개인 차량으로 활용 한다면 로얄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
럭셔리는 그대로, 활용성만 높이다
그래서 등장한 모델이 렉서스 LM 이그제큐티브, 6인승 사양이다. LM의 고급스러움은 그대로 이어받은 채 파티션을 없애고 3열 시트를 추가했다. 파티션이 사라지면서 2열에서는 시원한 개방감을 얻었으며 운전석에서는 자유로운 시트 포지션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로얄은 파티션으로 인해 1열 운전석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파티션이 사라지면서 운전석에서는 측후방 시야의 확보도 용이해졌다. 로얄은 파티션으로 인해 숄더 체크(Shoulder Check)라고 부르는 사각지대 확인이 불가 했다. 이는 LM 로얄 모델을 경험해본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불만 사항 중 하나다. 하지만 이그제큐티브 는 파티션이 없으니 숄더 체크가 무척 쉬웠다. 사이드 셰이드가 내려져 있는 상태에서도 사물 분간이 어느정도 쉽게 가능하다. 주간 주행 기준일 때 이야기다.
LM을 다룰 운전자의 범위가 의전 차량을 전문적으로 운행하는 기사님만 아니라 법인에 소속된 여러 명의 직원들이라면 운전 난이도를 낮출 안전과 관련된 사항은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그제큐티브는 로얄 모델보다 주행이 더 쉽게 느껴진다.
로얄과 이그제큐티브 모델은 의외로 스티어링의 버튼 구성도 다르다. LM 로얄은 각 스티어링 버튼들이 독자적인 하나의 기능만을 수행하는 물리 버튼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지 않는다. 반면 이그제큐티브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면서 스티어링 버튼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또는 계기판 디스플레이와 연동을 이룬 인터페이스를 갖춘다. 스티어링 버튼이 일종의 멀티 펑션 버튼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능 사용에 있어서 디스플레이를 꼭 주시해야만 한다. 스티어링 버튼을 통한 기능을 다루는 측면에서 최신 버전의 인터페이스는 이그제큐티브가 갖춘 반면 직관성은 헤드업 디플레이가 없었음에도 로얄이 더 좋았다.
결과 4인승 로얄과 6인승 이그제큐티브를 운전자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스티어링 버튼의 직관성을 제외하면 운전석의 자유도와 주행의 안정성 측면에서 이그제큐티브의 승리다.
3열 시트 탑승자에게 미안할 필요가 없다
자리를 2열로 옮겨보자. 측면 슬라이드 도어가 개방되면 2열 시트의 측면부 전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로얄은 측면 도어를 개방해도 2열 시트의 절반만 외부에 노출된다. 2열 시트의 위치가 이그제큐티브 대비 로얄은 후방에 위치한다는 뜻이다. 덕분에 프라이버시가 보다 배려된다.
위치를 제외하면 이그제큐티브 2열 시트는 로얄과 착좌 경험에서 큰 차이를 주지는 않는다. 동일한 시트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한편 로얄 2열 시트보다 앞에 위치하면서 가지는 이점은 승차감이다. LM처럼 휠 베이스가 긴 미니밴 타입의 차량들은 시트가 뒷바퀴에 가까워질수록 승차감에서 불리함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진동 전달이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2열 승차감은 이그제큐티브가 더 우수했다. 파티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냉장고, 우산걸이가 없음에도 LM 이그제큐티브의 2열 승차 경험이 만족스러울 수 있는 이유다.
2인승 시트로 구성된 3열 승차경험도 즐겁다. 좌, 우 팔걸이를 비롯해 작고 가벼운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과 충분한 컵홀더, USB 포트가 마련되어 기본적인 편의성이 보장된다. 시트 폭은 성인 남성 기준으로 충분히 넓고 머리 받침대의 조절 범위도 양호하다. 주행 중 머리나 팔이 닿을만한 부분은 폭신한 가죽으로 감싸져 안락함도 느낄 수 있다. 물론 3열 시트는 2열보다 진동을 더 머금는다. 하지만 국내 판매되고 있는 미니밴 차량 급에서는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준수한 3열 승차감을 선보인다. 어떤 구성원을 3열에 태우더라도 미안한 감정을 가질 필요까지는 없다는 이야기다.
LM 이그제큐티브는 6인승 고급 미니밴으로서 3열 좌석까지 모두 만족도가 높은 모델이다. 가격은 로얄보다 합리적이면서 실용적인 구성이 매력적이다. LM은 다양한 옵션 사양도 제공하는데 외관 부품보다는 “LM 퍼포먼스 댐퍼”의 적용을 추천하고 싶다. 퍼포먼스 댐퍼는 차체 하부 서브 프레임에 장착되는 승차감 향상 부품이다. 고속 주행 안정성을 비롯해 잔진동과 차체 뒤틀림을 경감시켜 주행 경험을 한층 높인다.
렉서스 LM, 진정한 경쟁상대는?
렉서스 LM은 경쟁 모델은 사실상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아 카니발, 토요타 알파드,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정도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급이 다르다. 카니발에 1억원 이상을 투자한들 본판의 한계로 주행 감성이 확연히 나아지지 못한다는 것도 확인했던 바, 이들은 LM의 경쟁 상대가 되질 못한다.
국내 판매되고 있지는 않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V-클래스 정도가 LM의 경쟁 모델로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 해외 출장을 다니면 주최측에서 공항 마중을 V-클래스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제법 타볼 기회가 있었다. 미니밴이지만 준수한 안정감과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V-클래스는 이미 출시 11년이 넘어서고 페이스 리프트도 거친 제법 오래된 모델이다. 국내서 병행 수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AS가 걱정이다.
의전 모델은 실내 주행 경험도 중요하지만 외부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렉서스 LM이 가진 품격은 공항 입국장에서 시작되는 고객과의 첫 마주함에서 좋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