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프리미엄 타이어 성능이 좋다

콘티넨탈이 보유한 AIBA(Automated Indoor Braking Analyzer)

2025-09-11     전인호 기자

국내서 타이어 비교를 진행하는 매체는 거의 없다. 간혹 제품 홍보를 위해 제조사 시험장에서 소속 연구원들이 시험까지 해주고 리포트 내용까지 써서 전달해 만드는 콘텐츠가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매체가 직접 타이어 비교를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 다양한 비용 문제, 또한 제품을 평가하기까지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토뷰는 수년 이상 다양한 타이어 비교 시험을 직접해 왔다. 제동 성능 확인을 예로 젖은 노면과 마른 노면 그리고 눈길 노면에서도 평가를 한다. 다양한 노면에서 제동 성능을 확인하는 이유느 그만큼 제동 성능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타이어의 좋고 나쁨의 척도를 제동 성능을 통해 가늠해도 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에 제동 성능의 중요성을 인지해 독보적인 영역의 평가까지 끌어올린 타이어 제조사가 있는데 바로 콘티넨탈 타이어다. 

 

 

콘티넨탈 타이어는 AIBA(Automated Indoor Braking Analyzer)라는 전 자동화 실내 제동 분석 시스템을 보유했다. 시스템은 실내에 위치하고 있고 자동화를 실현, 356일 24시간 동안 날씨 또는 다른 외부 요인에 관계없이 시험에 필요한 노면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제동 시험을 실시할 수 있다. 콘티넨탈 타이어는 지난 2012년부터 AIBA를 운영해 왔다.

 

 

AIBA는 콘티넨탈 타이어의 시험시설 콘티드롬(Contidrom) 내부에 위치한다. 콘티드롬은 콘티넨탈 타이어가 1967년 개장한 시험시설로 현대화를 거듭해 현재에 와 있다. AIBA 시험동은 콘티드롬 입구에서 멀지 않다. 입구 고가도로를 지날 무렵부터 긴 형태의 AIBA 시험동이 보인다. 

 

 

AIBA 시험동 외부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된 제동 시험 코스가 보인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금속 레일에 녹이 슬었다. 레일 가이드 제동 시험 트랙으로 불리는 해당 시설은 AIBA가 있기 전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AIBA도 구동 방식이 이와 유사한 레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의 AIBA가 해당 시설에서 얻은 노하우들로 만들어졌을 것이라 짐작됐다. 레일 가이드 시험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다. 국내 타이어 제조사 시험장에서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콘티넨탈 타이어는 레일 가이드 시험을 왜 시작하게 된 것일까? 

 

 

우선 제동을 똑바로 해내기 위해서다. 정교한 제동 시험을 결정하는 요소는 동일한 노면, 동일한 제동 압력 그리고 중앙선 편차(Centre Line Deviation)다. 중앙선 편차는 계측이 이뤄져야 할 주행 궤적 대비 실제 주행 궤적간 편차를 의미한다. 운전자의 실수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고 애초에 차량의 휠 정렬이나 제동 시스템의 균형이 불량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 어찌됐던 제동 중 올곧은 직선을 유지한 채 제동 계측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오토뷰엣 사용하는 계측 장비 중 하나

 

오토뷰 로드테스트 팀이 사용하는 정밀 GPS 계측기도 제동 시험 중 중앙선 편차를 계측한다. 단순히 제동 시험은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매회 제동마다 스티어링을 정교하게 조정해 가능한 올곧은 직진 상태에서 차량과 타이어가 발휘할 수 있는 제동 성능을 남김없이 발휘하도록 한다.

 

 

하지만 숙련된 드라이버라고 할지라도 약간의 자세 틀어짐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콘티넨탈은 이러한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레일 가이드 제동 시설을 운영했다. 레일에 연결된 차량은 완벽하게 직선으로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정확히 동일한 노면 위에서 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야외에 위치한 레인 가이드 제동 시설은 타이어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날씨 등 외부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레일가이드 제동 시스템을 실내로 옮기고 첨단화 시킨 것이 바로 AIBA, 레일 가이드에 차량을 연결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시스템이 알아서 한다. 레일가이드 시스템 구동에는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 기술이 적용됐다고. 여기에는 400V 전기 구동 시스템도 갖춰 시험 차량의 엔진 작동 없이 최대 시속 120km/h까지 가속시킬 수 있다. 제동 거리는 적외선 계측 센서를 사용한다. GPS 사용이 어려운 실내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계측 시스템이다.

 

 

AIBA의 테스트 트랙은 길이 300m, 너비 30m로 이뤄졌다. 300m 구간 중 100m는 가속에만 사용된다. 가속은 최대 120km/h까지 가능하다. 가속 이후 75m의 구간을 지나는 동안에는 완전 정지까지 제동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완전 정지 이후 차량은 출발 지점까지 자동으로 옮겨진다. 한번의 제동 시험에는 약 4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론 상 시간당 15회의 시험이 가능하다.

 

 

콘티넨탈 타이어는 AIBA에서 다양한 조건의 시험이 가능하도록 제동 구간의 노면을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약 10여가지의 다양한 골재로 구성된 노면은 우리가 일상에서 주행하게 되는 대부분의 도로들을 대표한다. 노면 블록의 무게는 약 120톤이라고 한다. 노면 블록이 유압 시스템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보니 웅장함이 느껴진다. 교체에는 약 10분이 소요된다. 

 

 

노면 변경이 완료됐다면 이제 원하는 기상 환경의 재현도 가능하다. 노면 위에는 원하는 정도의 물을 흘려보내 특정 조건의 빗길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노면의 온도 또한 섭씨 영상 10도부터 25도까지 조성된다.  노면 종류부터 기상 환경까지 재현할 수 있으니 타이어의 제동 성능에 대한 정량적 평가가 AIBA를 통해 완벽하게 이뤄지는 셈이다.

 

 

AIBA가 가진 능력 덕택에 콘티넨탈이 실시하는 타이어 제동 테스트의 2/3은 AIBA 시설에서 이뤄진다. 2024년까지 13만개 이상의 타이어가 테스트됐다고. AIBA 덕분에 콘티넨탈 타이어는 외부 유인 실차 테스트에서 필요한 주행거리 16만 6천km를 절감해냈다. 1만 6600리터의 연료 및 40톤의 이산탄소가 소비와 배출이 줄어든 것이다. 

 

 

타이어의 사이즈나 차량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AIBA를 활용할 자율주행 로봇도 콘티넨탈이 만들어냈다. 승용차부터 상용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타이어 사이즈의 시험이 가능한 AVA(Analytical Vechile AIBA)다. 특히 AVA는 뮤-슬립 곡선(µ-slip curves)을 계측해낼 수 있어 타이어 개발에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이 콘티넨탈 타이어가 자랑하는 점이다. 

 

 

콘티넨탈은 AIBA를 도입하고 나서 테스트 결과의 재현성이 70% 향상됐다고 밝혔다. 타이어를 개발할 때 어떤 온도가 최적인지, 어떤 노면 상태가 이상적인지, 어떤 기후 조건이 유리한지 등 더욱 다양한 요소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떠한 외부 요소가 타이어 성능에 영향을 주는지 명쾌하게 입증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AIBA는 타이어 개발만 아니라 젖은 노면에서의 타이어 라벨에 대응하는 측면에 있어서도 활약하고 있다 한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규제 기관인 EU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타이어를 선택할 때 라벨 분류에 민감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콘티넨탈 타이어가 자랑하는 전 자동화 실내 제동 분석 시스템, AIBA에 대해 알아봤다. AIBA의 덕분일까? 콘티넨탈 타이어는 오토뷰가 진행하는 타이어 비교 시험의 마른 노면, 젖은 노면 제동 시험에서 대체로 좋은 성능을 보여주는 편이다. 타이어의 제동 성능은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프리미엄급 타이어들이 이름값 만큼이나 성능을 내주는 것은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이 뒷받침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