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합리적 사양의 사이버트럭 RWD 공개, 다만 가격은...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의 판매량 증대를 위해 보다 합리적인 구성의 사이버트럭 RWD를 공개했다. 기존 AWD 버전의 기본 사양을 과감히 삭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그만큼 삭제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출시 초기에 기대했던 판매량인 연간 25만 대의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분기로 따지면 8,000대 이상 판매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정작 픽업의 천국인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일렉트릭 픽업은 의외로 포드 F-150 라이트닝이었다. 반면 사이버트럭은 6,000대를 겨우 넘겼다.
또 한 번의 혁신을 가져올 거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출시 후 사이버트럭은 선호도가 극명하게 나뉘는 디자인과 잇단 품질, 리콜 문제 등으로 인해 판매량은 점점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이 사이버트럭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콘셉트카로 등장했던 당시 일론 머스크는 대당 39,900달러(약 5,665만 원)의 기본 모델도 출시할 것이라 했지만, 정작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사이버트럭을 구매하려면 82,000달러(약 1억 1,644만 원)를 기본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테슬라는 판매량을 끌어올리고자, 보다 합리적인 구성의 사이버트럭을 추가로 공개했다. 공개 전부터 이 차가 일론 머스크가 이야기한 39,900달러짜리 기본 모델일 거라 예상했는데, 과연 그 예상이 맞았는지는 뒤에서 계속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우선 ‘합리적’이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무자비할 정도로 광범위한 사양 삭제는 피해 갈 수 없었다. 우선 에어 서스펜션이 삭제됐다. 대신 강철 스프링이 적용된 서스펜션으로 대체됐다. 그러면서 지상고는 243mm로 고정됐다.
또한 후석 스크린도 삭제됐고, 시트의 통풍 기능도 제외됐으며, 뒷좌석에는 열선이 사라졌다. 소재 역시 직물로 바뀌었다.
픽업 베드에 원래 있었던 파워 아웃렛도 제거됐다. 원래는 120~240V까지 지원하는 파워 아웃렛이 있었지만, 원가 절감을 위해 이를 제거했으며 심지어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다. 캐빈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거기에 있었던 파워 아웃렛까지 매몰차게 가져가 버렸다. 게다가 전면 시그니처 헤드라이트도 제외됐다.
스피커 역시 원래는 15개였지만 RWD 버전에는 7개만 있으며,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역시 사라졌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후륜구동으로 바뀌면서 전방 모터도 제외된다. 덕분에 0-100km/h는 6.7초로 2.4초가량 느려졌다. 견인력도 3,420kg로 AWD의 4,990kg보다 낮아졌다. 다행인 건 최고 속도는 180km/h로 그대로라는 점이다.
반대급부도 있다. 우선 무게가 소폭 가벼워졌다. 그래서 주행 가능 거리도 563km로 AWD 버전에 비해 약간 늘어났다. 그러니까 오프로드 주행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RWD가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광범위한 사양 축소가 이루어진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격도 그만큼 광범위하게 낮춰졌을 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가격은 고작 10,000달러(약 1,422만 원) 밖에 낮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몇 년 전 일론 머스크가 이야기한 파격적인 기본 모델 가격에는 도달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가격 인하 폭이 적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워 아웃렛에 포함된 콘센트와 배선의 가격은 고작 50달러 선에 불과하다. 제거된 다른 편의 기능들을 모두 합쳐도 비용 절감 액수는 대체로 비슷하다. 물론 에어 서스펜션과 모터를 제거한 것은 꽤 도움이 됐겠지만, 사실 10,000달러, 한화로 1400만 원가량을 줄인다는 건 테슬라 입장에서는 꽤나 뼈아픈 바겐세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엔트리급 사이버트럭이 출시됐다고 해도 지금의 하향 곡선을 쉽게 멈출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픽업트럭이 주로 팔리는 미국 시장에서는 대부분 AWD를 원하고 있으며, 실제로 RWD 픽업트럭은 한국, 일본과 같은 말 그대로 상용차로써 픽업을 선택하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수요가 없다.
결국 지금 테슬라 공장에 쌓인 약 3,000억 원치의 재고를 소화하기에 지금 공개한 이 사양은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아무리 가격 할인을 해고, 열심히 홍보를 해도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있는 이 트럭의 전성기를 붙잡을 순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