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2025 더 뉴 K8 2.5

넓은 공간 탄탄한 편의 장비, 주행 성능은 글쎄...

2024-10-02     전인호 기자

2021년 데뷔한 K8이 3년만에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했다. 기존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던 디자인을 대폭 손봐 다시금 재도약 하기 위한 것이다. 디자인은 EV9으로부터 시작된  최신 기아의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한다. 출시 순서에 맞춰 신차에 적용되어 왔는데 이제 K8의 순서가 된 것.

 

 EXTERIOR  (디자인)


 

전면부에서 강렬한 인상을 보이는 것은 4구의 LED 유닛이 탑재된 수직 헤드라이트다. 이는 기아차의 패밀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로 통한다. 그리고 헤드라이트 하단부에서 시작되는 블랙 하이그로시 베젤이 범퍼 하단부까지 타고 내려가며 공기 흡입구의 형상도 그려낸다.

 

 

번호판 위에는 액티브 그릴 셔터가 있어 엔진룸 내부 온도 관리에 도움을 준다. 범퍼 상단에는 수평 LED 스트립이 길게 뻗어 시각적 안정감도 만든다. 페이스리프트 전 모델은 라디에이터 그릴에 기아 엠블럼이 위치 했는데 지금은 보닛 끝으로 위치를 옮겼다. 이렇게 바뀐 K8은 전반적으로 내연기관이라기 보다 전동화 차량의 분위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모델 체인지에 준하는 전면부의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와 달리후면 디자인 변화는 소소하다. 기존에 범퍼 하단에 제법 크게 자리했던 머플러 팁 구조를 없애 보다 말끔해 보이게 꾸미긴 했다. 그래도 범퍼 하단 좌, 우에 공기 배출구를 그려 역동적인 이미지를 추구한 흔적은 보였다.

 

 

부분 변경이 그렇듯 측면부의 차체 디자인 변화는 없다. 그래도 휠 디자인을 달리해 신차로의 매력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테스트카에는 2.5 및 3.5리터 자연흡기 엔진 전용의 20인치 전면 가공 휠이 장착됐다. OE타이어는 피렐리 피제로 A/S라 불리는 4계절 타이어를 쓴다. 규격은 245/40R20이다.

 

 

 

 INTERIOR  (실내 및 구성)


 

실내에도 소소한 변화를 줬다. 무엇보다 손에 닿는 스티어링휠이 변화의 중심을 주도한다. 림의 위, 아래가 컷팅된 느낌인데 이는 EV9, EV6, EV3에 공통 적용됐던 타원형 디자인이다. 그 밖에 대시보드의 공조장치 패널을 하나의 수평선안에 구성해 넓은 실내로 보이게 꾸몄다. 

 

 

기어 셀렉터 다이얼 주변부도 변했는데, 이전에 있던 경사를 없애는 한편 버튼들을 차분하게 모아 이전 모델과의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공간이 넓어져 활용성이 좋아졌다.

 

 

시트는 측면 지지 쿠션 부분의 마감을 보다 심플한 형태로 변경됐다. 시트 컬러는 블랙, 브라운 투톤, 베이지 투톤, 네이비 투톤으로 제공된다. 도어 패널에 있던 퀄팅 패턴이 사라졌는데 이 때문에 화려한 분위기가 다소 억제된 느낌이다. 실외를 비롯해 실내에서도 페이스리프트 이전 디자인의 주제였던 K8 고유의 다이아몬드 패턴 요소를 완전히 제거했다. 여기서도 기아 추구하는 패밀리 룩 중심의 디자인 철학이 보인다.

 

 

뒷좌석 시트는 헤드레스트의 쿠션감이 특별하다. 운전석과는 달리 두겹의 레이어로 느껴지는 푹신한 감각인데, 덕분에 편안한 여정을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오디오는 메리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쓰이는데 고음 영역에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저음 영역은 강렬한 편은 아닌데 잔잔하고 감미로운 감각, 보컬 위주의 팝을 즐긴다면 만족스러운 선택이 되겠다.

 

 

부가 기능으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3존 공조장치, 전좌석 통풍 및 열선시트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사양도 가득 담았다. 운전석보다 어두운 뒷좌석 탑승자를 위해 시트 벨트 조명을 추가한 것도 눈에 띈다. 

 

 

물론 아쉬움도 있는데 스티어링의 디자인처럼 기아차의 모든 라인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계기판 디스플레이 디자인이다. 특히 K8의 차급으로 봤을 때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계기판 디자인만 보면 경차급이라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수준이니까.

 

 N.V.H  (정숙성)


 

테스트 결과 K8은 좋은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차음 유리도 도움이 되는데, 앞좌석과 뒷좌석 측면 윈도의 두께는 대략적으로 약 5mm, 4mm 수준으로 나왔다. 

정숙성에는 타이어의 성격 등 여러가지 변수도 작용할 수 있는데 결론적으로 80km/h 로 달리는 K8은 일반도로 기준 57.8dBA(데시벨), 소음 인증노면에서 56.0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이는 최고급 대형 세단 수준의 정숙성과 맞먹는 수치다. 

 

 

 PERFORMANCE  (기본 성능)


테스트 모델에 탑재된 4기통 구조의 2.5리터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98마력, 최대토크 25.3kgfm 수준의 성능을 낸다. 8단 자동변속기가 매칭되는데, 이런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K8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로 가속하기까지 9.72초를 소요시켰다. 이후 여러차례 시험 결과 평균 9.8~9.9초 내외의 성능을 전후했는데, 엔진 출력과 차량 무게 대비 큰 휠과 타이어를 사용해 성능이 떨어졌다. 타이어와 휠 선택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필요 이상의 타이어를 장비하면 자동차의 순발력, 연비 등이 떨어진다. 오토뷰가 추천하는 규격은 17~18인치.

 

 

제동 성능도 확인했는데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최단 38.64m를 기록했다.  출고 후 주행거리가 짧아 제동 시스템의 길들이기가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좋은 성능을 내 준 것. 참고로 앞서 구동 성능에 아쉬움이 되던 타이어가 여기서는 빛을 발했다. 

 

 

참고로 제동 시스템의 지속성도 좋았는데 최장거리 39.79m, 이렇게 평균 제동거리 39.41m 수준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약 길들이기가 제대로 됐다면 제동거리는 0.5m가량 더 짧아질 여지가 있다.

 

 

저속 주행 환경에서 변속기는 무난한 성능을 낸다. 변속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일상용으로는 크게 탈잡을 부분이 없다.

 

고속도로에 올라 연비를 확인 했는데, 100km/h 속도에서 확인된 연비는 17~17.5km/l 수준이었다. 엔진 배기량과 차체 무게 등을 감안하면 좋은 수준의 효율이다. 물론 시내 주행 등에서는 리터당 8~9km 내외를 생각해야 하지만 차량 등급을 생각할 때 빠지는 수준은 아니다.

 

 HANDLING  (핸들링)


 

고속 주행 환경에서는 스티어링 시스템이 약점을 드러낸다. 스티어링휠이 중앙부분에 있을 때 응답 없는 무딘 반응을 보이는데, 직진성이 좋지는 않다. 이동 속도가 빠른 만큼 섬세하고 신속하게 스티어링 조작을 통해 보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K8의 시스템은 이러한 운전자의 조작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다. 

 

 

고속 주행서 긴급회피 시험도 해봤는데 동 플랫폼의 현대 그랜저 GN7보다 소폭 나은 모습을 보인다. 서스펜션이 이전 대비 소프트해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긴급 대처 상황서 ESC가 나름대로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개입량은 많은 편이다. 

 

 RIDE  (주행 및 승차감)


 

승차감은 다소 애매하다. 저속에서는 툭툭 때리는 충격 때문에 좋은 승차감이라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 고속에서는 나름대로 수긍할 수준을 보이곤 한다.

 

또한 요철을 밟았을 때 충격으로 인한 울림이 차급 대비 크고 오래 머무는 듯 하다. 얕은 요철임에도 차체를 툭툭 때리는 승차감은 부드러운 서스펜션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부분인데 휠과 타이어의 사이즈가 지나치게 큰 것이 이유로 꼽힌다. 

 

 

특히 서스펜션에 작은 진동들이 전해질 때 약점을 드러내는 승차감이며, 방지턱 등 느리고 긴 진동 주파수가 나오는 환경에서는 준대형 세단다운 승차감을 만들어 낸다.

 

 

그동안 오토뷰가 테스트한 K8 모델들은 모두 6기통 3.5리터 가솔린/LPG 엔진 모델들이었다. 4기통 모델은 첫 시험이었는데 시동 순간 또는 저속 주행 환경에서 정차했을 때 스티어링휠과 페달로 전해지는 진동이 많았다. 컴포트한 환경을 중시하는 준대형 세단으로는 아쉬운 모습이다. 

 

 ADAS  (운전자 보조 시스템)


 

최근 상향 평준화 되고 있는 ADAS의 성능은 일반적인 수준으로 보면 된다. 차선을 인식하고 유지하는 능력은 특히 일상 주행에서 만족도를 높인다. 차간거리 유지 기능도 불안하지 않게 잘 해낸다. 운전자가 충분히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시점과 강도로 제동과 가속력을 제어하기에 대중 브랜드 차량으로는 중상급의 시스템 완성도로 봐도 좋겠다.

 

 EPILOGUE  (에필로그)


페이스 리프트 이전 K8의 판매량을 되돌아보면 1.6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 2.5리터 자연흡기, LPG 그리고 3.5리터 순으로 판매를 이어갔다. 특히 K8이 속한 준대형 세그먼트에서는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상당한데 현대 그랜저의 엔진별 판매 비중도 유사한 수준이다.

 

준대형급임에도 비교적 낮은 배기량과 높은 연료효율을 바라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향후 6기통 엔진이 퇴출의 수순을 밟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과거엔 준중형, 그 이후엔 중형차가 시장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쏘나타, K5 대신 그랜저 등의 준대형급이 더 큰 인기를 누리는 시장이 됐다. 이제 준대형이 우리 시장의 중심인 만큼 기본기 측면도 충실하게 다듬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