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언론사들이 좋아하는 인터뷰 전문가들

2024-09-20     김기태 PD

 

광고 수익을 목적으로 자극적인, 때로는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들도 많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순수한 정보의 가치 보다 맹목적인 브랜드 지지, 무작정 단점만 부각하며 편을 가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물론 일부 제조사들이 여론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디어 시장에서는 의외로 이분법식 콘텐츠가 잘 먹힌다.

 

그러면 정통 뉴스를 다루는 방송들은 어떠한가? 사실 유튜브 생태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 기자들은 취재 기사의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가 인터뷰를 추가할 때가 많다. 그러나 여기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일부 기자들이 원하는 답을 정해 놓고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 대상자로 부터 '이것이 문제'라는 답을 얻기 위해 집요하게 질문하여 답변을 유도한다.

 

필자도 과거 모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인터뷰는 약 40분간 진행되었지만 방송된 분량은 5초에 불과했다. 당시 다큐멘터리 담당 PD는 계속 문제의 원인을 캐물었는데, 당시 필자는 '문제는 여러 가능성에서 나오기에 단순히 하나의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답을 했다.

 

유도 질문은 계속되었지만 여러 변수를 감안해야 하는 자동차의 문제를 속단하기 어렵기에 많은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답을 반복했고, 결국 담당 PD는 원하는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뷰 도중에 나온 '이 회사가 지금 당장 이걸 할 수는 없다'라는 내용만 편집돼 방영됐다. 40분간의 인터뷰에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PD가 건진 건 단지 이 것 뿐이었다. 대신 이런 인터뷰에 자주 출연하는 모 전문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인터뷰를 해나갔다. 본질도 모르는 채. 

 

이처럼 언론, 특히 방송에서 원하는 내용은 정해져 있다. 그 답을 얻어내기 위해 기자는 유도 질문을 한다. 

 

그러나 진정한 전문가들은 여러 가능성 모두를 제기한다. 이건 언론사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다.

 

어떠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일수록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많기에 어떠한 문제 속에 많은 변수가 있음을 확인만 해 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론사들이 좋아하는 인터뷰 내용에 알아서 답해주는 전문가들도 있다. 쉽게 말해 언론사들이 원하는 답을 즉각 주는 것이다. 언론사는 원하는 답을 얻고, 전문가는 방송을 통해 인지도, 사회적 지휘를 득할 수 있어 서로에서 득이 된다. 그리고 어떠한 문제는 답을 찾기 보다 확대만 되어 사회적 분위기만 나쁘게 만든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인터뷰 문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벌써 십수년전부터 나오던 문제다. 

 

그러나 힘을 가진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이런 문화를 유지하니 문제에 휩싸인 업체들도 불만을 쉽게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는다. 정당한 해명 조차 업체들의 단순 불만으로 포장되어 다시금 문제를 키우는 도화선이 되니까. 

 

또하나의 문제는 진정한 전문가들이 입을 열지 않는데 있다.

 

상당수 자동차 전문가들은 자동차 기업들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있거나 또는 자신이 속한 조직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을 맺은 경우가 많다. 즉, 이해 관계로 인해 올바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제 여부, 또는 문제의 핵심이 소수의 전문가들만 사이에서만 알려지고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또한 특정 업체를 대상으로 잘못된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전문가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업체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굳이 어긋난 여론과 싸우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떤 전문가는 '우둔한 다수와 싸우는 것도 우둔한 행동'이라고 귀뜸한 바 있다.

 

이처럼 자동차에 문제가 있던 없던 소수의 전문가들만 문제의 진상을 알고 넘어간다. 심지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도.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 온다.

 

이 글에서 다룬 사안이 쉽게 개선되기는 어렵다. 언론, 업체들의 입장, 여론과 전문가들의 입장이 각각 다른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다만 대중은 알아야 한다. 언론들이 과연 올바른 정보 제공만을 목표로 하고 있을까? 

 

요즘은 유튜브 숏츠로 인기 몰이를 하는 언론사들도 많다. 지난 8월 업계를 달궜던 전기차 화재를 소재로 여러개의 숏츠 영상을 만들어 추석 연휴에 재미를 본 언론사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