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Honda)만 선택한 길, 다른 일본 제조사와의 차이점은?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만 하이브리드에 적용

2024-07-11     전인호 기자

지난 5월 말 토요타(Toyota), 마즈다(Mazda), 스바루(Subaru) 일본 자동차 제조사 3사가 공동으로 워크숍을 개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기차(BEV) 이외의 선택지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솔루션을 발표했다. 이들이 말한 솔루션은 보다 소형화된 내연기관(ICE)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을 의미한다. 다만 혼다는 이 자리에 없었다. 왜냐면 혼다는 EV 전환을 확신하고 이들 일본 제조사와는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였던 혼다의 자동차 사업은 최근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도움이 됐다. 2023년 작년 자동차 매출액은 전년도 대비 27.9% 증가, 판매대수는 11.4% 증가한 410만9000대였다.  혼다는 올해 2024년 하이브리드 차량이 약 100만대 그리고 전기차가 80만대 판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추후 200만대 규모의 전기 자동차 생산이 전세계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생산 체계를 정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혼다의 자동차 이익률은 2022년 4.6% 였으며 2023년에는 6.8%까지 성장했다.

 

북미 시장을 노린 혼다의 전기차 프롤로그

 

혼다는 전기차 생산을 위해 2030년도까지 약 87조5610억원의 자본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 투자금은 배터리 팩에 장입되는 전지의 비용을 현재보다 20% 낮출 수 있도록 공급망을 구성하면서 차량 생산 비용도 35% 절감하기 위해 쓰인다. 또한 200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생산될 공장도 건설한다. 그 중 17조5086억원은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에 투입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내 기업 포스코퓨처엠도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11세대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혼다가 전동화 전환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에 현재 만들어지는 혼다의 하이브리드 모델들도 그 전환의 초입으로 여겨진다. 특히 주행 감각을 전기차와 가장 유사하게 설정한 것이다. 혼다의 최신화된 e:HEV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한국 시장에 출시된 11세대 어코드와 6세대 CR-V를 통해 경험해 볼 수 있다. 

 

왼쪽부터 모토하시 야스히로 파워유닛 개발 책임, 사토 에이스케 CR-V 개발 총책임자, 요코야마 나오키 어코드 개발 총책임자

 

혼다 코리아가 분당에 새롭게 단장한 모빌리티 카페 ‘더 고(the go)’에서 어코드와 CR-V 개발자 3인과 함께 e:HEV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차량에 대해 소개 및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는 크게 세가지 유형이 있다. 엔진이 발전해 전기 모터가 차량을 구동하는 시리즈 하이브리드, 엔진이 주로 차량을 구동하고 모터가 보조하는 병렬 하이브리드, 엔진과 모터가 함께 작동하여 차량을 구동하는 직병렬 하이브리드다. 혼다의 e:HEV는 직병렬 전환식 하이브리드다. 

 

 

e:HEV는 엔진과 클러치, 발전용 그리고 주행용 모터, 배터리로 구성된다. 엔진은 클러치와 발전용 모터와 연결된다. 배터리는 발전용 모터 그리고 주행용 모터와 연결된다. 한편 구동축은 클러치와 주행용 모터에 물린다. 

 

모터 2기가 병렬로 컴팩트하게 배치됐다

 

직병렬 전환식이라 불리는 이유는 엔진이 구동축에 물려 자동차를 움직이면서 동시에 모터까지 발전시켜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다의 e:HEV는 엔진의 역할이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발전 또는 엔진이 구동축과 클러치를 통해 연결되는 직결과 여기에 엔진이 구동축에 연결되어 있으면서 배터리가 주행용 모터로 힘을 보태는 병렬이 공존하는 방식이기에 직병렬 전환식이 된 것.

 

내연 엔진이 가장 불리한 도심 주행은 모터가 담당한다

 

e:HEV의 주행 모드는 EV 주행 모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모드, 엔진 구동 모드로 나뉜다. EV 주행 모드는 주로 정차 출발 및 시내 저속 주행 시 차량은 배터리의 전기를 사용하는 모터만으로 구동된다. 엔진은 꺼진 상태라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으며, 차량은 전기차처럼 달린다. 

 

배터리 소진이 급격할 수 있는 고부하 주행에서는 내연엔진이 발전용 모터를 구동해 서포트한다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모드도 엔진이 직접 차량을 구동하지는 않는다. 다만 엔진은 가동 상태로 엔진에서 생산된 전기가 모터를 구동 시킨다. 더 많은 가속력이 필요하면 배터리의 전기도 활용된다.

 

모터에게 고회전이 요구되는 불리하지만 내연엔진에게 유리한 환경에서는 엔진이 구동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낮은 추진력만이 요구되는 고속 순항 중에는 엔진이 차량을 직접 구동 시킨다. 모터를 고속으로 구동하는 것보다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때 엔진은 구동축에 직접 연결되어 온전히 차량만을 구동해 효율을 극대화한다. 필요시 배터리는 주행용 모터를 가동해 구동력을 보탠다.

 

 

e:HEV의 핵심은 엔진이 직접 차량 구동축과 물리는 시간을 최소화한 것이다. 감성의 영역에서 운전자는 대부분의 주행 시간 동안 어떤 고배기량 엔진도 낼 수 없는 전기 모터만의 부드러운 질감으로 정숙하고 편안한 여정을 보낼 수 있다. 또한 엣킨슨 사이클 엔진들의 회전 질감이 거친 편이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갖기 어렵다. 효율에 있어서는 내연 엔진에게 최악으로 여겨지는 고부하, 저회전 환경을 겪지 않아 하이브리드 본연의 실리도 챙길 수 있다. 

 

엔진이 직접 구동축에 물리는 환경을 최소화, 주행감성을 끌어올린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엔진과 모터가 동력을 분할하여 동시 구동하는 직병렬식은 내연기관의 주행질감을 겪어야 하는 주행 시간이 긴 만큼 감성적으로 불리함을 갖기 때문에 감성적인 부족함을 느끼는 운전자라면 혼다의 직병렬 전환식은 만족도를 높일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어코드와 CR-V의 깔끔한 스티어링 감각은 조향 및 서스펜션 파츠에 적용된 저마찰 소재

 

오토뷰 팀이 로드테스트를 통해 평한 혼다 CR-V, 어코드는 공통적으로 예리하고 정제된 스티어링 감각이 특징이었다. 이들 차량에는 부드러운 조향감을 위한 전륜 축 서스펜션 파츠에 마찰 감소를 위한 공정이 공통 적용됐다. 스티어링 컬럼 베어링, 댐퍼 마운트 베어링, 볼 조인트가 저마찰 파츠로 만들어졌다. 그 밖에도 프레임 전반에 걸쳐 강성 강화를 위한 보강이 이뤄졌다. 혼다의 스티어링 감각이 이들 구성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닐테지만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다.

 

 

모토하시 야스히로(Motohashi Yasuhiro) 파워 유닛 개발 책임자는 “운전자가 엔진의 존재를 느끼지 않고 싶을 때 철저하게 엔진의 존재를 없앨 수 있도록 모드 전환 순간 엔진의 진동과 소음 등을 철저하게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진동은 엔진 마운트 시스템을 개량하고 소음은 엔진을 시동할 때 연소 제어 기술을 최적화해 낮췄다고도 말했다. 그 밖에 인슐레이터 등 방음제 적용의 세심함도 기울였다. 

 

모토하시 야스히로(Motohashi Yasuhiro) e:HEV 파워 유닛 개발 책임자

 

기자는 질의응답 세션에서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이 일반 내연기관보다 공차중량이 110kg가량 무거운데 내연기관 대비 운동성능에서 불리함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때는 요코야마 나오키(Yokoyama Naoki) 어코드 글로벌 개발 총책임자가 아닌 사토 에이스케(Satoh Eisuke) CR-V 글로벌 개발 총책임자가 재치 있게 답변을 대신했다. 

 

섀시, 서스펜션 스페셜리스트 사토 에이스케(Satoh Eisuke) CR-V 글로벌 개발 총책임자

 

그는 하이브리드가 배터리 무게가 후방에 실려 전륜과 후륜의 균형이 오히려 좋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게가 증량된 것은 맞기에 바디 강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댐퍼 부싱을 비롯한 서스펜션 부품들의 강화도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요코야마 나오키 어코드 개발 총책임자는 “고객들에게 경쾌한 고품격의 주행을 선사하기 위해 중점 개발했다”라며 주행감성 측면을 다시금 강조했다.  

 

내연엔진, 파워트레인 스페셜리스트 요코야마 나오키(Yokoyama Naoki) 어코드 글로벌 개발 총책임자

 

CR-V 글로벌 개발 총책임자가 답변을 대신한 이유는 그가 차체 및 섀시 설계 개발 스페셜리스트였기 때문이며 어코드 글로벌 총책임자는 엔진 및 파워 유닛 설계가 전공이었다. 사실상 CR-V, 어코드 글로벌 총 책임자 두사람에게 있어 이 차량들은 모두 자신이 직접 개발한 차량인 셈이었다. 

 

 

기술력을 통한 감성의 고도화가 이들 혼다 개발자들이 강조하고자 했던 메시지였다고 느꼈다. 오토뷰 로드테스트 팀도 11세대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6세대 CR-V 하이브리드를 테스트하면서 혼다만의 정제된 스티어링 감각과 핸들링 성능 그리고 전기차의 장점에 집중한 파워트레인의 변화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이들 차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로드테스트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