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충격적인 새 파워유닛 발표

2024-03-08     박종제 에디터

 

부가티가 새로운 파워 유닛에 관한 정보를 일부분 공개했다. 수많은 소문과 예측을 깨트리고 그들이 발표한 파워유닛은 놀랍게도 여전히 내연기관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실린더와 배기량에 있었다.

 

요즘 자동차 뉴스에서 새 엔진에 대한 소식을 들어본 기억?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오늘날 자동차 회사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당연하게도 새 엔진 개발보다는 에너지 밀도가 더 높고 더 용량이 커진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운사이징이라는 단어가 흔하게 사용됐지만 그 유행도 완전히 지나버렸다. 요약하면 엔진의 시대는 확실히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바로 스포츠카 제조사 상품 개발 팀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거친 진동, 날카로운 사운드, 덜컥거리는 변속 충격을 감성이라 여기는 돈 많은 보수적인 고객들을 상대해왔다. 물론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오랫동안 경험해왔던 감각을 그대로 지킬 수 있기를 원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몇몇 스포츠카 제조사들은 각자의 살길을 찾았다. 정확하게는 그나마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호흡기를 찾은 것이다. 일단 페라리는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이미 그들은 포뮬러1에서 하이브리드를 개발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객을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었다. 아마 람보르기니도 머지않아 하이브리드로 자신들의 심장에 페이스메이커를 달게 될 것이다. 포르쉐도 전기모터와 하이브리드에 의탁했지만 한 편으로는 다른 방도를 찾았다. 그들은 합성 연료를 선택했고, 물론 실패했지만, 그걸 포뮬러1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어떤 브랜드는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였다. 브랜드는 사치스러워도 절대적인 재정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브랜드들이 다수였다. 그중에는 ‘부가티’도 포함된다. 물론 모기업이 세계 1~2위를 다툰다고 하더라도 연 매출액이 소형차 1대 모델의 수익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브랜드를 위해 전용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개발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사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물론 연구 개발비만이 문제는 아니다. 모처럼 부가티가 지금과 같은 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크나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16기통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는 상징성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는 16기통은커녕 12기통의 생명 연장도 허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W16기통 엔진에 네 개의 터빈을 달고 있는 엔진을 계속 생산하는 한 막대한 탄소배출세를 내야 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물론 지불할 수도 있다. 어차피 고객들이 그 돈을 대신 낼 테니 말이다.

이런 문제를 떠나서 현재의 W16.4 엔진은 더 이상 최고라 부르기 어렵다. 부가티만큼이나 규모가 작은, 하지만 부가티만큼 비싼 자동차를 제작하는 브랜드들이 속속 이들의 최고, 최상이라는 지위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가티로부터 1,000마력 초과라는 상징성부터 빼앗아 갔다.

그런데 때마침 리막과 부가티 사이에 특별한 연정이 있었고, 사람들은 다음 부가티는 반드시 일렉트릭 파워트레인이 될 것이라 간단히 예측했다. 물론 일부 부가티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짙은 탄식이 터져 나왔겠지만,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이미 소문부터 부가티의 새로운 파워트레인은 리막과 거리가 멀 것이라 했다. 그리고 최근 부가티는 그 소문을 증명이라도 하듯, 새로운 파워트레인에 대한 힌트를 공개했다. 그들이 공개한 파워트레인은 W16이 아닌 V16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캐딜락이 제시한 이래 이런 형식의 엔진은 거의 쓰인 적이 없었다.

 

부가티는 카본으로 만든 흡기 매니폴드와 그 위에 새겨진 V16이라는 숫자 외에도 이 엔진이 세 개의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구동될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페라리처럼 이들도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것이다. 코스워스에서 개발한 것으로 밝혀진 이 엔진은 배기량에서도 놀라움을 안겨줬다. 무려 8.3L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거의 대형 트럭에서나 쓰일 법한 수준이다. 약 9,000rpm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미루어 터보차저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 부가티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사운드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출력도 놀라울 따름이다. 일단 부가티는 이 엔진에서 1,800마력 가량을 뽑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전기모터가 본격적으로 파워트레인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1,000마력이라는 숫자의 상징성이 퇴색된 건 분명하지만 부가티는 그조차도 뛰어넘을 생각인 것 같다.

모든 면에서 현존하는 파워트레인의 강력함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파워트레인은 예상한 것처럼 다음 부가티의 스포츠카에 실릴 예정이다. 이미 새로운 부가티를 원하는 고객들의 지갑은 열리기 시작했지만 당분간 이 엔진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W16 엔진이 장착될 마지막 두 종류의 부가티가 아직 생산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생산 라인의 규모로는 적어도 2026년까지는 계속 만들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새 부가티에 대한 소식은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적어도 해당 엔진은 오는 6월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