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이용해 우주를 항해하는 방법
우주여행에도 이동 수단은 필요하며 이동 수단은 반드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해 우주를 여행해왔다. 그런데 만약 인터스텔라 이동이 필요하다면 어떤 에너지를 사용해야 할까? 놀랍게도 핵 엔진에 답이 있다고 한다.
물론 오토뷰는 육상 이동 수단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다루고 있지만, 범위를 넓혀보면 이동 수단 그 자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집단이라 해도 좋겠다. 그래서 이따금 항공, 해상 운송과 관련한 신기하고 새로운 기술을 소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시선을 넓혀 우주도 우리의 관심사 중 하나라 하겠다.
사실 인류는 그동안 다양한 이동 수단을 이용해 우주로 향했고, 또 우주를 유영했다. 가령 새턴 V, 스페이스 X와 같은 로켓은 흔히 들어볼 수 없는 화학 원료를 액체 혹은 고체 상태로 저장했다가 불을 붙여 얻은 추진력으로 우주로 향한다.
한편 달에 도착해서는 은 산화물로 만든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 구동하는 루나 로버를 이용해 달 표면을 달렸다. 그런데 인류가 우주로 보낸 모든 이동 수단이 저장된 에너지를 활용해 이동했던 건 아니다. 가령 인류 최초로 성간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이동에 성공한 보이저 1호의 경우 최초에는 로켓에 의해 우주로 쏘아 올려졌지만 이후 190억 km를 이동하는 동안 사용한 추진력은 자체 저장한 에너지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공기처럼 저항을 일으키는 요소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한 번 속도가 붙으면 어딘가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거의 같은 속도로 계속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속도를 더 올리고 싶을 때가 문제다. 그래서 보이저 1호는 이른바 스윙 바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가속했다. 이 방식은 마치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트럭 뒤에 매달려 있는 것과 같은 원리로, 궤도상에 있는 다른 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속도를 높인 후 원하는 궤도로 튕겨져 나가는 방식이다.
현재 보이저 1호는 이 방식을 이용해 목성을 지나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지났으며, 지금은 태양계를 완전히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먼 훗날 인류가 우주를 여행할 때도 보이저 1호처럼 태양계 천체들의 공전 주기를 계산해 이동해야 하는 걸까? 이 방식은 선로가 미리 정해진 철도 여행과 비슷하며, 우리의 이동을 자유롭게 한 자동차 여행과는 분명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리가 자동차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먼 훗날 후손들이 우주를 마치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려면 어떤 방식을 이용해야 할까? 멋 훗날에는 현재 인류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동력원이 개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겠지만, 당장 지금 상상할 수 있는 방식은 다름 아닌 핵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물론 핵폭탄을 추진체 삼아 터트려 이동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방식은 속도를 조절하기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원하는 경로로 시속 95,000km의 속도로 100억 km를 날아 오무아무아를 만나기 위해 몇 개의 핵폭탄이 필요한지 할지 알 수 없다는 거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핵은 정확하게는 방사능 동위원소를 뜻한다.
원리는 이렇다. 원자번호 90번, 토륨 228 (우라늄 알파 붕괴로 생성)과 같은 방사능 동위원소를 거의 10미크론만큼 얇게 펴 박막 필름으로 만든다. 이때 필름에 입혀진 동위원소가 붕괴를 시작하면 알파 입자가 방출되는데 방출된 입자가 복사되는 과정에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약 30kg의 토륨을 10미크론 두께로 펼치면 대략 250평방미터의 넓이로 펼칠 수 있고, 여기서 추진력을 얻을 경우 대략 540,000km/h의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빛의 속도인 11억 km/h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흔히 SF 영화에서 보던 이동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보이저 1호가 기록한 61,500km/h보다는 몇 배나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다.
비단 속도뿐만 아니라 이 방식의 강점은 이동 경로의 자발적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과 더불어 반감기가 긴 동위원소와 결합할 경우 속도와 수명 모두를 자유롭게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이저 1호처럼 천체의 중력을 이용하지 않고도 필요에 따라 더 빨리, 더 먼 곳까지 날아갈 수 있다.
게다가 솔라 세일처럼 하드웨어의 파손에 대한 걱정도 더 적다는 이점이 있다. (솔라 세일은 태양광 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사압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방식으로 말 그대로 넓은 돛을 펼쳐서 비행하기 때문에 세일 Sail이라 이름 붙여졌다.)
사실 이와 유사한 이론이 이미 195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현재는 NASA의 혁신 선행 기술 콘셉트 프로그램을 통해 제시되고 있는데, 물론 현재까지도 여전히 이론으로만 남아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예산을 지출해 과연 무엇을 얻고자 성간 이동 우주선을 만들어야 하는지 뚜렷한 명분이 없다는 것도 이 방식이 아직 이론으로만 남아 있는 이유다.
그러나 거듭 이야기하지만, 언젠가 우리의 후손들은 이 방식을 활용해 성간 이동을 즐기는 시대를 살아갈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때가 되면 비행기, 배, 자동차는 박물관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이동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오토뷰가 있었다는 사실을 한 두 줄의 텍스트를 통해서 겨우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더 원대하게 성장한다면 골든 레코드에 영구 기록될 수는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