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 대전의 영웅을 기리는, 단 1대의 벤테이가
벤틀리 뮬리너가 단 한 대뿐인 특별한 벤테이가를 내놓았다. 프라이빗 화이트 VC라고 이름 지어진 이 벤테이가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110년 전 1차 세계 대전 당시에 있었던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말처럼 전쟁은 마치 인류의 삶에 불가피한 것처럼 존재해왔다. 분명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앗아가지만 때로는 그 속에서 평범을 뛰어넘은 용기 있는 군인들이 펼치는 드라마가 주는,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힘든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한다.
최근 벤틀리 뮬리너는 한 대의 벤테이가에 아주 특별한 전쟁 영웅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선 해당 차량부터 살펴보면 무게감과 정돈된 감성이 느껴지는 짙은 네이비에 거의 대부분의 크롬 장식들이 피아노 블랙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C 필러에는 아주 자그마한 배지가 놓여 있다. 배지 위에는 프라이빗 화이트 VC라는 레터링이 새겨져 있다. 무슨 뜻인지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실내에는 익스테리어 컬러와 비슷한 짙은 네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헤드레스트에는 십자가 장식이 각인되어 있는 시트는 네이비와 보색을 이루는 코퍼 레드 (Copper Red) 파이핑으로 마감했다. 그런데 에어 벤트 스위치를 비롯해 스티어링 휠 스포크, 대시보드 베니어를 가로지르는 선, 기어 노브 등 시트 말고도 코퍼 레드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반면 도어 트림에 새겨진 불도그 자수가 전반적으로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실내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마지막으로 시트 가운데에 다시 한번 프라이빗 화이트 VC라는 레터링을 발견할 수 있다. 대체 이 차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일까?
때는 1917년 3월, 바야흐로 1차 세계대전의 한 가운데였다. 당시 리즈에서 태어나 영국 육군으로 입대한 잭 화이트 이병은 동료들과 함께 중동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배를 이용해 다이얼 강을 건너려는 순간 적의 중기관총 세례가 쏟아졌다.
대부분의 장교와 병사들이 포화에 휘말린 배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동안, 당시 이병(Private) 이었던 잭 화이트는 날아드는 총알에 대비해 온몸을 구리 선으로 칭칭 감은 다음, 배 바깥으로 뛰어내려 해안까지 헤엄쳤고 배를 인도해 무사히 상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안타깝게도 상륙 직후 몇 명의 병사는 중기관총 십자 포화를 피하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대부분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료와 장비를 포화로부터 구해낸 그의 영웅적인 행동 영국 육군에 알려졌고, 그에게 공로로 빅토리아 십자 훈장 (Victoria Cross)을 수훈했다.
이제 대부분의 의문이 풀렸을 것이다. 프라이빗 화이트 VC라는 이름을 해석해 보면 빅토리아 십자 훈장 수훈자 잭 화이트 이병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벤테이가 실내를 장식하고 있던 코퍼 레드는 구리 선을 감고 배 바깥으로 뛰어내렸던 그의 공적을 기리는 색상이었다. 또한 리어 시트에 놓인 쿠션은 잭 화이트가 근무한 연대에서 사용했던 담요에 새겨진 스트라이프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 한다.
이처럼 인테리어 곳곳에 1차 세계 대전 당시 잭 화이트 이병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불도그는 이 전쟁과 무관해 보인다. 대체 여기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는 것일까?
다시 잭 화이트 이병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는 전쟁이 끝나고 맨체스터에 정착했다. 산업 혁명 당시 맨체스터에는 방적 산업이 크게 성행했는데, 잭 화이트는 맨체스터에 있는 한 비옷 공장에 견습생으로 취직했다. 15년 이상 근무했던 그는 그 공장의 총 지배인이 되었고 그로부터 3년 후에는 공장의 주인이 되었으며, 1940년대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을 때에는 영국 왕실 공군에 방수 파카를 공급했다.
벤테이가의 대시보드에 새겨진 건물은 훗날 잭 화이트가 인수한 비옷 공장이며, 불도그는 그가 만들었던 브랜드의 마스코트였던 것. 현재도 이 공장은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를 위한 단 한 대의 벤테이가를 만들면서 기념으로 원래 공장 앞에서 홍보용 사진 촬영을 했던 것이다.
프라이빗 화이트 VC 에디션은 단 한 대만 제작됐고, 이 차를 주문한 사람은 잭 화이트의 공장에서 생산된 비스포크 의류 컬렉션도 함께 받게 될 예정이라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