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1이 또 다시 지루해진 이유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3.03.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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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유명한 프렌차이즈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가 시즌 5를 공개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실제 포뮬러1을 보는 것보다 다큐멘터리에 흥미를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왜 포뮬러1은 또 다시 지루해졌을까? 그 이유들을 알아보자.

스포츠가 팬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는 궁극적인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재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가 떨어지는 이유는 결과를 누구나 뻔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특정 팀이 지나치게 우승할 경우 스포츠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뜻이다. 팬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으로 이는 스포츠의 흥행과 재미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포뮬러1을 보면 불확실성이 매우 낮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단적인 예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타이틀을 획득한 팀은 레드불 레이싱 그리고 메르세데스 AMG, 단 두 개 팀 뿐이다. 2008년을 끝으로 페라리는 챔피언십 타이틀과 멀어졌으며, 2005~6년을 끝으로 그 누구도 르노를 챔피언십 후보팀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상태가 무려 13년 동안이나 이어지고 있으니 오죽하면 포뮬러1은 시작과 끝만 보면 된다는 식이다. 그나마 2021년은 시즌 마지막에 엄청난 드라마가 나왔지만, 그 속에서도 경쟁은 레드불과 메르세데스 혹은 막스 페르스타펜과 루이스 해밀턴 말고는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이 원인들이 어떻게 포뮬러1의 재미를 떨어뜨리는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첫 번째는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현재 포뮬러1을 구성하는 팀은 총 10개로 여기서 20대의 차들이 나와 경쟁한다. 그런데 이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이유는 한 시즌을 보내는데에만 최소 900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포뮬러1을 향한 열정만으로 백지에서 시작해 이 사업에 뛰어드는 팀은 거의 없다. 그나마 윌리엄스와 멕라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윌리엄스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팀 퍼포먼스나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고, 멕라렌 역시 2008년 이후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새로운 팀이 이 무대에 유입되어야 하나 앞서 이야기한 엄청난 비용 투자 문제로 인해 팀을 새로이 창단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2026년, 포르쉐와 아우디가 엔트리를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2026년의 일이다. 그리고 그 때가 되어도 두 팀이 현재의 경쟁 구도를 깨트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사실 지금도 포뮬러1에 참가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꽤 많다. 알핀, 알파 로메오, 애스턴 마틴도 자동차 제조사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하지만 알파 로메오와 애스턴마틴은 사실상 이름 뿐이고, 레이스카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엔진은 페라리와 메르세데스에서 공급받는다.

이 부분 역시 포뮬러1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팀이 아닌 파워트레인 공급사가 더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포뮬러1의 불확실성은 훨씬 커진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혼다가 아직 포뮬러1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포드와 캐딜락이 새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허나 포르쉐, 아우디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엔트리 첫 해에 뭔가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왜냐하면 기술 제한이 너무 빡빡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른바 규정의 빈틈이라 불리는 부분을 헤집고 무언가 특별한 기술을 만들어 내는게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완벽한 우승을 위해서는 남들에게 없는, 나만의 무기같은 기술이 필요한데 지금 포뮬러1에 있는 어떤 제조사도 자신만의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할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

오히려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 발전의 무대로 거듭나려는 포뮬러1의 새로운 이니셔티브 때문에 경쟁력을 위한 아이디어가 아닌, 그저 규정과 제한을 겨우 통과하는 수준의 기술 개발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일찌감치 최적화를 구축한 팀은 연속 우승을 거머쥐지만, 그렇지 못한 팀은 적어도 규정이 완전히 개편되지 않는 한 사실상 단 한 번의 레이스에서도 우승에 도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워트레인의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사운드다. 90~2000년대의 포뮬러1과 지금의 포뮬러1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사운드에 있다. 트랙 바깥 수 km까지 울려 퍼지던 사운드는 터보차져의 사용으로 인해 현저히 줄어들었고, 이제는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사운드가 엔진 사운드를 뚫고 TV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올 정도다.

물론 포뮬러1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그래서 보조 테일 파이프를 연장해 사운드를 좀 더 키우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것만으로는 이전의 엄청난 사운드에 대한 추억을 잊게 할 순 없었다. 게다가 포뮬러1의 기술은 팬들의 즐거움이 아닌 달리는 것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기 때문에 사운드를 강제로 더 키운다는 것은 포뮬러1이 오랫동안 지켜온 본질에서 살짝 벗어나는 것일 수 있다.

지금까지 포뮬러1이 지루해진 몇 가지 이유들을 소개했는데, 그나마 이번 시즌이 희망적인 건 애스턴 마틴이 새로운 탑 클래스 경쟁자로 등극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포디움과 인연이 없었던 더블 챔피언, 페르난도 알론소는 운이 아닌 팀과 자신의 실력만으로 이번 시즌 벌써 두 번이나 포디움에 올라섰으며 메르세데스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승은 여전히 레드불 레이싱의 차지이며, 애스턴마틴도 아직 그들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결국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바뀌는 2026년 시즌 전까지 우리는 뻔한 결과를 간단히 예측하며 포뮬러1에 대한 관심을 서서히 거둘 것이다. 2년 후면 이 상황이 좀 더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만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희망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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