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의 이름으로 출시된 한정판 럭셔리 금고가 있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12.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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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금융거래가 디지털로 대체된지 오래이며 가상 화폐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대임에도 금고는 여전히 부호들에게 각광받는 아이템이다. 의외로 럭셔리가 판을 치는 금고 시장에, 우리도 알만한 브랜드가 등장했다. 바로 부가티다.

집안에 귀중한 무언가를 다량으로 보관해야만 하는 일이 거의 없는 우리들에게 금고란 아주 생소하고 낯선 물건이다. 고작해야 사무실 한 켠에 둔 조그마한 금고가 고작일 거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을만큼 많은 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금고란 꼭 있어야만 하는 물건 중 하나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된 현 시대에도 소수의 자산 보호를 위한 금고는 꼭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시장은 오래전부터 프리미엄화를 너머 럭셔리화 된지 오래다.

되틀링, 스위츠베르크, 부벤 앤 줴르벡… 물론 이 브랜드를 들어본 분들이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은 처음 듣는 브랜드일 것이다. 위 세 브랜드는 독일, 스위스에서 럭셔리 금고를 제작 공급하는 브랜드로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 중 하나다. 이렇게 브랜드 이름조차 생소한 금고의 세계에, 드디어 우리도 알만한 브랜드가 등장했다.

위에 소개한 세 브랜드 중 부벤 앤 줴르벡이 최근 부가티와 손잡고 부가티의 감성을 담은 금고를 공개했다. 그럼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은밀하게 액자 뒤에 숨겨두거나 혹은 책상 아래에 고이 모셔두어야 할 것 같은데 이 금고들은 오히려 초호화 냉장고처럼 존재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우선 가죽처럼 보이는 부분은 모두 부가티에서 사용할법한 수준의 최상급 나파 가죽이다. 여기에 두꺼운 금고문은 카본으로 덮었다. 게다가 화이트, 브라운처럼 기존 카본 제품에서는 거의 선보인 적 없는 독특한 컬러로 표현됐다.

문 위 아래에는 커다란 가니시가 달려 있는데, 부벤 앤 줴르벡에 따르면 부가티 타입 57 아틀란틱에서 영감을 얻은 장식이라고 한다. 손잡이는 모두 스테인레스 스틸로 3,000번의 밀링 가공 끝에 완성된 것이라고. 그리고 손잡이 주변으로 엠비언트 라이트가 나와서 어두운 곳에서도 금고 손잡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당연히 금고의 주인에게 편리한 기능이겠지만 반갑지 않은 손님에게도 의외로 도움이 될만한 기능이어서 다소 걱정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치 않다. 그 정도로 간단히 열릴 거였다면 이 브랜드가 지금까지 최고의 럭셔리 금고 브랜드로 자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금고를 열기 위해서는 에토레 부가티 로고 위에 있는 생체 인식 지문 센서를 통과해야 한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트랜스폰더 칩이 내장된 키가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기능이 숨어 있는데, 바로 이모빌라이저 전파를 차단하는 기능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자동차 스마트키는 자동차에 마련된 트랜스폰더와 주파수를 통해 암호를 교환하는데, 쌍생키의 경우의 수는 약 200,000개에 달해서 사실상 중간에 주파수를 가로챈다고 해도 암호를 해독하는게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암호 로직이 공개되고 장비가 발달하면서 대략 30분 정도면 암호를 완전히 해독하고 동일한 주파수를 발생시키는 임시키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쉽게 말하면 스마트키와 자동차 사이에 주파수를 누군가 가로챈다면 고가의 부가티라도 한순간에 도난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금고는 스마트키와 자동차 사이에 교환하는 주파수를 차단하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만약 금고 안에 부가티 키를 넣어 둔다면 물리적으로 차를 가져가지 않는 이상, 몰래 키를 복제할 순 없다는 뜻이다.

한 대의 금고가 완성되기까지는 약 18개월 가량이 소요되며 각 컬러별로 25개만 생산될 예정이다. 참고로 이 브랜드는 과거에도 부가티와 함께 럭셔리 워치를 위한 금고를 제작한 적이 있다. 금고 위에 커다란 시계가 달려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 금고는 오직 시계만을 위한 금고로 제작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총 8개의 세계를 보관할 수 있으며 모두 워치 와인더 기능이 있어 소중한 무브먼트를 오랫동안 정상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됐다.

왜 이런 금고가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골드바를 시작으로 개당 1억원을 훌쩍 넘는 시계를 늘 가까이 두고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금고가 반드시 필요할 거다. 물론 이보다 저렴한 금고들도 있겠지만, 어쩐지 삭막해 보이는 보통의 금고들에 비해 훨씬 더 부드러우며 편안해 보이는 일종의 가구로 생각한다면 충분히 비용을 투자할만하다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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