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 만들던 한국지엠 부평 2공장, 60년 만에 폐쇄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2.11.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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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 2공장이 오는 26일 생산 종료와 함께 폐쇄된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한국GM 부평공장은 1962년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인 새나라자동차의 부평공장 준공으로 첫 출발을 알렸다.

새나라자동차는 과거 일본군 군용차량을 만들던 부평의 폐공장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현대식 자동차 조립라인을 조성했고, 같은 해 11월부터 닛산 블루버드를 생산했다. 폐차된 미군 지프를 가져다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하는 수준에 그치던 시기에 컨베이어 벨트를 갖춘 조립 공정을 선보인 부평공장의 풍경은 획기적이었다.

그러나 새나라자동차는 차량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생산에 차질을 빚다가 결국 1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후 부평공장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신진자동차는 1965년 새나라자동차 인수 이후 부평공장을 165만 2천㎡ 규모로 확장하고 일본 토요타와 합작해 버스·트럭과 함께 퍼블리카·코로나·크라운 등 승용차를 생산한다.

특히 코로나는 1966년 출시 이후 1972년까지 누적 4만 4248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당시 출고가는 83만 7천 원으로 지난해 물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2950만 원 상당의 금액이다.

신진자동차는 1972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으로 자본금을 출자해 지엠코리아(GMK)를 설립하며 GM과 첫 인연을 맺었으나, 이듬해 오일쇼크로 인한 판매 부진 속에 결국 부도가 났다. 산업은행이 GMK의 신진자동차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새한자동차로 사명이 바뀐다.

이후 대우그룹이 새한자동차를 인수해 대우자동차의 시대가 열린다. 대우자동차는 1983년 부평공장에 기술연구소를 세운 데 이어 1992년 GM의 남은 지분을 모두 넘겨받아 독자 노선을 걷는다.

부평공장은 1986년 부평 1공장이 새롭게 조성되며 기존에 있던 시설들이 부평 2공장으로 분류됐다. 1970∼1990년대 부평 2공장에서는 로얄 시리즈, 프린스, 에스페로를 거쳐 레간자·매그너스·토스카 등을 생산하며 중형 세단의 명맥을 유지했다.

부평공장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구조조정과 생산 중단 등 부침을 겪기도 했다.

GM은 2002년 존폐에 갈림길에 있던 대우그룹과 양해각서를 맺고 신설 법인 GM대우를 출범했으며, 2011년 사명을 한국GM으로 바꾸고 차량 엠블럼도 쉐보레로 교체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부평 2공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서 가동률이 떨어지다가 9세대 신형 말리부를 생산하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후속 모델이나 신차 생산을 추가로 배정받지는 못한 상황이다.

국내 최초 현대식 자동차 공장으로 출발해 60년간 완성차 업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부평 2공장은 결국 트랙스와 말리부 차량 단종에 따라 오는 26일 이후 잠정 폐쇄된다.

부평 2공장 소속 노동자 1200여 명은 각각 창원공장 700여 명·부평 1공장 500여 명으로 나뉘어 전환 배치된다.

부평 2공장은 폐쇄되지만 부평 1공장은 이후에도 계속 가동된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과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를 준비 중인 창원공장을 중심으로 연간 5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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