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달리는 의자를 만들었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11.11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스바겐이 사무용 의자를 만들었다. 자동차 시트를 개조한 정도가 아니라 경적,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해 후방 카메라와 후진 센서 심지어 모터까지 달았다. 이건 과연 의자일까 새로운 이동 수단일까?

자동차 시트와 사무용 의자는 은근히 닮은 구석이 많다. 일단 앉으면 목적이 끝날 때까지 사람이 일어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아주 섬세해야 하며 조금만 틀어져도 이내 이상한 점을 느끼고 만다. 게다가 바퀴가 달려 있어 어느 정도 힘을 주면 어디로든 달릴 수 있다. 물론 범위는 분명 다르지만 어찌 됐건 달릴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사무용 의자들을 보면 자동차 시트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물건들이 제법 많다. 아예 레카로 시트를 가져다 의자로 만든 경우도 있다. 실제로 사용해 보면 자동차 시트처럼 고급스럽고 편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만약 자동차 회사에서 사무용 의자를 마음먹고 만들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만드는 폭스바겐이 이번에 사무용 의자 만들기에 도전했다. 그런데 제대로 결심을 했던 모양이다. 폭스바겐이 만든 이 의자에는 이전 사무용 의자에서는 본 적 없는 아예 새로운 기능들일 대거 포함됐다. 마치 스타워즈의 빌런, 시스로드의 의자처럼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 암 레스트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눈에 띈다. 터치가 가능한 이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경험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후방 카메라다. 사무실에서 이따금 의자를 밀다가 뒤 사람이랑 부딪힌 경험이 있다면 이 기능이 꽤 유용할 거다.

심지어 이 기능은 후방 센서와 연결되어 있어 거리에 따라 경고음을 들려주기도 한다. 물론 내가 자리를 뜬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눈치챌 수 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이렇게 후진 어시스트 기능과 더불어 미디어 컨트롤도 가능하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근무 중 음악이 없으면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이 의자는 폭스바겐의 새로운 디자인 큐에 적용된 LED DRL이 함께 적용되어 있어 어디서든 폭스바겐이라는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방향 지시등도 들어가 있기 때문에 내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누구나 알 수 있다. 왜 알아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납득 가능한 편의 장비도 있다. 시트 히팅 기능이다. 겨울이면 몸이 차가워 견딜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능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고용주들도 꽤나 좋아할 만한 기능이라 하겠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건 바로 바퀴에 있다. 의자 아래에는 다섯 개의 바퀴가 있는데 이중 일부에 전기모터가 연결되어 있다. 1시간 정도 충전하면 12km 가량을 이동할 수 있으며, 최고 20km/h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안전벨트가 없으므로 안전은 각자 유의하는 게 좋다. 20km/h란 도로에서는 무척 느린 속도지만 좁은 사무실 복도에서는 굉장히 큰 속도감을 느낄 정도이므로 나름대로 스릴도 있어 보인다.

근무 중 부서 간 이동이 잦은 사람이라면 이 의자야말로 허먼밀러나 하워스보다 훨씬 기다려지는 사무용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폭스바겐은 이 의자를 대량생산할 생각이 없다. 말 그대로 시승용으로만 제작됐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업무 능률을 위해 이 의자를 꼭 선택해야 할 이유가 120가지 정도는 생긴다. 부디 티구안의 휠과 똑같은 디자인의 바퀴가 달린 이 의자를 폭스바겐이 양산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