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범위 벗어나면 "멘붕"... 새로운 긴급제동 시험 "난장판"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2.09.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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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술 발전 덕분에 긴급제동 장치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 일상 상황 속 저속 환경에서는 대부분 인식하고 완전 정지까지 무난하게 수행하는 정도가 됐다. 이에 반대 차선에서 접근하거나 사거리 인식,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사람이나 차량, 사람과 자전거, 동물까지 인식하는 등 수행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2년 9월부터 판매되는 모든 신차는 긴급제동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해야 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신차들이 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의 긴급제동 테스트를 문제없이 통과하고 있다. 현재 IIHS 기준 긴급제동 테스트는 25mph(약 40km/h)의 속도에서 전방 차량을 인식하고 속도를 줄여 사고를 줄여주거나 방지해 주는지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테스트는 일상 주행 상황하고 거리가 멀어 난이도 변경이 예고됐다.

이에 미국 자동차 연합 AAA(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가 실제 주행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로 잘 인식하고 사고를 피해주는지 테스트에 나섰다.

테스트 모델은 포드 익스플로러, 쉐보레 이쿼녹스, 토요타 RAV4, 혼다 CR-V 4대. 모두 긴급제동 시스템이 탑재된 사양이다.

첫 번째 테스트는 시험 차량이 교차로에서 직진을 하고 상대 차량이 교차로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두 번째 테스트는 시험 차량이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할 때 상대 차량이 맞은편에서 직선으로 통과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이 2가지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자 수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39.2%를 차지할 정도로 사고 빈도가 많고 심각한 부상 위험도 높다.

결과는 처참했다. 모든 차량이 제대로 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충돌 사고를 발생시켰다. 20회 테스트를 반복했지만 사고는 100% 발생했다. 심지어 운전자에게 위험 경고를 하지도 못했으며, 차량의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조차 하지 않았다.

전방 차량을 인식하고 속도를 감속시키는 일반적인 긴급제동 테스트는 속도를 더 높였다. IIHS의 25mph(약 40km/h)보다 높은 30mph(약 48km/h) 테스트와 40mph(약 64km/h)로 나눠 진행했다.

30mph의 긴급제동 테스트는 20회 테스트 중 17회 사고를 방지했다. 만약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도 충격 속도는 86% 감소했다.

속도가 40mph로 증가하면 사고율은 크게 높아졌다. 20회의 테스트 중 단 6회만 사고를 피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충격 속도 감소율도 62%로 하락했다.

그렉 브래넌(Greg Brannon) AAA 엔지니어링 담당은 “긴급제동 시스템은 제한된 상황에서 사고는 잘 방지한다. 하지만 규제 기관 시험 방식 이외의 기준에서는 전혀 기술 발전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이 문제에 대해 제조사는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운전자에게 보다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IIHS 역시 기존 25mph 긴급제동 테스트를 최고 45mph(약 72km/h)까지 높여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속도 별로 AEB의 작동 여부를 세분화해 보다 까다로운 평가 방법도 준비한다고 밝혔다.

45mph 속도로 설정한 이유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후방 추돌 사고의 43%, 치명적인 후방 추돌 사고의 12%가 이 속도 영역대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긴급제동 시스템의 대응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 제조사들은 시험 기관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맞춤 준비’를 해왔던 만큼 당분간 새로운 긴급제동 테스트에서 낙제점을 받는 제조사가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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