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공항서 수 천 대 벤츠 발견됐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9.2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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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인근의 폐쇄된 공항에서 수 천 대의 메르세데스 벤츠가 발견됐다. 대체 왜 이곳에 차량들이 방치되어 있는 걸까?

최근 구글맵 지도에서 흥미로운 사진들이 발견됐다. 독일 베를린 인근의 알혼(Ahlhorn) 공항에 수 천 대의 메르세데스 벤츠가 방치되어 있는 사진이었다. 공항 주차장은 물론 심지어 활주로까지 메르세데스-벤츠들로 가득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우선 이 공항은 현재 운영하지 않는, 폐쇄된 공항이다. 언젠가는 다른 용도로 부지를 활용할 예정이지만 현재는 공항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시설은 있으나 비어있는 공간이나 다름없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곳을 임시 주차장 또는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현재 출고되지 못한 메르세데스-벤츠가 이곳에 수 천 대나 쌓여 있는 셈이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츠가 이 공항을 임시 보관소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였는데, 그 당시만 해도 이 정도로 쌓여 있진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시작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점점 이곳에 조립이 완료되지 못한 차들이 쌓이고 있다.

그로부터 약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 사태는 해소되지 못했고, 결국 이곳에는 지금도 달릴 수 없는 차들이 계속 도착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 역시 막대한 비용 부담이다. 우선 폐쇄된 공항일지라도 부지 사용료는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메르세데스의 브레멘 공장에서 이곳까지 차를 옮기는 것도 결국 비용이다. 왕복 120km에 달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곳도 서서히 포화상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조사들은 조만간 반도체 부족 사태가 해소될 것이라 믿고 있지만, 장기화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완전 해소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를 탑재할 수 없는 반조립 상태의 차량들은 공장은 물론 이런 부지까지 임차해 보관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장 운영을 중단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노동조합과의 협약 때문에 공장 임시 폐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가 없는 상태로 조립은 계속 진행되어야 하며 이런 식으로 쌓여가는 차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겪는 제조사는 메르세데스-벤츠 뿐만이 아니다.

최근 포드의 신형 SUV, 브롱코가 이와 같은 식으로 공터에 적재되어 있는 광경이 포착됐으며, 르노는 아예 터키 공장을 임시로 폐쇄했다. 일각에서는 2023년 경이면 반도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예상하지만 GM은 2023년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렇게 재고가 쌓이면 제조사는 또 다른 문제를 겪어야 한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쌓여 있는 재고들은 일부 부품을 제외하면 거의 완성된 상태로 보관 중인데, 아무런 조치 없이 야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차량 상태를 온전히 보장할 수 없다. 결국 쌓인 재고들을 처리하려면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보관료와 운송료도 모자라 할인으로 인해 수익 악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물론 제조사들은 현재 고객에게 인도할 차량이 수개월간 야외 공터에 방치되었다는 사실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 위성 지도는 그럴 수 있는 기회마저도 앗아갔다. 만약 시간이 허락된다면 구글에서 폐쇄된 공항을 찾아보고 위성지도로 검색해 보자. 그럼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신차들이 부지기수로 쌓여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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