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가 이제 프랑스서 판매 가능해진 사연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9.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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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가 드디어 프랑스에서도 판매활동을 개시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전에는 판매하지 못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폴스타는 한동안 프랑스에서 판매할 수 없었다. 이유는 시트로엥 때문이었다.

포르쉐가 대표 모델인 911을 원래는 901로 판매하려 했다는 사실은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결국 포르쉐는 901을 911로 변경해야 했는데, 그 이면에는 푸조가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푸조는 항상 X0X라는 숫자로 모델명을 지정했는데, 당시 포르쉐가 901로 상표명을 등록할 경우 자신들의 이름과 겹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결국 이 주장은 받아들여졌고, 끝내 포르쉐는 901이라는 이름을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건이 최근에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역시 푸조와 연관이 깊다. 물론 푸조가 직접적으로 소를 제기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스텔란티스 그룹 내에 있는 시트로엥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대상은 바로 폴스타였다. 폴스타는 한동안 프랑스에서 판매할 수 없었는데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폴스타가 사용하고 있는 심벌은 가이딩 스타라고 부른다. 그리고 가이딩 스타는 반짝이는 별을 표현하기 위해 쐐기 모양 두 개를 병렬로 배치했다. 참고로 폴스타는 가이딩 스타를 두드러지게 표현할 생각이 없었다. 대부분의 브랜드 로고는 크롬으로 번쩍거리게 만드는 반면 폴스타는 크롬 도금을 할 경우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이를 포기했고 차체와 같은 색깔로 도색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런데 시트로엥이 보기에 이들의 로고 자체가 문제였던 모양이다. 특히 자신들의 로고와 매우 닮아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시트로엥은 더블 쉐브론이라 부르는 갈매기 모양의 쐐기를 겹쳐서 자신들의 로고를 만들었는데, 브랜드 창립 초기부터 사용한 전통 있는 디자인임에 틀림없다.

분명 두 브랜드 로고는 확연히 다르지만 시트로엥은 폴스타가 쐐기형 쉐브론을 사용했다고 보고 폴스타의 판매 금지 조치를 제기했다. 그리고 프랑스 법원은 시트로엥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폴스타는 자신들에게 아주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인 프랑스 진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사이 폴스타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길고 긴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최근 폴스타가 다시 프랑스에서 판매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까지 시트로엥은 유럽 법원에 프랑스 법원의 판결을 판례로 인용해 판매 금지 조치를 확대해달라는 청원을 넣었다. 그러니까 아예 폴스타가 유럽에서 활동할 수 없게 ‘쐐기'를 박으려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스타는 유럽은 물론 프랑스에서도 판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합의의 세부사항은 확인할 수 없으나 적어도 두 브랜드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음은 틀림없다. 비단 시트로엥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역사가 담긴 브랜드 로고 혹은 모델 이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있었다. 예를 들어 포드와 페라리 사이에 있었던 분쟁만 해도 그렇다.

약 10년 전쯤, 포드는 페라리가 자신들의 상표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주장한 상표권을 침해한 이름은 놀랍게도 로드카가 아닌 레이스카의 이름이었다. 당시 페라리는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을 기념해 그 해 레이스카 이름을 F150으로 명명했는데, 포드가 보기에 이 이름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판매했고 특히 미국 전체 판매 1위를 놓친 적 없는 픽업트럭 F-150과 닮았다고 주장했다.

다소 억지스러운 소송이 제기되면서 결국 페라리는 빠르게 F150이라는 이름을 포기했다. 소송에서 이겨봤자 단 한 해만 사용할 레이스카 이름이었기에 얻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대신 F150°이라는 수정된 이름을 채택했다. 그리고 포드는 1960년대 자신들이 당한 치욕을 거의 50년이 지난 후에 다시 한번 갚아주면서 통쾌해했다. (자세한 내용은 포드 V 페라리에 잘 나온다.)

이렇게 이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하며 때로는 궁색해 보이기도 한 사투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폴스타와 시트로엥의 분쟁도 그런 유형의 예시 중 하나다. 어쨌든 폴스타는 자신들의 이름을 지킬 수 있었고, 자칫 유럽 판매금지라는 치명타를 입기 전에 위기에서 벗어났다. 물론 모르긴 몰라도 시트로엥에게 두둑한 합의금을 지불했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시트로엥이 이렇게 쉽게 물러났을 리 없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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