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CEO, "맥라렌도 SUV 만들 수 있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8.29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신임 CEO가 맥라렌 SUV 개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그동안 고집스럽게 GT만을 출시해왔던 맥라렌에 새로운 캐시카우가 등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공식은 어떤 변수를 넣어도 예상 가능한 답이 나오기 때문에 공식이다. 최초에 BMW가 X5를 내놓았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SUV는 성공의 공식이라도 확신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포르쉐가 이를 공식화했고 연이어 수많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공식에 자신들의 숫자를 대입했으며, 결국 같은 답을 찾았다. 그 답은 새로운 수익원으로써의 검증이었다.

이제는 SUV를 생산하지 않는 브랜드를 찾아보기가 더 어렵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도 그렇고 애스턴 마틴과 람보르기니도 크게 재미를 봤다. 마세라티는 르반떼와 그리칼레로 활력을 찾고 있으며 심지어 완고하기 이를 데 없었던 페라리조차 푸로산게의 출시를 앞두고 있을 정도이니 이제 SUV는 자동차 회사라면 당연히 만들어야 할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이건 거의 라면 회사가 라면을 만드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페라리와 비슷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또 하나의 포뮬러1 출신 브랜드, 맥라렌만큼은 좀 달랐다. 전 CEO의 입장은 매우 단호했다. 그는 NO라는 단 한 마디로 맥라렌 SUV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새로운 CEO가 오고 나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최근 맥라렌 오토모티브는 새로운 CEO를 맞이했다. 미카엘 레이터라는 인물로 그는 취임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SUV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새로운 GT카나 비스포크 사업을 더 확대한다는 말보다 먼저 SUV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었다.

그런데 그가 이처럼 맥라렌의 역사에는 영원히 없을 것 같았던 SUV를 강조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특히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마치 숙명처럼 느껴질 정도다. 왜냐하면 그의 전 직장은 포르쉐였고, 다음 직장은 페라리였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는 포르쉐에서 카이엔이 개발에 참여했었고, 페라리에서는 푸로산게 개발을 주도한 사람이다.

따라서 숙명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포르쉐에서도 SUV를 개발했고 페라리에서도 SUV를 개발했습니다. 그만큼 저는 SUV를 아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라며 노골적으로 답했다. 물론 미카엘은 “나를 위해 SUV를 개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시장이라는 건 확실합니다. 회사 입장에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의 DNA와 맞는 SUV를 찾아내는가?입니다. 클래식한 SUV를 개발할 수는 없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결론은 맥라렌 방식의 SUV를 개발해 내겠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는 포르쉐 방식의 SUV를 개발했고, 페라리만의 SUV를 만들어 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언급한 것처럼 SUV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가령 포르쉐만 해도 카이엔과 마칸의 판매량이 다른 모든 포르쉐의 판매량을 압도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도 마찬가지다. 늘 재정난에 시달렸던 람보르기니는 우루스 덕분에 창업 이후 거의 처음으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전체 판매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루스가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맥라렌만이 아직 SUV가 없다. 물론 전부터 힌트는 있었다. 올해 초 맥라렌은 난데없이 익스트림 E에 참가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렉트릭 SUV 랠리카를 공개했다. 이 레이스카는 맥라렌에게 아주 생소한 물건이었다. 그들은 오프로드 랠리에 참가해 본 적도 없으며, SUV를 개발해 본 적도 없고 심지어 전기차를 개발해 본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향후 맥라렌이 추가할 모델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한 힌트로써 익스트림 E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표준화된 파워트레인과 새시이기 때문에 여기서 당장 맥라렌만의 SUV를 만들어 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낯선 존재를 가까이하기 시작했다는 건 오토모티브 사업부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 봐도 분명하다.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이들도 언젠가는 SUV를 만들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이 상황을 뒤집을 반전의 한 수는 반드시 필요하며, 그게 SUV가 될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스포츠카 브랜드의 이단아와 같은 SUV 개발 장인을 CEO로 영입한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