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무 장관, "내연기관 신차 판매 당분간 금지할 생각 없어"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6.24 1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 재무 장관, 크리스티안 린드너가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렇다고 화석연료를 찬성한다거나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이 허무한 것이라 주장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네덜란드가 시작이었고 이제는 북유럽과 더불어 다양한 국가들이 2030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물론 해당 법안의 시작을 앞둔 대부분의 나라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지만, 자동차 생산이 중요한 산업인 일부 나라도 2030년 이후부터는 내연기관 판매나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이유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동참하자는 것이고, 좀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막대한 탄소배출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 판매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명분이야 어찌되었건 기후 변화를 늦추거나 막고자 하는 노력은 분명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중요하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혹은 화석 연료가 국가의 중요한 산업 중 하나인 나라에서는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비교적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독일이 그러하다. 최근 독일의 재무 장관, 크리스티안 린드너는 다소 파격적인 발언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화석연료의 지속적 사용을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내연기관에 쓸 연료에 혁신을 발휘한다면 내연기관 역시 기후중립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혁신적 연료는 다름아닌 합성 연료다. 합성 연료는 현재 폭스바겐그룹 (아우디, 포르쉐가 주축이 되어 개발 중이다.)에서 추진하고 있는 말 그대로 연소가 가능하면서도 화석 연료가 아닌 지속 가능한 연료다. 물 또는 공기 중에서 수소를 분리한 다음 여기에 이산화탄소나 질소를 결합해 연소할 수 있는 물질로 만드는 것이 합성 연료의 원리다.

이른바 E퓨얼이라 부르는 것이 바로 이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합성 연료로 이 분야에서 아우디와 포르쉐는 각각 독자적인 생산 기술을 확보했다. 엄밀히 말해 지하나 심해가 아닌 곳에서 연료를 얻는 방식은 이미 2차대전 당시 개발된 기술이다. 석탄에서 탄화수소를 만드는 원리인데 채산성의 문제로 오래 전에 사장된 기술이었다. 물론 현재 개발된 E퓨얼 제조 기술은 2차 대전 당시의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다. 꽤 높은 수준의 상업성도 지니고 있으며, 연비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이 어떻게 친환경적이라는 것일까?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넣는 과정에서 제법 많은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더 많은 화력 발전소를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기술에 필요한 에너지원의 기초는 대부분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있다. 풍력 발전이나 태양광 발전이 여기에 속한다. 이론적으로는 연료의 생산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이 거의 없으며, 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도 기존 화석 연료보다 훨씬 적다.

게다가 크리스티안 린드너 장관의 주장에 따르면 내연기관 기술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보다는 기존 기술의 진화를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자국의 자동차 산업 보호 및 자국 신기술에 대한 일종의 보호 심리도 충분히 들어 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폭스바겐그룹은 합성 연료에 이른바 진심인 기업이다. 게다가 아주 노골적이며 구체적으로 합성 연료를 전세계에 소개하고 있는데, 그 수단으로 이들은 포뮬러1을 선택했다. 아는 이들은 알겠지만, 폭스바겐그룹 소속 브랜드는 그동안 포뮬러1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들이 포뮬러1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올해 5월, 아우디, 포르쉐의 이름으로 포뮬러1에 참가할 것이라 발표했다. 게다기 시기가 절묘하다. 이들이 참가를 결정한 시기는 2026년으로 포뮬러1은 이 시즌부터 E퓨얼의 비율을 높인 새로운 연료를 규정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결국 이들이 포뮬러1을 택한 것은 스포츠 마케팅 목적도 있겠으나 합성 연료의 대중화와 가능성에 대한 홍보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분명 전기차가 대세이긴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대안을 통해 내연기관의 지속을 원하는 흐름도 존재한다. 최근 BMW도 내연기관의 유효성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 예측했고, 롤스로이스(비행기 엔진 제작사)는 새로운 항공 연료의 승인 및 표준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흐름은 분명 전기차 특히 BEV로 기울어가는 것 같지만 완전한 전환까지는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아직도 내연기관의 발전 및 존속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기업과 기관이 있으니 말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