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팔이 단 30분 만에 만들어 낸 아트카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5.13 1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의 손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정교한 아트워크를 로봇팔이 해냈다. 그것도 일체 마스킹 없이 단 30분 만에 완성했다. 침수로 폐차될 뻔한 자동차를 아트카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자.

한 대의 자동차에 부가티 로 블랑(L’Or Blanc)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페인팅을 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우선 어떻게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봐야 할 것 같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마스킹 테이프를 바르고 스프레이로 뿌리는 것 그다음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칠하는 것이다. 스티커 래핑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페인팅 앞에서 래핑은 일순간 초라해진다. 특히 부가티처럼 럭셔리를 지향한다면 스티커 래핑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사실 먼저 소개한 두 가지 방식 모두 어느 하나 결코 쉬운 게 없다. 이 정도로 정교한 마스킹이라면 적어도 몇 시간은 족히 걸린다. 손으로 직접 칠하는 건 아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물론 클래식카들 대부분 과거에는 그렇게 해왔다고 하지만, 그래도 로 블랑처럼 복잡한 패턴은 아니었다.

아무튼 두 가지 방식 모두 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단 30분 만에 끝난다면 어떨까? ABB 로보틱스가 그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ABB 로보틱스는 쿠카(KUKA)와 함께 현재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회사다. 어쩌면 당신이 타고 있는 자동차에 용접이나 페인트도 ABB의 로봇팔이 해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ABB의 로보틱스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최근 ABB에서는 좀 특별한 로봇 하나를 발표했다. 픽셀페인트로 불리는 이 로봇은 간단히 말해 로봇팔에 달린 잉크젯 프린터와 같다. 약 1,000개 이상의 노즐이 페인팅할 표면에 거의 달라붙어 잉크를 분사하는데 간격은 고작 몇 밀리미터에 불과하다. 페인트 분사 과정에서 과도한 분사로 인해 페인트가 튀는 일도 없다. 이 말은 복잡한 패턴을 칠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마스킹 작업이 더는 필요치 않다는 뜻이다.

마스킹도 필요 없이 사람 손보다 더 정교하고 또렷한 이미지를 구사할 수 있는 픽셀페인트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 ABB는 홍수로 침수 폐차 직전인 폭스바겐 티구안을 구했다. 그리고 몇 명의 아티스트들과 그래픽을 개발했고, 놀랍게도 두바이 출신의 8살 된 천재 예술가의 작품을 골랐다.

그는 자동차와 주변 사물 그리고 자연이 공기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모습을 이미지화했다. 얼핏 들어도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패턴과 함께 다양한 컬러가 쓰일 것임에 틀림없었다. 일반적인 마스킹 후 페인팅하는 방법이라면 컬러가 달라질 때마다 마스킹과 건조 시간이 계속 추가될 것이다. 하지만 픽셀페인트는 마스킹 없이 단 30분 만에 천재 예술가의 작품을 티구안의 후드로 옮겨 놓았다.

이처럼 로봇팔이 마스킹 없이 정교한 페인트 작업을 해낸 사례는 더 있다. 듀어(Durr)가 발표한 로봇팔은 아예 이름부터 에코 프린터 젯이다. 지난해 이 회사는 BMW M4 위에 제법 복잡한 패턴의 스트라이프를 마스킹 없이 시연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정교한 자동차 페인팅 기술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 두 회사가 발표한 기술의 핵심은 정교함에 있지 않다. 보통 자동차 페인팅 과정에서 사용되는 페인트의 양은 대략 8~20kg에 달하는데 이 중 일부는 자동차에 달라붙지 않고 공중으로 날아간다.

균일하게 도포하기 위해 로봇팔이 일정 간격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두 방식은 페인트 소모량이 극도로 줄어든다. 아주 가까운 간격에서 분사하기 때문에 공중으로 날아가는 페인트의 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페인트의 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탄소 배출량을 연간 2,000톤 이상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마스킹 없이도 복잡한 패턴을 빠르게 완성할 수 있어 향후 좀 더 정교하고 다양한 패턴을 기반으로 한 커스터마이즈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다. ABB는 당장 픽셀페인트가 자동차 산업 현장에 투입될 것이라 보진 않지만, 적어도 향후 이 기술이 가져다줄 긍정적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로봇 자동화와 소프트웨어가 제조 산업에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이번 실험은 로봇이 인간의 독창성을 섬세한 예술 작품으로 옮긴 주목할 만한 사례로 생각됩니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