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스포티지로 시대를 리드했다? 각 제조사가 만든 첫번째 SUV_1편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2.01.2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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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조사에게 시작은 존재한다. 각기 자동차를 만들어온 시기도 다르고 이에 따른 철학도 모두 다르다. SUV도 마찬가지다. 일찍부터 새로운 차종에 발을 들여놓은 제조사가 있는가 하면 늦었지만 완전히 자신만의 색을 입힌 제조사도 있다. 세단을 넘어서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SUV. 각 제조사의 첫 번째 SUV를 모았다. (연도 순)

1935년 쉐보레 서버번

세계 최초의 SUV로 유명하다. 1935년 등장해 현재까지 12세대에 걸쳐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은 다소 모호하다. 최초의 서버번의 모습이 SUV라기보다 미니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1960년대 등장한 서버번부터 본격적인 SUV 형태에 가까워졌다. 지상고를 높여 다양한 지형에서 주행이 가능했으며, 4륜 구동 시스템도 탑재되기 시작했다. 현재의 서버번은 풀-사이즈 SUV 중에서도 트렁크 공간을 키워 SUV 중 가장 큰 덩치를 갖는다. 차체를 호환하는 모델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GMC 유콘 등이 있다.

1945년 지프 CJ-2A

실질적으로 SUV의 개념을 정립한 모델이다. 2차 세계대전 속에서 탄생했으며, 전장을 자유롭게 누비고 다닌 모델로 유명하다. 이후 민간용으로 생산돼 농부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이동 수단 역할을 했다.

1945년부터 1948년까지 20만 대가 넘게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영국 랜드로버 탄생에 영향을 주기도 했으며, 현재도 ‘지프’라는 단어가 SUV를 뜻하는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1948년 랜드로버 시리즈 1

지프의 영향을 받아 탄생된 시리즈1은 랜드로버가 아닌 로버 브랜드의 4륜 구동 차량으로 개발됐다. 농업을 비롯한 다목적 차량 용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 견고함과 험로 주행 성능을 인정받아 영국을 비롯해 영국의 다양한 식민지에서도 사용됐다.

지프와 마찬가지로 군용 목적으로도 사용됐다. 시리즈 1은 향후 디펜더라는 이름으로 판매됐으며, 현재까지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오프로더 역할을 하고 있다.

1951년 닛산 패트롤

지프와 랜드로버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SUV로 꼽힌다. 일본 역시 윌리스 지프의 활약상을 잘 알고 있었고, 닛산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모델을 내놓은 것이 바로 패트롤이다. 북미는 물론 유럽 및 중동 등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판매되며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 중이다.

초창기는 중형급 SUV였지만 3세대 이후부터 풀-사이즈 SUV로 체급이 커졌다. 현재 패트롤은 오세아니아와 중동, 서유럽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북미에서는 알마다(Armada)라는 이름으로, 인피니티 버전인 QX80으로 세분화가 이뤄졌다.

1954년 토요타 랜드크루저

랜드크루저는 한국전쟁과 관련 있는 역사를 갖고 있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정부가 토요타에게 100여 대의 윌리스 지프 생산을 요청했고, 토요타는 군용 전술차량 목적으로 지프 BJ를 개발했다. 1953년 양산이 시작됐으며, 지프라는 이름 대신 자신만의 이름을 붙이고 싶었던 토요타는 랜드로버라는 멋진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랜드크루저라는 이름으로 확정했다.

현재 랜드크루저는 오프로드 전용 모델이 아닌 토요타의 풀-사이즈 SUV 역할을 하고 있다. 1967년 랜드크루저 55라는 이름의 SUV를 시작으로 현재 6세대에 걸쳐 토요타의 최상급 SUV로 판매 중이다.

1965년 포드 브롱코

포드 브롱코는 미국 경제 호황기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해 개발됐다.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이끌 수 있는 저렴하면서 멋진 2가지 차를 만들었는데, 바로 머스탱과 브롱코다. 지프 CJ-5 이외에 경쟁 상대가 없었던 브롱코는 멋진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성공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에 자극을 받아 쉐보레 블레이저, 지프 체로키 등 다양한 경쟁 모델이 등장했을 정도.

1996년 단종을 경험한 브롱코는 현재 6세대 모델로 등장해 오프로드 전용 모델로 재탄생 됐다. 디자인도 초창기 모델을 연상시키도록 만들었으며, 크기도 초창기 모델처럼 축소 시켰다. 주문만 12만 대 이상이 이뤄졌으며, 최근에는 고성능 사양인 랩터도 추가됐다.

1979년 메르세데스-벤츠 G 바겐

지프와 마찬가지로 군용차의 민수화가 이뤄진 모델이다. 이란 왕조의 의뢰를 받아 개발됐으며, 이후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국가에서 군용차로 활용했다. 1979년 등장 이후 현재 3세대로 발전했지만 각진 디자인과 바디-온 프레임 방식, 3개의 락킹 디퍼렌셜 장착 등 초창기 전통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강력한 성능은 물론 특유의 각진 디자인 덕분에 많은 팬층을 보유한 모델이다. 국내는 디젤 모델과 AMG 모델이 판매 중이지만 판매량의 대부분을 AMG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1981년 이스즈 트루퍼

이스즈가 개발해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해당 차를 바탕으로 배지와 일부 기능을 변경해서 판매됐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도 1세대 모델을 들여와 코란도 훼미리로 판매하기도 했다. 이외에 어큐라, 쉐보레, 스바루, 혼다, 오펠, 복스홀, 홀덴 등 다양한 제조사를 통해 판매됐다. 소비자보다 자동차 제조사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은 SUV다. 현재는 2006년 2세대를 끝으로 단종됐다.

1981년 미쓰비시 파제로

파제로도 지프로부터 시작했다. 닛산과 토요타에 이어 미쓰비시도 1952년부터 지프 모델을 라이선스 생산을 하고 있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 1980년대에 이르자 지프 라이선스 생산 모델의 대체품을 개발하기로 했고, 결과물이 파제로다. 1981년 등장한 이후 1984년 다카르 랠리에 출전해 3위를 기록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스즈 트루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재생산됐다. 닷지 브랜드에서는 레이더(Raider)라는 이름으로, 현대정공에서는 갤로퍼라는 이름으로 파제로가 판매된 바 있다.

1986년 람보르기니 LM002

람보르기니도 군수 사업에 도전한 역사가 있다. 람보르기니 밀리타리아(Lamborghini Militaria)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도 다양하다. 이중 대표적인 부분이 AM 제너럴이 개발한 험비(HMMWV)와 경쟁하기 위해 개발한 SUV 및 픽업트럭이다.

프로젝트 치타(Cheetah)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이후 LM001과 LMA002를 거쳐 LM002로 완성 모델을 제작했다. 하지만 군용 모델로 선택받지 못했으며, 약 300여 대만 생산해 민간용으로 판매했다. 당초 실패작 취급을 받았지만 현재 우르스가 크게 성공하면서 람보르기니 SUV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델로 거듭났다.

1993년 기아 스포티지

세계 최초의 도심형 SUV로 개발됐다는 점으로 의의가 있는 모델이다. 당초 포드와 함께 개발이 진행됐지만 포드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계약이 결렬돼 기아가 자체적으로 개발을 해서 세계 시장에 공개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토요타 RAV4, 혼다 CR-V, 포드 이스케이프 등 많은 도심형 컴팩트 SUV 등장을 이끌어냈다. 기아의 SUV 선구자 인식을 만들어준 만큼 현재도 파격적인 시도가 스포티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1995년 혼다 CR-V

혼다를 대표하는 콤팩트 SUV다. 시빅을 바탕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일본 특유의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북미시장에서 탄탄한 소비자층을 보유 중이다. 무난한 접근성 덕분에 국내에서도 인기 SUV로 꼽혔을 정도. 11세대 시빅이 등장하면서 6세대 CR-V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크기가 커지면서 7인승 모델도 추가될 예정이다.

1997년 스바루 포레스터

스포티지와 CR-V가 도심형 SUV의 길을 만들었다면 스바루 포레스터는 도심형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콤팩트 세단인 임프레자의 왜건형 모델에 지상고를 높인 모델로 등장했다. 수평대향 4기통 엔진과 대칭형 4륜 구동 시스템 등으로 SUV지만 세단과 유사한 핸들링 성능을 갖췄다. 임프레자보다 넓어 공간 활용성도 좋고 높은 지상고와 4륜 시스템 덕분에 험로 주파까지 가능해 임프레자의 파생형 모델이지만 임프레자보다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1997년 링컨 내비게이터

캐딜락이 에스컬레이드를 내놓게 만든 장본인이다. 사실상 풀-사이즈 SUV 시장을 개척한 모델로 꼽힌다. 레인지로버와 같은 유럽 브랜드가 고급 SUV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점에 자극을 받아 포드 익스페디션을 바탕으로 개발한 것으로, 초기 모델은 에스컬레이드 대비 고급스러움과 차별화 전략의 성공으로 시장에 안착하게 된다. 현재는 4세대 모델로 한국 시장에도 출시됐다.

1998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고급 SUV의 기준으로 불리고 있다. 1998년 등장 이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며 풀-사이즈 SUV 시장을 리드해오는 중이다. 당초 풀-사이즈 픽업트럭의 SUV 버전으로, 초창기 모델은 시장 반응이 좋지 못했다. 이후 2세대 모델부터 분위기 반전을 통해 소비자에게 최고의 SUV로 인정받는데 성공했다. 링컨 내비게이터나 렉서스 LX, 인피니티 QX80 등 다양한 경쟁 모델이 있지만 이들의 판매량을 모두 합쳐야 에스컬레이드 판매량과 비등해진다.

1999년 BMW X5

BMW가 로버 그룹을 합병한 이후 랜드로버의 기술을 도입해 완성한 도심형 SUV다. BMW의 달리기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X5 LM이라는 모델을 만들어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달리는 모습은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전달했었다. 일반적인 SUV가 아닌 잘 달리는 SUV라는 뜻에서 BMW는 SAV(Sport Activity Vehicle)이라고 부르고 있다.

BMW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도 SUV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게 된다. 그동안 대중 브랜드에서만 이뤄졌던 SUV 바람이 모든 브랜드로 전달되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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